[당신과 나누고 싶은 자동차 기능·옵션] 저마다 자동차의 기능과 옵션을 선택하는 기준은 자동차 제작 회사가 생각하고 제공한 그것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내가 경험하고 내 ‘입맛’대로 뽑은 최고의 자동차 기능·옵션을 뽑아봤다.
아우디 멀티펑션 스티어링
◆ 아우디 ‘멀티펑션 스티어링’
내 책상은 허구한 날 뒤죽박죽이지만 자동차 실내, 특히 운전석 주변이 그 꼴인 건 봐주질 못한다. 차량을 조종하는 데 필요한 장치나 편의를 위한 것 무엇이든 제자리에 있어야 직성이 풀린다.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는 정보창? 기어이 등받이에서 몸을 떼게끔 멀찍이 떨어져 있는 다이얼? 성격이 판이한 기능을 한데 몰아넣은 컨트롤 패널? 모두 차량 인테리어로 실격이다. 그런데 말이 쉽지, 요즘 차 인테리어는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 자체가 일이다. 운전을 위한 것부터 편의제공을 위한 것, 여기에 개별맞춤화의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장비와 기능이 잔뜩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우디 멀티펑션 스티어링
하지만 아우디 멀티펑션 스티어링은 다르다. 차량 거의 모든 기능을 그 안에서 조작할 수 있다. 주행 정보, 차량 설정과 상태, 엔터테인먼트 기능에서 내비게이션 기능까지가 모두 가능하다. 운전대에서 손 뗄 일이 거의 없는 만큼 시선이 분산되는 일 없이 운전에만 집중하기에 그만이다.
기능의 구분도 명확하다. 우리 기준으로 대시보드 왼쪽에 자리하는 계기판 관련 기능은 운전대 왼쪽 기능 버튼으로 제어한다. 운전자 오른쪽에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전화, 오디오 음량 조절과 선곡 기능 등)은 운전대 오른쪽 기능 버튼의 몫이다. 조작 장치와 실제 장치를 같은 위치에 두면 혼선이 적다. 이 같은 직관성은 하위 메뉴(기능)를 조작할 때도 변함없다. 운전대 왼쪽의 상단 버튼(◁▷)은 계기판 인포테인먼트의 메뉴를 고르는 용도다. 실제 인포테인먼트의 메뉴 탭도 디스플레이 상단에 위치한다. 왼쪽과 오른쪽 모두에 마련된 자그마한 휠은 마우스 스크롤 휠과 같은 원리로 기능한다. 위아래로 돌려 고르고(또는 음량을 조절하고), 눌러서 선택한다(또는 음량을 죽인다).
아우디 멀티펑션 스티어링
다기능 운전대의 버튼 배치가 중구난방인 차는 생각보다 많다. 심미성, 차별화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자동차 인테리어가 논리적이고 직관적인 접근을 포기한다. 선곡과 음량 조절, 메뉴 선택 버튼 등을 운전대 뒤쪽에 감춰두고 어떤 설명조차 없는 FCA 계열 차들, 카오디오와 크루즈 컨트롤 스위치가 있는 ‘곰발바닥’ 뭉치가 운전대에 가려지는 프렌치 혈통 차들이 대표적이다. 아우디 멀티펑션 스티어링은 간결한 버튼 구성으로 많은 기능을 다루고, 간단히 익혀 손쉽게 쓸 수 있다. 게다가 심미성을 포기하는 일도 없다. 내가 최고의 기능 중 하나로 꼽는 이유다.
르노삼성 QM3 슬리이딩 시트
◆ 르노삼성 QM3의 ‘슬라이딩 시트’
2열 슬라이딩 시트는 주로 MPV에서 볼 수 있고 최근에는 MPV 기질을 흡수한 중/대형 SUV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된 목적은 2열 승객이 편안하게 다리 뻗을 공간을 확보하거나 비좁은 세 번째 줄 승객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데 있다. 그 효과는 아무래도 객실공간이 긴 차일수록 크다. 그런데 르노삼성 QM3에도 이 기능이 있다. 휠베이스가 겨우 2605mm인 소형 SUV에 말이다. 나아가 더 가관(?)인 건 2열 시트를 뒤로 밀지는 못하고 앞으로 당기는 것만 가능하단 사실이다. 뒷자리 승객의 무릎 공간 확보? 가당치도 않다. 영문 모르는 사람은 아무 쓸모없는 생색내기용 기능이라 힐난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곰곰이 뜯어봐야 한다. 이 차는 소형차다. 게다가 유럽 차답게 실내공간을 앞자리 중심으로 설계한 터라 뒷자리는 한층 더 비좁다. 시트를 아무리 밀어도 리무진 같은 무릎공간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 같은 전제 하에 슬라이딩 시트는 2열 거주공간 대신 트렁크, 즉 적재공간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최대 16cm까지 움직이는 뒤 시트를 한껏 당기면, 아니 밀어내면 377리터였던 트렁크 적재용량이 455리터까지 확장된다. 시트를 움직이는 레버도 객실이 아니라 트렁크 쪽에서 찾을 수 있다. 그마저 적재함 바닥 덮개를 들어내면 그제야 모습을 드러낸다. 시트 슬라이딩이 객실이 아니라 적재공간을 위한 장치라는 의도가 한층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르노삼성 QM3 트렁크
작은 차 설계의 묘미는 제한된 공간에서 의도한 기능을 최대치로 구현하는 데 있다. QM3는 더 나아지기 힘든 탑승자 편의 대신 유연한 적재성이라는 SUV다운 기능에 집중했다. 의도가 명확한 설계, 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만나면 기분이 유쾌해진다. 그것이 QM3처럼 작은 차라면 더욱 더.
현대차 넥쏘 후측방 카메라
◆ 현대 넥쏘/기아 K9의 ‘후측방 모니터’
안전 운전에 주행 중 앞뒤 양 옆을 수시로 살피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살펴도 잘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지 않은가. 운전석에 앉아 보면 실제로 곳곳에 사각지대가 있다. A 필러에 가려진 커브길 모퉁이, 룸미러가 채 담지 못하는 뒷유리창 아래쪽, 그리고 사이드미러 시야각 밖의 뒤쪽 도로 상황 등이다. 운전 중엔 특히 사이드 미러의 사각이 골치 아픈데, 거울이 작거나 곡률이 부족한 경우 그 스트레스는 더 극심해지고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해결방법은 뭐, 특별하게 없다. 차로를 변경할 때마다 몸을 수그려 사각을 해소하거나 아예 시야각이 넓은 거울로 교체하는 정도.
그런데 그 모든 불편을 일거에 해소한 ‘신박한’ 아이템을 얼마 전 경험했다. 현대 수소전기차 넥쏘에 처음 적용됐고 이후 기아 K9에도 도입된 ‘후측방 모니터’다. 이 기능은 차로 변경에 앞서 방향지시등을 켜면 해당 위치의 후방 도로상황이 계기판 디스플레이에 나타난다. 그 영상은 일반적인 사이드미러에 비친 그것과 거의 비슷하고 계기판 영상만 보고 차로를 바꿔도 무리 없을 만큼 자연스럽다. 오른쪽 후측방 사각지대만, 그것도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는 혼다의 유사 시스템과 달리 계기판에서 양쪽 후측방을 모두 확인할 수 있어 쓰임새가 쏠쏠하다. 게다가 애프터마켓 와이드미러보다 더 넓은 지역을 비추기 때문에 안전에도 큰 보탬이 된다.
안전을 위한 장비는 언제나 환영이다. 후측방 모니터의 경우 장기적으로 사이드미러를 대체하게 된다. 그럼 차량 외관이 더욱 매끈해져 연료효율이 올라가고 잡스러운 바람소리는 줄어든다. 이런 기능이야말로 도입을 주저하거나 미룰 이유가 ‘1’도 없다.
AEB
◆ AEB
30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부산을 왕복해도 거뜬했는데 40대 중반을 향해가는 요즘은 운전대만 잡았다 하면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그러니까, 10여 년 전 내게 차량이 알아서 달리고 돌고 멈추는 기능은 운전 재미를 반감하는 성가신 훼방꾼이었지만 지금은 이보다 더 고마울 수 없는 든든한 수호자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력도 떨어지고 겁도 많아졌는지 이제는 AEB 없는 차를 더 멀리하게 된다. AEB는 긴급제동 장치, 전면 추돌방지 시스템 등으로 해석되는 Automatic 또는 Autonomous Emergency Brake의 약자다. 눈두덩이 철근만큼 무거워질 때뿐 아니라 운전 중에 소셜 미디어를 훑거나(그럼 안되지만!) 포켓스톱을 돌리다가(그럼 더욱 더 안되지만!) 방심해 앞차 뒤꽁무니를 들이받을 뻔한 위기에서 나를 얼마나 자주 구해주었는지 모른다. 차량 수리비며 병원 치료비, 자동차보험 할증 등을 생각하면 이만큼 ‘돈값’하는 기능도 흔치 않다.
링컨 컨티넨탈 메모리 시트
◆ 메모리 시트
차가 하나뿐이다. 주중엔 주로 내가 타고 주말에는 아내가 운전하는 일이 잦은, 문자 그대로 가족용 차다. 그런데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불편이 있다. 의자가 완전 수동 조절식이라는 점. 부부가 차를 함께 쓸 때 문제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운전한 다음에 일어난다. 시트 높이며 거리, 등받이 각도 등을 번번이 다시 조절해야 하는데 이게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대체로 다시 맞춰 타지만 갖가지 이유로 의자 위치만 조절하고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는 아내가 운전했을 때 상태 그대로인 채 일주일을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창 혈기 방장할 때 구입하면서 주위 충고는 귓등으로 흘리고 부득부득 전동 조절 기능 없는 시트를 얹었는데 그게 이렇게 독이 돼 돌아올 줄 몰랐다(젊어 연애할 때는 굼벵이 같은 전동 시트보다 등받이를 훌떡 넘길 수 있는 수동 시트가 더 요긴해 보였는데).
내게 전동 시트가 좋은 건 ‘전동’이라서가 아니라 시트 위치를 저장해둘 수 있다는 이유가 크다. 우리 부부처럼 차 하나를 번갈아 타는 경우라면 시트 메모리 기능은 더 절실하다. 기약 없지만 다음 차에는 메모리 기능이 있는 전동 시트가 필수다. 누군가는 차 두 대를 거느리면 어떠냐고 조언하지만 음, 시트 포지션 갈등 때문에 차 하나를 더 사는 건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