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3일 연중 제4주간 토요일
-반영억 신부
복음; 마르6,30-34 <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았다.> 그때에 30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 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31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32 그래서 그들은 따로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떠나갔다.33 그러자 많은 사람이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모든 고을에서 나와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34 예수님 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참 휴식은 주님과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사람은 때때로 ‘쉬고 싶다’ 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하는 일과 환경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자 합니다. 그런데 맘먹고 쉬려고 하면 꼭 일이 생기고 맙니다. 그러니 때로는 지금 있는 자리를 떠나는 것이 필요하고, 어느 특정한 날을 정하여 쉬는 것보다, 일상 안에서 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하는 일을 즐기는 법을 터득해야 오래도록 지치지 않을 것입니다. 20세기 위대한 별이었던 슈바이처는 “현대인이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밤하늘을 쳐다보며 우주를 생각한다면 현대 문명이 이렇게 병들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창조를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으며 이렛날에 복을 내리시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셨습니다(창세2,2-3). 휴식은 꼭 필요합니다. 재충전의 기회입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배를 타고 외딴곳을 찾아 떠났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예수님과 제자들이 가는 곳에 이미 도착하여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배를 타고 이동하였는데 모든 고을 사람이 육로를 통해 이동하였다는 것은 어떤 어려움도 기꺼이 감당하였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동시에 그들의 적극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고을에서 나왔다는 것은 자기들의 삶의 현장을 떠났다는 것을 말해 주는 데 그만큼 예수님의 인기가 좋았습니다. 스스로 내 세워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분을 둘러쌌습니다. 바깥에 있으려 해도 사람들이 그분을 중심에 모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보시고 측은한 마음이 드시어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습니다. 가르쳐 주셨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고기를 잡아 일시적으로 먹여 주시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셨다는 것으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르침을 통해서 영적인 갈증을 채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세례를 받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지내시는 분이 많은 데 사실은 이제 시작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행하고 또 부족한 것은 다시 배우고 ……. 주님께서 가르쳐 주셔야 할 것도 많고 우리가 배워야 할 것도 많습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는 법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너무 고달프셨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사랑이시고 우리에 대한 사랑이 크시기에 모든 수고로움을 수고로움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측은한 백성과 함께할 수 있음이 오히려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사랑에 불타는 영혼은 조금도 피로하지 않고 또 남을 피로하게 만들지도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외딴곳에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에 들어가 밤을 새우시며 기도하셨고(루카6,21), 이른 새벽, 동트기 전 외딴곳에서 당신을 파견하신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는 시간을 결코 소홀히 한 적이 없으십니다.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되셨던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기도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바빠서 기도하는 오늘이기를 바랍니다. 진정한 휴식은 주님과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무슨 일을 해도 내 일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일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11,28).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청주교구 내곡동주교좌성당:반영억 raphael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