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은 전편에서도 밝혔듯이 우리의 어시스트다. 말이 좋아서 어시스트지 사실 녹음실의 온갖 잡일을 다 하는 보조다. 뭐 그래도 밑에 제임스라는 그의 어시스트가 또 있긴 하다. 하지만 나이 서른셋에 9월20일쯤엔 결혼도 해야 하는 그가 아직도 우린 잔심부름이나 하고 음식이나 사다 나르고 있다니...
우리네 상식으론 용납이 안 된다.
게다가 이 친구 하는 말이나 행동이 더 가관이다. 자연스레 굴곡진 똥배로 허슬, 브레이크 등 추억의 책가방을 재현한다. 가끔씩은 앨범을 5장씩이나 내었던 왕년의 보컬리스트로서 괴성, 기성을 이용한 다양한 가창을 선사한다.
온 몸엔 그의 험한 경력만큼이나 요상한 낙서들이 가득하다. funk음악을 한다는데 모양새는 영락없는 punk다. 조금 있으면 우리한테 얻어간 궁서체 한글로 '나의 사랑 스테이시'를 새겨 넣을 것이다.
결혼선물 같은 거란다.
때론 미쿡사람들의 겉다르고 속다름 혹은 친절함 뒤의 냉정함에 대해 적잖이 놀래곤 한다. 그러곤 난 절대 이 나라에서 살지 않을거라 다짐하곤 했다.
처음에 이 친구가 우리한테 넘 잘해 줄 때 난, 저 녀석 뭔가 바라는 게 있나 싶었다. 나도 미쿡이라면 정말 이 갈리도록 뻔질나게 드나들었다고 자부하는 바, 미쿡사람들 정은 정말 없어서 정내미 떨어지곤
했던 기억을 되살렸던 것이다.
근데 이게 웬걸 그 녀석 정말로 진심으로 우릴 아끼고 좋아하는 것이다. 뭐든지 해 줄려고 하고 집에서 아끼는 오락기 바리바리 싸 들고 오고... 지가 먹을려던 밥도 우리 준다.(그거 얼마나 어려운건지 여러분도 아시죠?)근데 이 말은 우리가 집강아지가 된 듯 한데??
원래 가까이 지내서 나쁜 넘 없다고, 아마도 그 경우인 듯 하다.
그래 세상에 원래 나쁜 넘이 어딨나?
자기가 진정 원하는 일을 위해 나이를 두려워 하지 않고 그 길을 가는 넘...말은 쉽다.
때때로 우리 사무실에 직꽁이 되고 싶다고 들어오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금새 지치고 금새 돌아선다. 힘들단다...
진정 원한다며 들어와선 그 정도에 자기꿈을 포기할 거라면 꿈을 꿀 자격도 없다.
우린 충분히 설명해 주곤 한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설명해 준다. 그리곤 최악의 언저리에도 가 보지 않은 채 주저앉는다.
손에 잡힐 듯이 있으면 그건 꿈이 아니다.
꿈은 언제나 저 멀리에 보일 듯 말 듯 기웃거리는 거다.
그래야 그걸 얻는 사람이 더 값져 보이고 훌륭해 보이는 거다.
스캇은 언젠가 그 꿈을 얻을 미래를 꿈꾸며 오늘도 웃음짓고 있는 걸게다.
그가 우리와의 마지막 쫑날 소주를 약간 걸치고는, 그의 사수인 마이클에게 건네는 말을 살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