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끝낸 허탈함, 섭섭함도 채
느낄 겨를(?)이 없었습니다.
헌재의 수도이전 위헌판결로 정신없는
며칠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헌재판결이 내려지기 며칠전부터
'위헌'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습니다.
그런데 듣는 저나 그분들이나 다들
'그러니까-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거지-'했습니다.
헌재판결 발표 전날밤에 '6대3정도로 위헌결정날것같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서야 감이 왔습니다.
발표날인 21일 오전 10시반쯤 통일부 국정감사를
하고 있는데 '위헌결정이 날 것 같다'는 비서관의 쪽지가 들어왔습니다.
그날 오전 통일부 국정감사를 마치고 차안에서
헌재의 판결을 손에 땀을 쥐며 들었습니다.
당에 가니 원내대표실에 여러 사람이 모여 있었습니다.
마침내 8대1로 위헌결정의 순간 '아-다행이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그날 정신없이 움직였습니다, 논평을 내고 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다시 국감장으로 돌아와 저녁늦게
겨우 통일부 감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외교부 국감 때문에 의원회관에서
방친구들과 밤 10시 회의가 있어 국회로 돌아갔습니다.
깜깜한 밤에 국회를 상징하는 둥글고 푸른 지붕이
조명을 받으며 제 눈에 가득 들어왔습니다.
속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만은 저 조명을 꺼도 좋지 않은가?'하고요-
16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저는 예전에 왜 한나라당의원들이 이 수도이전 특별법을
통과시켜줬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상황을 이야기하는 재선의원들은
“노무현대통령이 대선공약을 내세웠고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충청권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탈당하겠다고 으름짱을 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방분권이니
하는 명분아래 과천처럼 행정도시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법안 하나가 얼마나 가공한 핵폭발력을 가진지
몰랐다는 것이 정확하겠습니다.
어떤 이유를 대도 무책임하다는 비난은 면할 수 없습니다.
정치권에 들어와 저는 수도이전을 지켜보며
'노무현대통령이 제대로 생각하면 과천 같은 행정도시 정도에
머무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경제는 엉망이고 말이 수도이전이지 얼마나 엄청난 일입니까?
그러나 얼마 안 가 진짜로 노무현대통령이
수도이전을 추진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도이전은 지배세력의 교체'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남기려는 업적은
국민들의 살림살이에 윤기가 돌고 나라안팎에 고루
웃는 얼굴을 하는 '편안한 나라'가 아닙니다.
"3만불이 되면 뭘하는가? 과거사청산이 안됐는데-
강남사람과 같이 밥먹고 하면 어떻게 수도이전하나?"
등등의 발언을 굳이 떠올릴 필요없이
노무현대통령은 수도이전은 곧 지배세력을 바꾸는 것-
즉 가장 원하는 바 이 세상을 갈아엎는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경제가 더 어려워져 파탄이 나도
여야가 노무현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상생과 타협의 정치에 조종을 쳐도
국민들이 완전히 지배세력과 반지배세력으로
주류대 비주류세력으로 갈갈이 갈라져도
'세상 뒤엎기' '지배세력 교체'만 된다면
만족할 것입니다.
'나만이 옳다. 나만이 깨끗하다, 나만이 정당하다'는
노무현대통령의 아집과 독선만큼
이 나라에 위협적인 것은 없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은 제 예상대로
“관습헌법이란 말을 처음 들어본다”며
헌재의 결정에 사실상 불복하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은 겸손해야 합니다.
한나라당도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16대는 끝났지만 17대 의원들 역시 한나라당의
원죄를 짊어지고 국민께 고개숙여 사죄했습니다.
노무현대통령역시 결코 잘한것이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어쩌면 교과서 첫 머리에 나와있는 관습헌법을 모른다고
자신의 무지를 훈장처럼 당당히 자랑할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당선되기 위해 '혹세무민'했던 것부터
국민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그리고 완전히 지칠대로 지친 국민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헌재의 결정에 겸손히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이번 일은 누가 더 잘못했고 덜했고를 따질 일이 아닙니다.
모두가 잘못했고 비겁하고 무책임했습니다.
이석연 변호사라는, 깜깜한 암흑속에 온갖 비바람속에서도
꿋꿋히 빛을 밝힌 한 국민의 용기가
이 나라를 구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분이 애쓰고 고민하는 동안
뭘했는지요?
지금 여야는 그분에게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말이 천도지 그 엄청난 돈을 들여 국책사업을
추진하면 이 나라는 파산지경에 이를 것입니다.
그런 사실을 다 알고 있던 열린우리당은 이제
낭떠러지 끝으로 내달리던 맹목의 정치에서 구출되었습니다.
한나라당 역시 어정쩡하고 눈치만 살폈던
'16대 다수당'의 원죄에 발목이 잡혔던 감옥에서 벗어났습니다.
결국 여야 할 것 없이 아무일도 하지 않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이석연변호사의 등에 공짜로 올라탄
'무임승차객(Free rider)'인 셈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노무현대통령이야말로
이석연변호사에게 가장 큰 빚을 진
‘편승객’이라는 점을 증명할 것입니다.
2004년 10월 24일 전여옥
첫댓글 좋은 말씀만 하세네요.
차분하고 지적인 글이네요.. 이석연 변호사가 정말 살아 잇는 양심가네요. 존경 합니다
經國濟世란 단어도 아마 뇜현은 처음 듣는다?고 할끼라요...그 녀석은 분탕질 .저네 좌파심기. 표 줍기. 등등 지넘들 이익추종에 혈안일뿐...모든 국민 고루 어루만지는 것은 사치품으로 알꺼라요...
정말 옳음 말씀이네요....이석연변호사님과 헌재는 나라를 구한겁니다.
그날은 모든사람의 얼굴에 오랫만에 웃음이 잇엇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