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밝게 더 기쁘게
오늘 말씀의 전례는 나무라는 공통소재가 나옵니다. 그럼 오늘의 전례는 이 나무들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요?
먼저 1독서는 향백나무가 나옵니다. “내가 손수 높은 향백나무의 꼭대기 순을 따서 심으리라. 가장 높은 가지들에게서 연한 것을 하나 꺾어 내가 손수 높고 우뚝한 산 위에 심으리라.”
에제키엘 예언자는 원래 사제였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멸망하고 바빌론으로 끌려가면서 예언 활동을 이어갔던 사람입니다. 사제였기 때문에 제사, 전례, 규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이스라엘의 멸망 전후로 활동하면서 아무래도 불행을 예고할 수밖에 없는 예언자였지만, 에제키엘서 마지막 장 마지막 절에 있는 말씀처럼 “야훼삼마”(주님께서 여기 계시다)를 외치며 구원을 선포하는 예언자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오늘의 독서를 본다면, 에제키엘이 이스라엘의 멸망과 바빌론 유배라는 이 절망의 상황에서 하느님의 주권에 의해 회복될 것임을 예언하는 것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향백나무 꼭대기, 가장 높은 가지는 다윗 가문, 다윗의 왕좌를 상징합니다. 꼭대기 순과 연한 가지는 메시아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상징들이 “내가 손수... 심으리라.”라는 대구로 맞추어져 있습니다.
순과 연한 가지처럼 겸손의 모습으로 오신 메시아는 하느님께서 손수 심으셔서 “온갖 새들이 그 아래 깃들이고 온갖 날짐승들이 그 가지에 깃들이는”(에제 17,23) 훌륭한 향백나무로 비유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메시아께서 두 가지 비유의 말씀을 하십니다. “저절로 자라는 씨, 작은 겨자씨”를 통해서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십니다. 어쩜 이렇게 독서 복음을 잘 붙여 놓았는지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에 대한 예언의 말씀과 비슷한 비유로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시는 것입니다.
메시아에 대한 예언의 말씀이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비유로 풀어낸다... “온갖 새들이 그 아래 깃들이고 온갖 날짐승들이 그 가지 그늘에 깃들이는” 향백나무가 우리 모두가 깃들일 수 있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비유를 설명한다... 이렇게 되면서 예수님의 비유 말씀은 단순히 하느님 나라에 대한 비유 말씀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구약의 말씀을 완성하고 더 풍성하게 만드는 신약의 기쁜소식이 됩니다. 이러한 전례의 풍요로움이 오늘 말씀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지고 누릴 수 있는 은총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졌습니다. 이러한 하느님 말씀, 예수님 말씀이 성령을 통해 자라나는 기쁨을 만끽하길 바랍니다.
첫댓글 “야훼삼마”... 아멘...
주님.
저도 작은 향백나무이고싶습니다.
그늘이 필요한 이에게 자리를 내어 줄 수있는 마음를 주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