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생전-Starcraft>
작중에 등장하는 지명과 인물은 실제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
허생은 게임방 하나 없는 나주의 동신대 앞 호반 아파트에 살았다. 허생은 집에
라면 없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스타크래프트만을 좋아했으므로 가난하기
짝이 없었다. 그 아내가 광주의 게임방 아르바이트로 겨우 입에 풀칠을 했다.
어느 날, 허생의 아내는 배고픈 것을 참다못해 눈물을 흘리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당신은 한평생 래더에 들어가지도 않으면서 어쩌자고 스타만 하신단 말입니까?"
그러나 허생은 태연자약, 껄껄 웃었다.
"내 아직 마우스 조작이 서툴러서 그렇다네."
"그렇다면 IPX 플레이에서 팀 커맨더 노릇도 못 한단 말입니까.?"
"팀 커맨더 노릇을 평소에 배우지 못했으니 어쩌오?"
"그렇다면 하다못해 서포터라도 해야지요."
"서포터를 하려 해도 팀이 없으니 어쩌오?"
아내는 드디어 역정을 냈다.
"당신은 밤낮없이 스타만 하더니, 그래 치트키만 배웠수? 팀 커맨더 노릇도 못
한다, 서포터도 못 한다, 그럼 치터는 어떻수?"
허생은 이 말에 모니터를 끄고 벌떡 일어섰다.
"애석한 일이로다. 내 10년을 작정하고 스타를 하려 했더니 이제 겨우
7년이로구나."
그 길로 허생은 서울행 버스를 탔다. 그러나 서울 게임방에 아는 사람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는 게임방이 늘어서 있는 신촌 부근 거리를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러면서
길가는 사람은 붙들고 물었다.
"서울에서 제일 가는 게임방 주인이 누구요?"
그 사람은 서울에서 제일가는 게임방이라면 인터메카의 변씨라고 일러주었다.
허생은 그 게임방을 찾아갔다. 주인을 만나 절한 후에 단도직입적으로 잘라 말했다.
"내 집이 가난하여 배틀넷을 접속할 수 없소 그려. 배틀넷을 좀 해보고싶으니 ISDN
전용 회선을 하나만 빌려주시오."
"그렇게 합시다."
변씨는 대뜸 승낙하고는 전용 선로를 내주었다. 허생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가 버렸다. 변씨 집에는 이름난 래더 플레이어들과 3:3 팀플 전문 플레이어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문밖을 나서는 허생의 몰골을 보아하니, 이건 영락없는 거지가
아닌가. 이런 자에게 ISDN 전용 회선을 선뜻 내주다니.
"아시는 분입니까?"
"모르는 사람일세."
놀라 묻는 말에 대답도 태연했다.
"하루아침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전용 회선을 내버리시다니, 더구나 그 이름
석자도 묻지 않으시고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변씨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이건 그대들이 알 바가 아닐세. 이 사람은 우선 손가락이 길어서 마우스 조작에
능하여, 육망성 사이오닉 스톰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터이고, 모니터를 보는
시야가 넓어 미니 맴과 전술 맵을 한번에 보아 멀티에 능할 것일세. 래더 순위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벌써 전부터 자신의 실력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어."
전용 회선을 손쉽게 얻은 허생은 집에도 가지 않고 KPGL 리그에 신청서를 내어,
단번에 우승하고 이후 열리는 스타크래프트 경진대회마다 우승을 독차지하여
상금을 독차지하였다. 이후 그는 배틀넷 전적 300승 3패, 래더 랭킹 1위로 곧바로
뛰어 올라 배틀넷계를 시끌벅적하게 했다. 3패는 허생에게 계속 졌던 치터들이
짜고 4:4 팀플에서 배신을 때려 7:1로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허생의 주된
래더 플레이는 13배럭스를 운용하는 마린 러쉬였다. 신주영이 사용하였던 12배럭
마린 러쉬를 능가하는 환상의 러쉬였다.
팀플레이서도 허생의 플레이는 빛을 발하였다. 3;3 혹은 4:4 팀플에서 허생은 항상
팀 커맨더를 하면서 상대방의 멀티장소를 보는 족족 찾아내어 걸레를 만들어
놓았으며, 유닛 생산을 분담시켜 같은 팀의 서포터들이 삽질을 하지 않게 배려를
하였다. 또한 다크 아칸의 마인드 컨트롤을 사용하여 항상 파일런 수치를 600으로
하여 유닛을 만드는 족족 3부대씩 지정하여 멀티를 방해하고 상대 플레이어들을
엘리시켰다.
이렇게 되자 오래지 않아서 허생과 같이 팀플하는 사람들은 배틀넷 전적이 모두
100승 이상을 올리게 되었고, 사람들은 허생과 같이 팀플하기를 청하여 허생의
아이디만 뜨면 팀플 자체가 무산될 지경에 이르렀다.
"허어, 겨우 이런 허접한 플레이로 배틀넷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니 배틀넷
플레이어들 전략의 심천(深淺)을 알만하구나!"
허생은 이렇게 탄식했다.
팀플을 끝낸 다음 그는 인터넷의 유명 길드 고수들에게 1:1 래더맵 배틀을 신청
하여 모조리 고수들을 엘리시키자 유명하다던 길드들은 풍지박산이 날 지경이었다.
"얼마 못 가서 인터넷 스타길드란 길드는 모조리 재개편이 될 것이다."
과연 허생이 장담한 대로 얼마 가지 않아서 인터넷의 유명 길드들인 스텔라
나이트, 새도우 헌터, 어글리 오크, 엔젤 오브 둠등은 모두 해체되고 새로운
길드들이 난립하면서 스타 배틀넷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어느 날 허생은 게임방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물었다.
"인터넷에 혹시 치터들과 디스커넥터들이 머물만한 서버가 있는가?"
"있습지요. 옛날에 포르노 사이트 검색을 하느라 사흘 밤낮을 새다가 한 서버에
닿았는데, 날마다 새로운 E-mail 주소를 100개씩 나누어 주고, 매일매일 새로운
야사가 업그레이드 되는 곳입니다."
허생은 아르바이트 학생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했다.
"자네가 만일 나에게 그 서버의 주소를 가르쳐 준다면 평생 동안 함께 래더 순위
10위권 안에 들 것일세."
아르바이트 학생은 허생의 말을 좇았다.
이리하여 접속 노드가 10000bps를 넘나드는 날을 기다려 곧장 서버주소를 입력하여
아르바이트 학생이 말한 서버에 이르렀다. 허생은 서버에 한 번 해킹하여 리눅스
소스를 한번 일별한 후에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듯 이렇게 말했다.
"하드가 500기가가 채 못 되니 무엇에 쓴단 말이냐. 다만 주소가 복잡하고
업그레이드 되는 야사가 볼만하여 짱박혀 있을만한 서버는 되는구나."
사공이 말했다.
"E-mail 주소가 텅텅 비고 하나 구경할 수 없으니 누구와 더불어 산단 말입니까?"
"야사가 있는 사람에게는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오게 마련이지. 야사가 없는 것이
걱정이지, 어찌 사람이 없는 것을 근심하겠는가."
이때 배틀넷에 수천의 치터들과 디스커넥터들이 나타나 배틀넷 서버가 정지할
지경에 이르렀다. 블리자드에서는 PGL 리그 우승자들까지 풀어서 치터와
디스커넥터들을 잡으려 하였으나 치터의 무리를 쉽사리 소탕하지 못했다. 그러나
치터와 디스커넥터들 역시 각 배틀넷 관련 서버에서 대대적으로 접속을 막고
나서니 쉽게 나아가 배틀넷 플레이를 하기가 어려워져 마침내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 서버 한 곳에 몸을 숨기고, 급기야는 스타를 할 수 없어 손에 가시가 돋을
지경이었다.
허생은 이 소문을 듣고 치터들의 서버에 메일을 보내어 채팅을 하였다.
"너희들이 맵핵을 써서 한 번 플레이에 몇승을 올릴수 있느냐?"
"그야 한 번에 1승이지."
"그럼 너희들에게 배틀넷 패스키는 있는가?"
"없소."
"그럼 배틀넷 아이디는?"
"흥, 키가 있고 아이디가 있으면 왜 치트키를 써?"
"정말 그렇다면 왜 패스키를 얻어 새로 아이디를 만들어 배틀넷에 접속하지
않는가? 그렇게 하면 치터나 디스커넥터란 더러운 이름도 듣지 않을테고, 래더의
1대 1 플레이 진수를 맛볼수도 있을 것이고, 언제 정체가 탄로나 집단 다구리를
당할까 하는 두려움도 없을텐데."
"허허, 누가 그걸 몰라서 그래? 치트키를 안쓰면 지니까 그렇지."
허생은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스타를 하면서 어찌 실력이 없는 것을 근심한단 말이냐? 정 그렇다면
내가 실력을 쌓게 해주지. 내일 접속하면 붉은 제목으로 되어있는 스팸 메일이
도착해 있을 게다. 그것은 다 배틀넷 패스키와 아이디, 그리고 각 종족별 빌드
오더와 러쉬, 러쉬 방어법이 각각 10개 이상 적혀 있는 메뉴얼이 들어있는
메일이다."
이렇게 말하고는 접속을 끊어버렸다.
치터들은 하도 말 같지 않아서 모두 미친놈이라고 웃어댔다. 그러나 다음날 혹시나
해서 outlook express를 검색해보니, 정말로 패스키와 아이디, 그리고 자세한
종족별 매뉴얼이 적혀있었다. 그 매뉴얼의 내용은 테란은 삼각벙커와 육망성
방어진, 시즈 최적화와 메카닉 테란, 바이오닉 테란에 관한 것이었고, 저그는
래더 상위 랭커들이 애용하는 뮤탈 러쉬와 100% 럴커 드롭법, 종합선물세트의
운용에 관한 것이었으며, 프로토스는 5분만에 가능한 다크 템플러 러쉬, 아비터
최적 운용법과 삼색 공격도 막아내는 힘의 장벽 운용법, 스카우트와 캐리어의
최적화 운용법이었다.
치터와 디스커넥터들은 이건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두 허생
앞으로 메일을 보내 채팅하기를 청하였다.
"그저 고수님의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디 너희들이 나를 한번 깨보거라."
허생의 말이 떨어지자 치터들은 앞을 다투어 마우스를 잡고 스타를 실행했다.
그러나 욕심뿐이지 제아무리 스타깨나 한다는 놈일지라도 1:1로는 허생을 이길 수
없었고, 1:2로도 힘들었다.
"테란의 육망성 방어도 못깨는 주제에 너희들이 무슨 스타를 한단 말이냐?
그렇다고 이제 평범한 배틀넷 플레이어로 돌아가려고 해도 너희들의 이름이
치터나 디스커넥터 명부에 올라 있으니 그것도 안 되고, 그렇다면 갈 곳도
없겠구나. 그럼 잘 되었다. 내 E-mail 주소가 여기 있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그 패스키와 아이디, 매뉴얼로 래더에서 10승씩 올려보거라. 그 다음 내 주소로
메일을 보내거라. 너희들의 실력을 한번 보겠다."
치터들은 대답하고는 저마다 빌드오더와 유닛 운용법을 복습하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치터들은 기일이 되자 모두 모여들었다. 허생은 그들에게 모두 E-mail
주소를 공급하고, 허생 길드를 조직하여 손수 마우스 조작법부터 가르쳤다.
허생이 치터들을 몰아갔으므로 이때부터 배틀넷 안도 잠잠해졌다.
배틀넷에 들어가자, 곧 SCV를 찍어 미네랄을 캐고, 배럭을 만들고 벙커를 세웠다.
순식간에 4드론 저글링 러쉬가 들어왔지만 SCV를 이용하여 막아냈다. 그런 다음
다시 마린 1부대를 만들어 역러쉬를 하였다. 상대는 4드론 러쉬에 모든 것을 걸었
기 때문에 성큰 1개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마린이 드론을 잡는 거나 다름 없었다.
이런 식으로 플레이를 하여 허생 길드는 곧 배틀넷 상에서 최고의 고급길드로 자리
매김하였고, 래더 상위 랭킹에서 허생 길드 출신이 70%를 차지하게 되었다. 허생
길드의 래더 점수를 모두 합하면 십만점에 육박하였다.
"이제야 뭘 좀 해본 것 같구나."
허생은 탄식하고 나서 서버의 치터들 1000명을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내 처음 너희들과 이 서버로 올 때에는 먼저 팀플 고수가 되게 한 다음에, 따로
길드 마스코트도 만들고 블리자드에 길드 등록도 하고, 래더 상위 랭킹에 너희들
이름을 모두 올려보려 했었다. 그러나 하드 용량은 좁고 내 실력도 부족하니 이제
나는 이곳을 떠날까 한다. 너희들은 새로운 길드원이 가입하면 오른손으로 마우스
를 잡고 왼손은 키보드에 올려놓도록 가르치고, 또 조금의 여유라도 있으면 멀티를
뛰도록 하여라."
그러고는 배틀넷 아이디와 패스키들을 모조리 휴지통에 드롭하고, 휴지통을
비워버렸다.
"러쉬를 가지 않으면 역러쉬 하는 사람도 없을 게다."
또 남은 최적화 빌드오더와 매뉴얼들을 아무 e-mail 주소로 메일을 보내버렸다.
"재수 좋은 놈이 얻을 게다. 이제 저 빌드오더는 허접한 게임방에서도 통하지 않을
터이니."
마지막으로 치터중에서 아직도 1:3 컴퓨터 플레이시 치트키를 쓰는 사람들을 골라
내었다.
"이 길드에서 치터을 뽑아버려야 한다."
이로부터 허생은 게임방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실력 없는 플레이어들 상대로 돈내기
1:1을 하여 수십만원을 벌어서 전용 회선 10개를 수중에 넣었다.
"이것은 변씨에게 빌린 것을 갚아야겠군."
허생은 실로 오랜만에 변씨를 찾아갔다.
"그대는 나를 기억하겠소?"
변씨는 놀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대는 얼굴빛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군. ISDN 전용 회선을 가지고도 래더 점수
1000점도 못얻었단 말인가."
허생은 웃으며 말했다.
"래더 점수로 인해서 얼굴이 좋아지는 것은 그대들에게나 있는 일이요. 래더
점수가 어찌 도(道)를 살찌게 한단 말이오."
그러고는 전용 회선 10개의 접속 번호와 패스워드를 변씨에게 주었다.
"내 하루아침의 주림을 견디지 못하여 스타의 모든 전술을 마스터하지 못했소.
그대에게 회선 얻은 것을 부끄러워할 따름이오."
변씨는 크게 놀라 일어나서 절했다. 그리고 전용 회선 10개를 사양하고 허생에게
인터메카 지점장중의 한 자리를 주려 했다. 그러자 허생은 화를 벌컥 내며,
"그대가 어찌 나를 지점장 취급을 한단 말이오."
하고는 마우스를 홱 뿌리치고 일어나 가버렸다.
변씨는 더 말해야 소용이 없을 줄 알고 가만히 그 뒤를 밟아보았다. 그는 곧장
버스를 타고 나주로 가더니, 동신대 앞 호반 원룸 아파트로 들어가 버렸다. 마침
경비실에서 경비원이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저 앞동 2층 끝방이 누구 집이요?"
"허생원 댁이라우. 늘 가난하면서도 스타만 좋아하더니, 하루아침에 아파트 문을
나선 후로 소식이 끊긴 지 5년이오. 그 처가 혼자 살면서 남편이 나간 날로 남편
컴백홈 기원 배틀넷 플레이를 한다우."
변씨는 비로소 고수의 성이 허가라는 것을 알고 한숨을 내쉬고 돌아섰다.
다음날 변씨는 허생에게서 받았던 ISDN 회선을 모두 거두어 가지고 오막살이를
찾았다. 그러나 허생은 여전히 사양했다.
"내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100개 회선을 버리고 10개 회선을 취하겠소? 내 이제
부터는 그대의 덕을 보고 살 것이니, 그대는 수시로 나를 돌보아주오. 시간을 계산
해서 전화비를 내주고 손을 재어서 손에 맞는 마우스를 준다면 한평생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오."
변씨는 여러 가지 말로 허생을 달래보았지만 허생은 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이로부터 변씨는 허생의 전화세를 계산해서 통장에 넣어주고, 밤샘 팀플에 배
고프지 않도록 라면을 보내주고 눈이 심심하지 않도록 수시로 메일함에 야사를
넣어주곤 하였다. 그러면 허생도 흔연히 반가워하였지만 혹시 분수에 넘치는
동영상 같은 것을 보내면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래더 배틀방을 만들어 쪽지를
보내면 평소보다 더욱 반가워하면서 서로 1:1 배틀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두어 해가 지나니 두 사람의 정은 날로 두터워져서 백년지기처럼 다정해졌다.
언젠가 변씨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다섯 해 사이에 어떻게 해서 그렇게 쉽게 최고수 길드를 조직해서 래더 점수
십만점을 벌었는가?"
"그건 쉽게 알 수 있는 일일세. 헌터맵은 8개로 나누어져 있지만 3시와 9시는
입구가 멀고 멀티 뛸 수 있는 여건이 좋지 않고 11시와 5시 방향은 12시와 6시
멀티를 쉽게 먹을수 있는 특징이 있고, 무엇보다도 헌터맵에서는 중앙을 잡는
사람이 이기는 것 아닌가. 마린 1부대와 레이스 1부대로 상대를 엘리 시킬수는
없지만, 레이스로 멀티를 방해하고 시즈와 벙커로 육망성 수비를 단단히 하는게
바로 테란이야. 그리고 테란의 주축 유닛은 뭐니뭐니 해도 역시 마린이야. 마린은
미네랄이 50이고 서플라이를 하나만을 차지하니 생산하기도 쉽고 메딕이 있어
무한정 스팀팩을 쓸 수 있고, 파이어뱃과 조합하면 금상첨화일뿐 아니라 마린
개떼 러쉬는 어떤 러쉬 못지 않은 좋은 러쉬법이니 마린은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한
유닛이야. 함부로 우습게 볼 유닛이 아니지. 12배럭 마린 러쉬 정도는 13분정도면
준비 완료가 되지. 마린이 시원치 않더라도 나머지 시즈들이 후방지원을 할 것이니
이건 보통 허접한 플레이어들이 하는 승수쌓기의 방법이네. 게다가 배틀 3부대와
발키리 2부대, 사베 1부대면 대개 상대 플레이어 하나정도는 엘리 시킬수 있으니,
그렇게 되면 3:3에서 2:3이 되는 것 아닌가? 래더도 마찬가질세. 그물의 코처럼
한 번 스캔으로 훑으면 클락킹 유닛을 모조리 볼 수 있는 거야. 또한 고스트는
가만히 있겠는가? 아무리 고수라도 핵점이 5개가 찍히면 당황하게 마련이지.
또한 스캐닝을 한다 해도 5개 모두를 없앨수는 없는 거야. 이를테면, 배틀크루저
위에 슬그머니 핵을 놓는다든지, 캐리어 위에 핵을 놓는다든지 하면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되지. 더블 벙커를 해서 벙커 속에 시즈를 놓는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지.
그러나 이것은 정당한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들을 못살게 하는 방법이야.
플레이어들을 치터로 만들기 좋은 방법이지. 훗날에라도 길드 멤버들이 앞다투어
이러한 방법을 쓰게 된다면 배틀넷은 곧 치터들 천국이 되고 말 거야."
변씨는 듣고 나서 다시 물었다.
"그럼 처음에 내가 ISDN 회선을 내어줄 것을 어떻게 알고 나를 찾아왔던가?"
허생은 말했다.
"자네가 꼭 내게 줄 것이라고 믿은 것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인터메카정도의
게임방을 가지고 있는 게임방 업주라면 내주지 않을 수 없을 거야. 나 스스로
재주를 헤아려보면 넉넉히 래더 랭킹 1위는 할 수가 있을 것 같지만, 운명은
서버 접속 속도에 달려 있는 만큼 아무도 그것을 알지못하거든. 그러므로나를
알아보고 써먹는 사람은 복이 있는 사람일세. 반드시 랭킹 1위가 된 위에 PGL 리그
1위도 하라고 하늘이 명한 거야. 그러니 회선을 내주지 않을 까닭이 있나. 이미
회선을 얻었으니, 그로부터는 그 회선을 빌려서 행한 것뿐일세. 그리고 행하면
성공하였지. 만일 내가 내 전화선 혼자서 일을 시작했다면 전화세로 그 성패는
알 수 없는 일이 되었을 것이야."
변씨는 허생의 그 재주가 아깝다고 생각했다. 자기와 같은 허접한 스타플레이어
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전술이요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큰 그릇을 어찌 썩힐
수 있단 말인가?
"바야흐로 지금 한국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전날 PGL 리그에서 받은 리그 치욕을
씻으려 하고 있네. 손빠름과 절묘한 유닛 운용법을 갖춘 플레이어로서 마우스를
들고 한번 일어나서 러쉬를 펼쳐볼 만한 때가 아닌가. 자네와 같은 재주를 가지고
어째서 묻혀 살며 그대로 썩힐 수가 있단 말인가."
"허허, 예로부터 한평생 묻혀 산 고수가 어찌 한둘에 그치겠는가? 저 삼삼 길드의
이모 군으로 말할 것 같으면 3;3에서 동맹이 배신하여 1:5가 되어도 배짱있게
플레이할 사람이었지만 삼삼 길드를 탈퇴하여 지금은 군대에서 삽질하고 있지
않겠나? 나로 말하면 멀티에 솜씨가 있어. 자원먹는 것으로 승부하는 것이라면
자원 모으기는 배틀 크루저로 200 서플라이를 채울수 있을 정도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은 사람들이 멜리(Melee)만을 원하기 때문이야."
변씨는 후하고 긴 한숨을 쉬고는 돌아갔다.
변씨는 전부터 한국 최고수 신주영과는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신주영이 길드의
새로운 정회원을 뽑고자 하여 그에게 숨은 고수를 물어 보았다.
"요즘 항간에 기이한 러쉬법을 숨기고 있는 사람으로 함께 래더에서 이름을
날릴만한 인물을 찾고 있다네."
변씨는 그제야 생각이 나서 허생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신주영은 그런 인물이
나주에 살고 있다는 소리에 크게 놀랐다.
"기이한 일이로군 정말 그런 사람이 있을까. 그래 그 사람의 이름은 무어라고
하던가?"
"내가 3년을 그와 함께 스타를 했지만 아직 그 이름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고수임에 틀림없네. 자네와 같이 그 사람과 스타나 한번 하세."
이윽고 밤이 되자 신주영은 배틀넷에 접속하여 몰래 허생에게 비밀 메일을 보내어
채팅 하기를 청하였다. 변씨는 신주영을 잠시 대기실에 두고는 혼자 대화방 안으로
들어가 허생을 만나보고 신주영이 채팅을 청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다. 허생은
보는 둥 마는 둥하면서 말했다.
"어서 빨리 배틀넷 방이나 만들게."
그래서 두 사람은 리버스틱스 맵에서 즐겁게 1:1을 하였다. 변씨는 멀티를
뛰면서도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신주영이 민망스러워 거듭 신주영의 일을
이야기하였지만 허생은 아예 대화창을 닫아버리고 럴커 드롭을 시도하였다.
밤이 이슥해졌다. 그제야 허생은 말했다.
"손님을 불러볼까."
신주영이 대화방에 들어왔다. 그러나 허생은 '안냐세요?' 등의 의례적인 인사
마저도 하지 않았다. 신주영은 마우스 둘 바를 몰라 하다가 마침내 길드에서
고수를 구하고 있다는 자기의 뜻을 타이핑했다. 허생은 커서를 휘저었다.
"밤은 짧고 배틀 스케줄은 많으니 지루하군. 지금 자네 래더 랭킹은 몇 위고
배틀넷 전적은 얼마인가?"
"래더 랭킹 5위이고, 배틀넷 전적은 230승 20패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길드에서는 믿을 만한 팀 커맨더겠군. 자네 고스트 1부대로
캐리어 12대를 모두 락다운 시킬수 있나?"
신주영은 머리를 떨구고 한참 동안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어려운가 합니다. 그 다음의 일을 듣고자 하옵니다."
"나는 둘째 번이라는 것은 배우지 못했네."
쪽지를 계속 보내어 재삼 묻자. 허생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면 5분 안에 뮤탈 러쉬를 감행할 수 있는가?"
이것도 정말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닌가. 신주영은 한참이나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어렵겠습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그럼 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그럼 아주
쉬운 문제를 낼 터이니 자네가 할 수 있겠는가?"
"원컨대 듣고자 합니다."
허생은 말했다.
"스카우트 1부대를 레이스 1부대로 깰수 있겠는가?"
신주영은 얼빠진 듯 멍하니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프로토스의 옵저버는 가만히 있지 않을 터이니 클락킹을 해도 무용지물일 터인데
어떻게 공중전 동급 최강 스카우트를 종이비행기 레이스로 깰 수 있겠습니까."
이 말에 허생은 버럭 화를 냈다.
"도데체 래더 상위 랭커란 어떤 놈들이며 길드 고수들이란 대체 어떤 놈들이냐?
우리나라는 배틀넷 탄생 이래로 스타 고수들을 계속 배출해낸 고수들의 땅이다.
그렇건만 지금 배틀넷에서는 한국의 치터들과 디스커넥터들로 그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치터들의 면면을 보면 거의가 다 어린 초등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배틀넷의 기본 예의를 가르쳐, 최소한 게임 시작 전에는 good luck,
게임 끝나고는 good game정도는 상대에게 보낼 줄 아는 예절을 갖추게 하였다면
한국이 치터의 나라, 디스커넥터의 나라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것 아니냐?
그리고, 허접한 빌드오더 한 두개, 러쉬 몇가지 가지고 다들 제멋대로 고수라고
칭하니 얌통머리가 없지 않느냐? 지금 길드의 고수를 구하겠다고만 하고, 우리
나라의 치터들과 디스커넥터들에게는 관심조차 없어? 내 비로소 세 가지를
말했으나 너는 그 중 한 가지도 못 한다 하면서 그래도 래더 상위 랭커 노릇을
한단 말이냐? 그래도 굳이 길드 고수라고 하겠느냐? 이런 놈은 엘리 시키는
것이 옳다."
허생은 마우스를 움직여 고스트로 핵 8개를 동시에 떨어뜨릴 기세다.
신주영은 크게 놀라 엉겁결에 접속을 끊고 나와버렸다.
다음날 그는 다시 허생의 주소로 메일을 보내었으나, 이미 주소는 사라지고,
잘못된 주소라는 메시지만 뜰 뿐 허생의 종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첫댓글 엔터를 사랑하자 횽아 왔다 발업해라 ↓
업그레이드 완료 스크롤의 압박
↑ 엔터를 아끼지마세요 10초준다 업글해라 -ㅠ-;;
오오 진자 허생전이랑 스토리는 비슷한듯=_= 대단하심.. 이걸 언제썻을지 궁굼
허생전은 알겠는데 스타를 잘 몰라서 안 웃기당 ㅠㅠ
읽기 귀찮아-_-"
이걸 읽으라구??
어떻게 읽어 이걸
읽은 난 뭐지.
도저히 눈이 아파서 못읽겠어요..ㅠ.ㅜ 님이 줄거리 요약해 주세요.↓
줄거리 요약: 허생크레프트
엔터좀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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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마린이면 저글링이 달려들다 죽을듯?? 다크스웜 깔면 또 틀려지겠지만..ㅋ
와, 진짜 잘썼네 ㅋㅋ 진짜 허생전 읽는거 같다 -_- ㅋㅋ 나름대로 교훈도 있군 ㅋㅋㅋ
역시 혀생전
↓무슨내용인지 요약해 주세요↑-_-
허생전과 스타크래프트라 오호 ㅋㅋ
교과서 고대로 배낌 ㅋㅋㅋㅋ 읽다 지쳐 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