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출생 1932년 10월 8일 전남 해남군,사망2010년 3월 11일 (향년 77세)]
오늘은 법정스님이 입적하신지 15주년이 되는 날이다.
스님의 속명은 '박재철'이고, 수십 권의 수필집을 통해 힘겨운 삶에 허덕이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사유의 기쁨과 마음의 안식을 제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가이자 '무소유'를 실천한 스님이었다.
목포상업고등학교를 거쳐 전남대학교 상과대학에 진학했으나 3학년 때인 1954년 출가하여 통영 미래사(彌來寺) 효봉스님의 행자로 있다가 다음해에 사미계를 받고 지리산 쌍계사에서 정진했다. 1959년 3월 양산 통도사에서 자운율사를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으며, 1959년 4월 해인사 전문강원에서 명봉스님을 강주로 대교과를 졸업했다. 지리산 쌍계사, 가야산 해인사, 조계산 송광사 등 여러 선원에서 수련하였다.
1960년대 말 봉은사에서 동국역경원의 불교경전 번역작업에 참여했다. 이후 〈불교신문〉 편집국장, 역경국장을 지내다 송광사 수련원장, 보조사상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서울 봉은사에서 운허스님과 불교경전 번역을 하던 중 함석헌·장준하·김동길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하여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1975년에 본래의 수행승으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 손수 불일암(佛日庵)을 지어 혼자 지냈으나, 또다시 사람들이 찾아오자 1992년 제자들에게조차 거처를 알리지 않고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혼자 지냈다. 1993년 시민운동단체인 '맑고 향기롭게'를 만들어 소리없는 나눔을 실천했으며, 1996년 성북동의 요정 대원각을 기부받아 1997년 12월 길상사를 개원한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대중법문을 해왔다.
'선택한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라는 청빈의 도를 실천하며 1976년 4월 산문집 〈무소유〉를 출간한 이후, 불교적 가르침을 담은 산문집을 잇달아 내면서 대중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저서는 〈무소유〉 외에 〈서 있는 사람들〉·〈물소리 바람소리〉·〈산방한담〉·〈오두막 편지〉·〈텅 빈 충만〉·〈홀로 사는 즐거움〉 등의 산문집과, 명상집 〈산에는 꽃이 피네〉·〈아름다운 마무리〉,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문집 〈일기일회〉·〈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번역서 〈깨달음의 거울(禪家龜鑑)〉·〈진리의 말씀(法句經)〉·〈불타 석가모니〉·〈숫타니파타〉·〈인연이야기〉·〈신역 화엄경〉·〈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스승을 찾아서〉 등 30여 권에 달한다.
폐암으로 투병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수고만 끼치는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마지막까지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다. 사후에 '더 이상 책을 출간하지 말라'는 유언에 따라 그의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들이 모든 책을 절판하기로 했다.
법정 어록
1.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내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2. 행복은 결코 많고 큰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간소함에 있다.
3. 가슴은 존재의 핵심이고 중심이다.
가슴 없이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
생명의 신비인 사랑도 다정한 눈빛도
정겨운 음성도 가슴에서 싹이 튼다.
가슴은 이렇듯 생명의 중심이다.
4.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라.
자신의 속 얼굴이 드러나 보일 때까지
묻고 묻고 물어야 한다.
건성으로 묻지 말고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귀 속의 귀에 대고 간절하게 물어야 한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있다.
5.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6.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 것이 들어설 수 없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여백이 본질과 실상을 떠 받쳐주고 있다.
7. 사람은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홀로 사는 사람들은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살려고 한다.
홀로 있다는 것은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고,
자유롭고, 전체적이고, 부서지지 않음을 뜻한다.
8. 빈 마음 그것을 무심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 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 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 있는 것이다.
9.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 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모두가 한 때일뿐.
그러나 그 한 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10. 나 자신의 인간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얼마나 높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또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가이다.
《 살짝 비우니 편한 것을》
마음 비우기 전엔 몰랐던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을 비우고
이제 알았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나니
비운 만큼 채울 수 있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마음 비우기 전에는 어떡하면 가득 채울까
욕심이 생겨나고,
무엇이든 갖고 싶은 생각으로 넘쳐 나던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마음 비우고 빈 몸이 되고 보니
세상이 바로 보이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빈 몸이 되기 전엔 허울 좋은 가식 덩어리가
가득 차서 넘쳐 흘러 내리던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이제야 알았습니다.
마음 비우기 전에는 세상 사람
모두를 불신하고 믿지 않았는데,
세상은 아름답고 향기롭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마음 비우고 이제야 알고 보니,
이렇게 쉬운 걸 예전엔 몰랐습니다.
가질 거와 버릴 것을 알게 되니
희망 찬 미래와 행복이 보이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 법정스님, 무소유의 행복 - 중에서
《 나 스스로의 행복 》
누구보다 더 잘 나고 싶고,
누구보다 더 아름답고 싶고,
누구보다 더 잘 살고 싶고,
누구보다 더 행복하고 싶은 마음들.
우리 마음은 끊임없이 상대를 세워 놓고,
상대와 비교하며 살아갑니다.
비교 우위를 마치 성공인 양, 행복인 양
비교 열등을 마치 실패인 양, 불행인 양
그러고 살아가지만,
비교 속에서 행복해지려는 마음은
그런 상대적 행복은 참된 행복이라 할 수 없어
무언가 내 밖에 다른 대상이 있어야만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 혼자서 행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저 나 자신만을 가지고
충분히 평화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나 혼자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 행복이 아닌
절대 행복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이 없어도
누구보다 잘 나지 않아도
그런 내 밖의 비교 대상을 세우지 않고
내 마음의 평화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나는 그냥 나 자신이면 됩니다.
-법정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