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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기성회비를 구독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어느 듯 오늘이 64일째 마지막 편입니다.
이 소설을 매일연재로 쓰는 동안
무사히 한편도 날자 그러지 않고 쓸 수 있을까 염려했지만 무사히 마칩니다.
그것은 제 체력에 앞서 여러분의 격려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매일 하루도 그러지 않고 독후댓글 달아 주신 젠틀맨님, 나드래님, 느티나무님, 갯벌님 그리고 모나리님과 초혼, 정민님께 또 아현님 김소연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다시 체력이 보충되면 2편을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2편을 쓰게 되면 박성기회장의 인생역전과 삼숙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이번엔 해피앤딩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언제라고 기약할 수는 없지만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시고
행운이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불루보트
64 마지막회
작별
섬 등대에 첫눈이 내렸다.
첫눈이 내리는 등대는 시댁을 떠나 온 날부터 매일 친구가 되어주던 곳이었다. 뱃사람들에게 버려진 등대는 삼숙의 운명을 닮은 유일한 친구였다. 모태의 뱃속 같이 포근했다. 등대 안에 있으면 삼숙에게 등대는 많은 그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위로해주었다. 오늘, 이렇게 첫눈 오는 날도 삼숙은 등대로 올라갔다. 오늘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큰 섬 친구에게 전화하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등대로 오르는 능선에 하얀 꽃들이 피어있었다. 능선의 하얀 꽃들은 지난가을 피었던 억새가 첫눈을 뒤집어 쓴 모습이었다. 등대마당에 쌓인 눈 위에 삼숙은 커다란 하트를 그렸다. 하늘에서 신랑이 볼 수 있도록 가능한 크게 그렸다. 하트를 그린 삼숙은 등대 탑으로 오르는 좁은 원형계단을 단숨에 뛰어 올라갔다. 계단의 끝에 박성기회장이 서 있었다. 무슨 생각에 젖어 있는지 삼숙이 뛰어 올라오는 소리도 듣지 못한 듯했다.
삼숙은 바다를 내려다보고 서있는 박성기회장을 발견하고 발소리를 죽였다.
“저 손님,”
삼숙은 조심스럽게 박성기회장을 세 번 불렀다, 깜짝 놀란 박성기회장이 뒤돌아봤다.
“삼숙씨.”
“뭐하세요?”
고개만 돌린 박성기회장이 겸연쩍게 웃었다. 어깨 너머로 휘날리는 눈을 등지고 서있는 박성기회장의 웃음이 고독하게 보였다. 박성기회장의 그런 모습이 삼숙을 우울하게 했다.
“제가 방해했죠?”
“아닙니다. 눈 보러오셨나보죠?”
“저도 아니에요. 전 친구하고 통화하려고 왔어요.”
섬에서 외지와 통화하려면 이 등대로 올라와야 했기 때문에 삼숙은 항상 친구와 통화할 땐 이 등대에 올라왔다. 삼숙의 목적을 알아차린 박성기회장이 앞이마를 긁적이며 말했다.
“전 착각하는데 타고난 소질이 있나봅니다. 삼숙씨가 저를 찾아 온줄 알았죠.”
대답대신 삼숙은 웃었다. 웃는 삼숙의 표정이 참 좋았다. 아무리 봐도 삼숙의 웃음은 싱싱했다. 양 볼의 보조개가 오늘은 더 깊었다.
“웃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
삼숙의 얼굴이 빨개졌다. 다소곳하게 눈을 아래로 깔며 삼숙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예쁘다는 소리 들으면 전, 화나는데.”
“그럼 뭐라고 하죠?”
“못 생긴 대로 불러주시면 되는데.”
박성기회장은 고개 숙인 삼숙의 모습에서 안희정과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삼숙의 모습에서 박성기회장은 여자의 순수함을 발견했다. 태초, 이브의 순결함이라 생각했다.
“삼숙씨, 옛날 이야기하나해 드릴까요?”
박성기회장이 난간에 허리를 기대자 그 옆으로 삼숙도 다가와 나란히 섰다. 박성기회장이 이야기했다.
“옛날 옛날에요. 한 왕이 공주의 배필을 뽑았는데요. 나라 안에서 다 모인 신랑후보들에게 왕이 물었어요.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이 뭐냐? 그랬더니 모두 한결 같이 아름다운 꽃 이름만 댔습니다. 장미가 아름답습니다. 전 이 세상에서 국화가 제일 예쁩니다. 저는 튤립이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마지막 남은 신랑후보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그래서 공주와 결혼했죠.”
“뭐라고 했는데요?”
“전 목화 꽃이 제일 좋습니다.”
“왕이 물었죠. 왜 하필 목화꽃이냐? 신랑후보가 말했어요. 모든 꽃은 백일을 넘기지 못하지만 목화 꽃은 백년을 가도 변하지 않습니다.”
“정말 현명한 이야기네요. 목화는 솜이니까 그렇죠?”
“네, 이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운 꽃은 목화꽃이 아닐까요? 언뜻 보기엔 평범하지만 볼수록 깊은 아름다움. 목화꽃의 그 아름다움을 삼숙씨는 가지고 있습니다. 알 수없는, 신비한 매력이죠.”
삼숙은 더욱 빨개지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바다를 바라봤다. 이번엔 박성기회장이 놀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박성기회장은 삼숙이 목화 같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마음은 모두 진실이었다. 비록 어린 시절이었지만, 안희정은 발랄하긴 했어도 목화꽃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삼숙은 신랑이 죽은 후 남자의 사랑을 깨달았고 박성기회장은 시련을 겪은 후 인간의 참 모습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삼숙이 바다를 향해 말했다.
“사랑해 보신 적 있으세요?”
“아니요. 전 아직 사랑해 본적 없습니다. 받아 본적도 없구요.”
박성기회장이 다시 삼숙을 쳐다보며 말했다.
“삼숙씨는 사랑을 받아보셨으니까 잘 아시겠죠? 어떻던가요? 사랑이란 것이?”
“결혼은 했지만 전 사랑이 어떤 것인지 몰랐습니다. 그냥 막연히 좋아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럼 사랑하지 않으면서 결혼했나요?”
“네, 결혼과 사랑은 전혀 다른 것 인줄 알았으니까요. 사랑은 선택된 사람들의 사치고 결혼은 절박한 사람들의 삶인 줄 알았습니다.”
박성기회장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삼숙을 돌아봤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삼숙의 옆모습에서 연민을 느꼈다. 박성기회장이 말했다.
“지금 저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느껴집니다.”
“어떤 느낌인데요?”
“박하사탕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목마를 때 달콤하지만 쏴하게 갈증을 풀어주는 박하사탕 말입니다.”
“참 좋은 표현이네요.”
“삼숙씨는 어떤 느낌이셨는데요?”
“저는 사랑은 숭고하다고 믿어요. 시댁에서 쫓겨 온 후 저는 제 신랑의 사랑이 숭고했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아마, 사랑이란 것은 지나가고 나서야 깨닫는 것인가 봐요.”
그리고 한참 동안 두 사람은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다. 눈이 내려 어디가 바다고 어디가 큰 섬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보이는 그곳이 바다라고 생각했다.
한참 후 삼숙이 말했다.
“진짜에요?”
느닷없는 삼숙의 질문에 박성기회장이 의아해서 물었다.
“네에? 뭐가요?”
“저보고 예쁘다고 한 말 말이에요.”
박성기회장은 삼숙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너무 철없어 보이는 삼숙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어떨 땐 너무 어른스럽고 지금은 동화만화 속의 꽃 파는 소녀 같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허긴요. 제 신랑도 절 이 세상에서 젤 이쁘다고 했어요. 그러니까요. 손님이 두 번째에요. 절 이쁘다고 한 사람은요.오호호호호.”
삼숙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박성기회장은 삼숙이 갑자기 웃는 이유를 알았다. 너무 무거워지는 사랑 이야기를 털어버리려는 삼숙의 분위기 반전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잠시도 머물지 않는, 재생되지 않는 삼숙의 다양한 표현들이나 행동이 박성기회장을 지루하게하지 않았다. 포장되지 않은 리퍼상품의 요긴함에 탄복하던 때처럼 좌절과 체념에 빠진 박성기회장에게 삼숙의 그런 표정이나 이미지들은 새벽이슬 같았다. 박성기회장은 삼숙을 들여다봤다. 눈동자 안으로 들어갔다. 전혀 스케일링이 없는 혈관을 타고 삼숙의 구석구석을 돌았다. 마침내 삼숙의 말초신경 끝에 이르렀다.
갑자기 박성기회장이 삼숙의 손을 염치불구하고 잡았다. 이글거리는 남자의 욕정이나 욕망으로 잡은 손은 절대 아니었다. 왜 잡았는지 자신도 모르는 행위였다.
“삼숙씨.”
박성기회장에게 손을 잡힌 삼숙은 박성기회장을 빤히 마주 쳐다봤다. 박성기회장은 삼숙을 불러 놓고 남은 말을 하지 못했다.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었는데도 할 말이 없었다.
첫눈은 계속 내렸다. 박성기회장과 삼숙의 어깨에 목화송이만큼 눈이 쌓일 때까지 두 사람은 마주보고 서있었다.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등대에 있었다.
날이 들면 자은도로 간다던 박성기회장은 다음다음날, 날이 들었는데도 자은도로 가지 않았다. 봄이 될 때까지 섬에 있었다.
섬의 봄은 시금치 밭에 먼저 온다.
겨우내, 겨울바람에 납작 엎드려 있던 삼숙의 텃밭 시금치가 윤기 나도록 파랗게 돋기 시작했다. 반대로 박성기회장은 겨울이 가는 동안 삼숙에게서 안희정의 그림자를 하나하나 뜯어냈다. 안희정의 기억이 벗겨질 때마다 하나하나 삼숙의 새로운 모습이 들어났다. 들어나는 모습마다 싱싱한 시금치 잎사귀 같았다. 예초기가 훑고 간 풀냄새 같은 싱그러움이 박성기회장에게 의욕을 불러 넣었다. 안희정은 짧은 머리였지만 삼숙은 긴 생머리였고, 속눈썹은 안희정보다 길었으며 손은 안희정보다 검었지만 부지런했다. 웃는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안희정은 웃을 때 눈동자의 흰 창이 보였지만 삼숙의 눈동자는 더 빤짝거렸고, 검었다. 그 뿐만 아니었다. 안희정은 언제나 군림했지만 삼숙은 조용하게 묻혀 있기를 좋아했다. 특히 안희정과 비교 안될 만큼 다른 면이 삼숙에게 있었다.
안희정은 조금도 기다리지 못하는 성미였지만 삼숙은 기다리고 포용하는 여자의 순종이 있었다.
갯바위에 김이 완전히 자란 2월 말.
마지막 시즌의 김 채취하러 간 삼숙을 두고 박성기회장은 급하게 집으로 뛰어갔다. 잊고 온 갯바위호미를 가지러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집 앞에 거의 다다랐을 때 석축 끝의 스티로폼바지선에서 낚시하는 낚시꾼과 맞닥뜨렸다. 낚시꾼은 막 감성돔 한 마리를 걸고 있었다. 낚시꾼은 자세를 바꿔가며 물속에 처박힌 낚싯대를 세우고 있었다.
한참 만에 사력을 다하고 올라 온 감성돔은 50cm가 넘었다.
“이런데서 그런 놈이 나옵니까?”
박성기회장이 신기해서 물었다.
“이런데서라니요? 오름 감성돔은 이런 곳이 포인트입니다.”
박성기회장이 감탄해 마지않는 것을 보고 낚시꾼이 말했다.
“이 섬에 삽니까? 못 보던 분인데?”
“네. 여기 삽니다 당분간이지만요.”
“한번 해 보실랍니까?”
또 한 마리의 입질을 받은 낚시꾼이 말했다.
박성기회장은 낚시꾼이 가방에서 꺼내준 낚싯대를 잡았다. 넣자마자 감성돔이 물었다. 단 한번만 해보겠다던 박성기회장은 낚시에 빠졌다. 낚시에 미치면 세월 가는 줄 모른다는 말이 정답이었다. 박성기회장은 삼숙을 까맣게 잊었다. 박성기회장이 삼숙을 생각하고 깜짝 놀란 것은 물이 죽어 만조가 다 됐을 때였다.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가 갯바위호미를 챙겨들고 삼숙에게 달려갔을 때, 삼숙은 이미 맨손으로 작업을 다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박성기회장이 삼숙의 대바구니를 받아들며 미안해서 쩔쩔 맸다.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나도 모르게 낚시에 빠졌던 거 진짜 미안해.”
삼숙이 웃으며 말했다.
“어떤 일에나 집중하시는 것이 남자의 매력입니다. 전 그런 남자가 좋습니다.”
박성기회장은 그 순간 진짜 삼숙을 발견했다. 박성기회장이 발견한 것은 여정여정女晶餘情이었다. 여자의 이해. 여자의 포용. 여자의 순종. 여자의 기다림. 그것은 여자만의 인고忍苦다. 참 사랑이다. 참사랑이 없는 여자에겐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그날 밤 박성기회장은 삼숙에게 청혼했다. 신랑의 기억을 지우지 않아도 좋다는 조건을 내걸고 마침내 삼숙은 박성기회장의 청혼을 받아 들였다. 결혼식은 조촐하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혼을 약속한 3월이 왔다. 자연산 돌김수확도 거의 끝난 때였다.
박성기회장은 김 대신 삼숙과 바위틈에 자생하는 거북손을 따고 있었다. 삼숙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고 박성기회장은 삼숙을 마주보고 있었다. 그때 커다란 돌게 한 마리가 집게 발가락을 들고 삼숙의 엉덩이 밑 바위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박성기회장이 삼숙의 엉덩이 밑으로 돌게를 덮쳤다. 놀란 돌게는 박성기회장보다 더 날쌔게 바위틈으로 숨었다. 그 순간 삼숙도 놀랐다. 너무 놀라 벌떡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김발에 미끄러졌다. 박성기회장이 얼른 삼숙을 붙들었다. 삼숙을 붙드는 찰나 박성기회장은 쏠리는 삼숙의 체중에 중심을 잃었다. 박성기회장은 갯바위에 머리를 연달아 부딪치며 바다로 추락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파도가 밀려와 정신을 잃은 박성기회장을 쓸고 나갔다. 삼숙은 본능적으로 파도위에 뛰어 들었다. 밀려나간 파도가 두 사람을 갯바위로 밀어 붙였다. 갯바위를 넘실대는 바닷물에 붉은 피가 벌겋게 퍼졌다. 삼숙은 사력을 다해 축 늘어진 박성기회장을 파도에 실었다. 파도의 힘을 이용해 갯바위 위로 간신히 밀어 올렸다. 파도가 쓸고 나가면서 박성기회장은 갯바위에 걸쳐두고 삼숙만 실어 나갔다. 삼숙은 남은 기력을 다해 갯바위에 오르려고 했다. 그러나 미끄러운 갯바위에 자력으로 오를 수는 없었다. 파도에 더 이상 쓸리지 않으려고 남은 힘을 다해 먼 바다로 헤엄쳤지만 파도는 끝내 삼숙을 놓아주지 않았다. 파도에 내 맡겨진 삼숙은 갯바위에 붙은 어패류에 갈가리 찢긴 살점들로 너들너들 했다. 엄청난 피가 파도를 붉게 했다. 많은 피를 흘린 삼숙은 기진맥진해서 서서히 기력을 잃어가며 바다 속으로 갈아 앉았다.
마지막 기력이 소진하기 전. 갯바위에서 간신히 일어나는 물위의 박성기회장이 어른거리며 보였다. 박성기회장의 모습은 차츰 차츰 파도에 얼룩지며 멀어졌다. 삼숙은 마지막 기력으로 박성기회장에게 물속에서 말했다.
“당신이 살아 있어 전 행복합니다. 저를 잊지 말고 기억해 주세요.”
파도는 회오리를 만들어 삼숙을 갯바위에 두어 차례 거세게 밀어 붙인 후 바다로 삼숙을 실어 나가버렸다. 삼숙이 파도 따라 나간 자리엔 삼숙이 흘린 피가 노을에 더욱 빨갛게 물들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삼숙의 장례는 섬 뒷산에서 거행됐다.
매장에 앞서 한 가지 행사가 더 있었다. 박성기회장이 삼숙과 약속했던 결혼식이었다. 영혼결혼식도 일상 결혼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주례가 있고 주례사가 있었으며 사회자가 있고 하객이 있었다.
꼭 굳이 다른 점을 꼽으라면 신랑신부 입장만 달랐다. 신랑이 신부를 안고 들어왔다. 박성기회장이 삼숙의 영정을 가슴에 끌어안고 주례 앞으로 나아갔다.
“신랑 박성기군과 신부 박삼숙양은 평생을 함께 하기로 맹세합니까?”
주례를 맡은 스님이 물었다.
“네, 제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아내를 사랑할 것입니다”
“신부대신 신랑이 대답해 주세요. 신부 박삼숙양은 신랑박성기군을 평생 변치 않고 사랑합니까?”
“네, 밤이나 낮이나.”
박성기회장이 삼숙을 대신해 대답했다.
박성기회장은 그 말끝에서 엉엉 울었다. 박성기회장의 눈물이 삼숙의 영정사진에 뚝뚝 떨어졌다. 영정사진의 유리위에서 박성기회장의 눈물이 또르르 굴러 내렸다. 마치 삼숙도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분명히 박성기회장과 삼숙이 함께 울고 있었다.
봄바람이 불었다.
박성기회장은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흐느끼고 있었다. 박성기회장의 흐느끼는 소리가 등대를 향해, 바다를 향해 봄바람에 날아갔다.
매장이 끝났다.
어디서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왔다. 노랑나비는 박성기회장의 아내 박삼숙의 무덤 앞에 앉아 날개를 접었다 폈다 했다.
삼숙의 무덤은 바다가 가장 잘 보이고 햇볕이 가장 잘 들며 바람의 소통이 가장 원활한 곳이었다. 그래서 노랑나비는 오랫동안 삼숙의 새 무덤에 앉아 있었다.
이날은 박성기회장의 인생에서 아내를 소유한 날이기도 했지만 박성기회장이 어머니가방을 가지고 야반도주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본명을 사용한 날이기도 했다. 또한 유기오울진수산센터를 버리고 도주할 때 보다 더 비통한 하루였다.
삼우제가 끝난 날 밤.
비바람이 무섭게 섬을 강타했다. 금세라도 섬이 바람에 날려 가버릴 것 같았다. 허지만 박성기회장은 비바람이 두렵지 않았다. 이제 세상에서 두렵고 무서울 게 없었다.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굳이 두려운 게 있다면 삼숙의 체취가 묻은, 앞으로 남은 세월의 그리움들이었다.
박성기회장은 세월이 가면 더 커질 삼숙의 그리움들을 가슴에 묻어두기로 작심했다. 삼숙의 모든 체취가 바람에 흩어지지 않고. 비에 젖지 않고. 시간에 증발하지 않게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삼숙이 남기고 간 모든 것을 챙겼다.
비오는 캄캄한 밤이었지만 등대로 올라갔다. 등대계단을 오르며 처음 삼숙과 키스했던 때를 생각했다.
“눈에 묻혀 머리가 백발이 될 때까지 참 오랜 키스였지? 그때 당신이 나를 밀쳐 냈으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
박성기회장은 마치 삼숙에게 말하듯 말하며 등대로 올라갔다.
모닥불을 피웠다.
삼숙의 짐들을 하나하나 불에 태웠다. 마지막 가방하나가 남았다. 가방을 열어봤다. 가방엔 일기장이 있었다. 일기장엔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첫 장의 또박또박한 박삼숙 이름 석 자 외의 글자는 한 글자도 없었다. 가방 바닥에 또 하나의 노란 서류봉투가 있었다. 서류봉투를 뜯었다.
봉투를 뜯어 본 박성기회장의 두 눈이 모닥불에 휘둥그레졌다. 가방 속 상자 안엔 상장시세 170,000원짜리 30만주의 유가증권이 들어있었다. 그 증권의 포장엔 이런 서류가 한 장 더 첨부되어 있었다.
양도증서. 이 유가증권은 무기명식으로 최종소지자에게 법적 권한이 있음. 법무법인 변호사 유상덕
박성기회장은 아내 박삼숙의 증권을 발견한 후 어떻게 됐을까? 나는 박삼숙이 박성기회장에게 인생육성지원금. 그러니까 박성기회장의 인생을 위해 아내가 기성회비로 전액 기부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 기성회비로 유기오울진수산센터에 재투자했을까? 아니면 삼숙을 그리워하다 도박으로 탕진했을까? 또 아니면 삼숙을 기념하는 뜻에서 모자원에 전액 기부했을까? 아참. 그럴 리는 없겠지만 삼숙의 부모님께 돌려 드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허지만, 이 의문만은 내가 확신하게 풀 수 있다. 박성기회장 같은 머리에 그 돈을 삼숙의 부모님께 돌려 드리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왜냐면 상속해줄 자식도 없고 이미 인생의 마지막 아홉째 고개에 거의 다다랐으니까.
박성기회장이 아내의 증권을 어떻게 했는지 그건 알 수 없다. 왜냐면 그 후 그를 다시 만나지 못했으니까.
혹시.
그동안 이 소설을 읽으신 여러분 중에 그의 소식을 아는 분 있으면 문자 주세요. 후사하겠습니다.
아 잠깐.
또 한 가지 있네요.
여러분을 믿고 솔직하게 묻는데요. 여러분도 솔직하게 대답해 주세요.
박성기회장 같은 입장이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했을 겁니까?
아니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 당시, 환산하면. 쓸 만한 35평 아파트 한 채 값이 평균 1,700만원 정도였으니까 짐작되죠? 전 숫자머리가 나빠 영 계산이 안 됩니다. 그건 그렇고.
솔직한 여러분의 생각이 박성기회장의 소식보다 더 궁금하네요.
저요? 전요.
꼭, 길가다 뚜껑열린 맨홀을 건너가는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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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끝내 이루지못할 사랑 그러나 법적으로 삼숙의 영혼과 결혼 했으니
당연히 제산도 물러 받아야 하겠지요...
늦게 주무시군요
저는 마지막회 올리고 인사글 다느라 이제 막 자판 거두려던 중이었습니다
삼숙의 재산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 박성기회장의 재량이겠지요
나드래님의 솔직한 심정을 듣고 싶었는데....워낙 ....ㅎ
고운 주일되십시오
좀 아쉽고 허전한 기분이 듭니다.삼숙과의 만남이 잘이루어 젔는데
너무나 허무하게 작별을 고하고 말았으니 안타까울수밖에 없군요..
많은 제산은 박성기 회장이 갖을것 같슴니다.
...확실합니까?...박성기회장이 다 가진거요?..ㅎ
좋은날되십시오
먼저 64회동한 한번도 거르지않고 집필에 몰두해주신 작가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동한 많은 수고 하셨슴니다.
매회 읽을 때마다 웃음과 희망 안타까움으로 가슴조여가며 잘보았슴니다.
부디 건강 하시며 행복한날만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느티나무님의 격려와 진심어린 애정을 보내 주셨기 때문입니다
저역시 소설 마치고 나니 얼얼합니다..그리고 허전하구요
이제 살 붙이고 군더더기 자르고 다듬어야 겠죠....또 만나요
언제 끝나는 줄도 모르고 2달이란 세월을 퍼득 보내버렸군요..
64회 너무 잘읽었슴니다.그중에서도 삼숙이 시집 잘못간것이
그렇게도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던 것같슴니다.
결국 끝끝내 사랑 다운 사랑 한번 해보지못하고 섬에나서 섬에 무첬으니
끝내 아쉬움이 컸던것 같슴니다. 그동한 작가님 덕분에 잘읽었슴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처음 시작할 땐 예사로 생각했는데 40회 넘어가면서 좀 힘들었습니다
허지만 갯벌님의 격려와 댓글 있어 번번히 힘이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64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셨군요..
그동한 너무 수고 하셨슴니다.주인공 박성기 회장의 늠름한 모습과
삼숙의 티끝하나없이 밝은 모습 깊이 파진 보조게가 눈에 선히 그려집니다.
물론 삼숙의 죽음이 안타까울정도로 말입니다.
단편 치고는 좀 긴편이었지만 너무 제미있고 인상 깊었슴니다.
출간 하셔서 베스트 쎌러 하시길 기원해봅니다. 오늘도 건강 하세요 .작가님 ~
고맙습니다
초혼님의 관심이 하루도 안그러고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준거 같습니다
언제나 고운날 언제나 행복한 날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그동한 저의 농장 식구들을 위하여 작품 하나하에 매회때마다 심혈을 기울여 써주신 불루보트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막상 책한권 사서 읽기란 요즘 나이먹어가면서 읽기란 그리 쉬운건 아니지만
꾸준히 연제해주신 덕분에 한자 빼놓지 않하고 잘읽었슴니다.
고교시절에 책이라면 연애,순정 소설이되던 무작정 읽어보던 버릇처럼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듯
매회를 기다렸으니까요..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시한번 뜨거운정 느껴봅니다.
베스트 쎌러되시길 빌며 항상 건필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젠틀맨님 만난 이후 이번엔 제가 젠틀맨님의 우정에 보답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합니다
사실 이 소설 시작은 제 불로그 연재 목적이 아니고 부안뽕에 ..그러니까 외부유출 처음 시도해 보려고 한 건데요
몇회 쓰면서 부안뽕 식구들의 격려와 댓글들에 힘을 받았습니다. 전 그런면에서 행운아 인 셈이죠
좋은 친구들의 좋은 우정을 목격했으니까요..요즈음 젠틀맨님 말씀처럼 글 읽는 사람 귀합니다..더구나 책사는 사람은 더 없구요..모바일시대의 병든 모습이죠..종이로 보는 글자의 맛과 비교도 안되는데 말입니다
하여튼 젠틀맨님의 고운 우정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삼숙이를 위해서라도 박성기 회장과 결혼생활이 영원 했으면 좋았으련만
시작과 동시에 끝나버려 너무 아쉬운 점이많았슴니다.
벌써부터 후편이 기다려 집니다. 건강 하세요..
이슬긴님의 바람대로 어서 충전되면 고려해 보겠습니다. 보통 소설한권은 원고지로 800장 내외인데요.
이 기성회비는 1460장입니다..써 놓고 저도 놀랐어요. 이걸 64일동안 썼다는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고운 날되십시오
삼숙과의 만남이 너무 아쉽게 끝났군요..
제 생각 같으면 둘다 외로운 사람이니까 함께 오래 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생각 해봅니다.
역시 박성기회장은 돈복은 많은것 같아요..어쩻던 좋은 작품 주셔서 감명깊게 잘보았슴니다.
작가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늘,건강 하세요~
아하, 김소연님. 김소연님의 바램을 깨버린 것 같아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 기회 닿으면 더 멋진 독자 되주세요
김소연님 같은 예쁜 독자가 있다는 것이 전 영광이거든요
고맙습니다
그동한 수고 많으셨슴니다.박성기 회장 어머니의 쌈지돈 훔처 가출해서.
숙과의 콤한 연정으로 새롭게 출발 할줄 알았지만 결국 숙과 영영 오지못할 작을 고하고 나시길 빌겠슴니다.
고생끝에 유기오 수산 물류쎈타 건설하고 제난으로 망하고
말았으니 독자의 한사람으로 허무감 마저 느끼게 합니다.그동한 잘읽었슴니다.
출판하시고
모나리님 그동안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요즈음은 세태가 글 읽기 싫어하기 때문에 어떻게 어필할 수 있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글 쓰냐? 고민하며 보냅니다
제 인생을 마감하기 전에 읽지 않으면 궁금해서 견딜 수 없는 그런 글 꼭 남기고 싶은데..요연합니다
다음엔 더 흥미진진한 글로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