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통일/역사=플러스코리아 오주르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철도노조의 파업을 규탄하는 세 번째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지난 5일 1차 호소문에서는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수서발 KTX 법인화가 노조의 주장과 달리 민영화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2차 호소문에서는 “한치의 흔들림 없이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선언한 뒤 노조원 7600여명을 직위해제했다.
대자보 ‘안녕’까지 패러디, 하지만 의미 왜곡시켜
그러더니 15일 고려대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를 표절한 3차 호소문을 등장시켰다. 대자보가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코레일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되자 역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철도파업에 정치세력이 개입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은 불법파업으로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대자보를 패러디해 국민적 감성에 호소해 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대자보 ‘안녕’의 의미를 정반대로 왜곡해 사용했다.
몰이해 때문일까. 대자보의 ‘안녕’은 불의와 권력의 횡포에 무관심한 상태를 비꼬아 한 말이었지만, 코레일 사장은 따숩고 배부르면 그게 전부인 상태를 ‘안녕’이라고 정의했다. “안정적인 직정을 다니는 코레일 직원들이 파업을 하는 것을 젊은이들이 어떻게 보겠습니까”라고 큰소리 치는 최연혜 사장. 너무 안녕해서 탈이다.
너무 안녕한 최 사장 "민영화 아니다", 주장 들여다보니
일자리와 봉급 보장해 줄 테니 민영화를 하든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말라는 식이다. 대자보가 일깨우고자 한 ‘무관심속의 안녕’에 그대로 빠져 있으라고 국민과 노조를 향해 강변하는 거다.
코레일 최 사장은 수서KTX 법인설립이 민영화가 아니라며 그 근거로 ▲신설법인은 코레일 자회사로 출범 ▲수서 법인 사무실 코레일 본사 안에 위치 ▲법인 대표를 코레일 상임이사 중에서 선임 ▲지분 41%까지 코레일 보유 가능 ▲공공부문에만 주식 양도 등을 제시했다.
수서KTX를 별도 법인화하는 게 꼭 필요하다며 그 이유로 ▲코레일 누적 적자 해소 ▲철도 경쟁력 강화 ▲요금, 서비스, 경영 개선 등 경쟁체제 도입 효과 등을 내세웠다.
코레일 주장은 코미디 수준... 국민은 얼간이?
국민과 노조를 얼간이로 보나 보다. ‘민영화 아니다’라며 제시한 근거는 언제든지 주주총회 열어 정관 바꾸면 없어질 것들에 불과하다. 대주주가 코레일일 테니 맘만 먹으면 주식을 민간부분에 내다파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닌가.
적자해소와 경영개선을 위해 KTX를 둘로 쪼개야 한다는 주장은 저급한 코미디 수준이다. 대략만 살펴보아도 코레일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이고 왜곡돼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코레일 사업부문에서 KTX는 알짜배기다. 영업이익률 30%에 달해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는 분야다. 적자가 누적되는 가장 큰 원인은 이용객이 적은 지방노선, 저가 운임으로 운영되는 열차와 화물운송 비수익 부문 때문이다.
코레일에서 KTX사업을 떼어낸다면 코레일의 부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적자누적을 해소하기 위해 코레일에서 떼어낸 별도의 법인(수서KTX)를 만들겠다고 저 난리다.
MB의 ‘KTX민영화 플랜' 복사해 사용하는 박 정권
철도노조 측은 “수서KTX를 공사(코레일)으로부터 분리할 경우 한해 4천억원의 손실을 본다”며 “손실이 명백한 사업을 결정한 코레일 이사진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노조 측의 주장이 옳다.
KTX를 둘로 쪼개겠다는 발상은 MB정권 때 시작됐다. MB정권은 KTX 민영화를 추진하며 첫 단계로 수서발 KTX 노선을 신설해 민간기업에게 팔려 했다. ‘서울역-부산’(경부선) ‘용산역-목포’(호남선)로 운영되고 있는 기존의 KTX 노선에 ‘수서발 부산-목포’ 노선을 추가하고 ‘수서발’을 떼어내 민간기업에게 주겠다는 게 MB의 발상이었다.
반대여론 때문에 민영화가 물건너가나 했더니 박근혜 정권이 MB의 플랜을 그대로 채택했다. ‘민간기업’을 ‘수서 법인’으로 대체해 놓고 여론 수렴 과정조차 생략한 채 무조건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KTX선로는 하나, 복수 체제 달릴 공간 없다
복수 체제로 경쟁구도를 만들어 경영을 개선하겠단다. 이 주장이 얼마나 잘못돼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면 ‘수서KTX’는 민영화로 가기위한 꼼수라고 봐야 한다.
정부는 KTX를 둘로 쪼개는 게 필요하다며 한국항공공사와 별도로 설립된 인천공항공사의 경우와,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양분해 운영하고 있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를 그 예로 들고 있다. 크게 잘못된 비교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항공공사가 각각 운영하는 공항과 노선은 중복되지 않는다. 시장과 범위가 중첩되지 않아 얼마든지 영업확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울지하철도 그런 편이다.
하지만 철도는 다르다. 여러 열차가 동시에 같은 선로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제약이 따른다. ‘수서발 KTX’와 현재 운행되고 있는 경부선·호남선 KTX의 노선은 90% 가까이 중첩된다. 운행시간 조정 등으로 ‘나눠먹기’는 가능할지언정 경쟁방식 도입에는 한계가 있다. 차로를 확장하는 것처럼 선로를 2복선, 3복선으로 깔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비효율 함정도 커, 승객 1인 5000원 요금 인상 불가피
외려 ‘수서 법인’ 설립으로 비효율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코레일의 설비, 인력 등과는 별도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 이 때문에 발생하는 비효율이 상당할 것이다. 외국에 비해 선로의 총 길이가 짧은 우리 실정에는 나누는 것보다 합치는 게 낫다.
‘수서KTX’ 설립으로 요금과 서비스 측면에서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거라고 주장한다. 가능성 없는 얘기다. ‘수서KTX’에 들어가는 초기 투자비용은 3000~4000억원(코레일 주장). 승차권 예매발매 시스템 구축, 기관사 양성, 사옥 마련 등 초기 영업준비금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로도 부족할 것이다.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방법은 승차요금을 건드리는 것밖에 없다. 투자비용 4000억원을 벌충하려면 승객 1인당 5000~6000원 정도의 요금상승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요금 인하 효과? 이건 거짓말이다.
MB는 대운하를 ‘4대강’으로, 박근혜는 민영화를 ‘수서법인’으로 위장
곱씹고 또 곱씹어 봐도 ‘수서KTX’는 ‘민영화 전단계’가 분명해 보인다. 민영화에 따른 대기업 특혜 논란을 비켜가려는 꼼수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MB정부의 4대강 수법과 많이 닮았다. MB는 반대여론을 피하기 위해 대운하를 강행하면서 ‘4대강 정비사업’으로,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 특혜 논란을 피하기 위해 ‘KTX 민영화’를 ‘수서 법인 설립’으로 위장하고 있다.
정말 민영화 전단계가 아니라면 이런 식의 황당한 주장 그만 하고 국민과 노조를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는 명확한 근거 제시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수서KTX' 추진을 포기하는 게 옳다.
대자보에서 ‘안녕’을 표절해 의미를 거꾸로 해석한 패러디물을 내놓은 최연해 코레일 사장. 대자보를 더 화나게 만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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