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4월 12일 아파트 화단
여러분이 하느님과 기도 속에서 만나기를 빕니다.
여러분이 겪는 일상의 고통 속에서
그분과 만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장애인 주일 미사, 1993. 5.16)
-[김수환 추기경의 묵상 달력] 4월 15일
* 예수님이 두 제자에게 똑같은 십자가를 내어주며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길 끝에 가 있을 테니 너희는 그곳까지 십자가를 지고 오너라!”
그들은 곧바로 십자가를 짊어지고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한 제자는
가볍게 십자가를 메고 가는데 다른 제자는 뒤쳐졌습니다. 결국 앞선
제자는 하루 만에 도착했고 뒤따라온 제자는 이튿날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늦게 온 제자가 십자가를 내동댕이치며 따졌습니다.
“주님, 왜 제게 더 무거운 십자가를 주셨습니까?”
“십자가는 둘 다 똑같은 무게였느니라!”
제자가 반문하였습니다. “그럼 저만 십자가를 옮기느라 쩔쩔맸다는
말씀입니까?“
그러자 주님이 그를 타이르며 말씀하셨습니다.
“십자가를 탓하지 말거라. 십자가가 무거웠던 이유는 바로 너에게 있었느니라.
네가 불평을 늘어놓을 때마다 십자가의 무게가 늘어난 것이다. 너보다 앞선
제자는 믿음을 안고서 지고 갔기에 갈수록 가벼워졌느니라.“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고통에 직면하면 대략 네 단계의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거부의 단계’와 ‘분노의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친 이들은
절대자와 ‘협상의 단계’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런 후에 마지막 단계인 ‘절망의
단계‘로 접어든다는 것입니다. 신앙인에게는 한 가지 단계가 더 있으니, 그것
이 바로 ‘희망의 단계’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부활을 바라보며 고통을
극복해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주님을 믿기에 슬픔과 고통 대신
기쁨과 영광만을 희망했습니다. 주님을 따르기에 실패와 수모가 아니라 성공
과 찬사만을 기대했습니다. 그 결과 십자가 앞에서 곧잘 하느님을 원망하며
그분께 등을 돌려왔습니다.
십자가는 분명 눈물과 시련의 길이자 처절한 죽음의 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
은 오직 이 길을 통해서 부활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고통을 통한
고통의 해결’은 중요한 진리 하나를 가르쳐줍니다. 곧 부활의 영광을 누리는
방법은 ‘십자가의 길’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은 진정 십자가의 예수님
이 ‘구세주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믿습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은 행복한 사람
들입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여러분도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합니다. 교황 회칙
「구원에 이르는 고통」에서 요한 바오로 2세는 말했습니다. “고통 속에는
신비한 치료의 능력이 들어있습니다. 괴로움은 두려워할 것도 아니요 피할 것
도 아닙니다. 고통은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하는 하느님의 도구입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