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개미 성년식
이명수
아마존 전사가 되기 위해선
총알개미 성년식을 치러야 한다
신의 영혼을 불러 인간이 되는 의식은
잔혹하다
인디오 부족들이 독 오른 수백 마리의 총알개미를
대나무 장갑 속에 넣고,
열 살 소년은 그 속에 두 손을 집어넣는다
세 번 기절하고 세 번 깨어나
비로소 소년은 성년이 되었다, 아마존의 전사가 되었다
나도 총알개미 성년식을 치렀다
양 어깨뼈에 나사못을 박고
끊어진 힘줄을 잡아당겨 묶었다
화살이 날아와 몸속에 박히고
뚫린 구멍 속으로 총알개미들이 파고들었다
화염방사기가 온몸을 덮쳤다
잠의 동굴에서도
왼쪽과 오른쪽을 넘나드는
고통의 간격을,
내 몸속에 박힌 일곱 개의 못과 거기에 매겨진 번호를
기억하려 애썼다
고통 때문에, 슬픔 때문에 죽지는 않는다고
되뇌며,
이렇게 일흔에 성년이 되고서야
내 몸의 절반이 고통으로 이뤄졌음을 알고서야
고통은 따뜻한 비애가 되었다
-<시로 여는 세상> 2014년 봄호
첫댓글 10대에 성년식을 치뤘다면
40대에 양 어깨에 나사못을 박는 늦성년식은 치르지 않았을까?
늦성년식을 치를 나이가 이젠 되었지요. 고통은 따뜻한 비애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