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기쁨의교회 김유복 목사는 올해 4월 초, 교인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교회에 다니는 한 청년이 전세 사기를 당해 85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돈을 줘야 할 가해 당사자는 이미 잠적한 상황이고 가진 재산도 어디로 빼돌렸는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청년이 전세 사기로 파산뿐만 아니라 결혼도 못 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청년이 주위 도움을 받아 돈을 마련하고 있는데 3000만 원 정도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교회가 나서자고 했다.
"빌려줄 수 있는 분은 받을 생각 말고 빌려주고, 그냥 주실 분은 그냥 줍시다."
모금 기간을 4월 말까지로 정했는데 2주 만에 창구를 닫았다. 김유복 목사는 4월 2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많은 교인이 동참해 주셔서 2주 만에 3500만 원이 모였거든요. 그냥 놔두면 5000만 원도 넘을 것 같아서 멈췄습니다"라고 말했다.
기쁨의교회는 지난해 성탄절 대구 동성로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예배'를 드리고, 모인 헌금을 피해자 측에 전달했다. 김 목사는 "정작 우리 교회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가 나올 줄은 몰랐네요. 이런 일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서 그런지 몰라도 100만 원부터 800만 원까지 쾌척해 주신 분들이 계셨어요. 대부분 (돌려받을 생각 안 하고) 그냥 주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교회에서 돈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말을 꺼내는 사람은 곤혹스럽고, 듣는 사람은 난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유복 목사는 평소 강단에서 어려운 일을 당하면 꼭 이야기해 달라고 말한다. 힘들고 어려울 때 부탁할 수 있어야 '공동체'이고 '교회'라는 생각에서다.
기쁨의교회는 이번 전세 사기 청년뿐만 아니라 대출을 잘못 받아 힘들어하는 청년을 비롯해 암 환자, 집 없는 사람 등을 도와준 바 있다.
"저는 설교할 때마다 힘들면 얘기하고, 도움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해요. 굶어 죽어도 '아침 잘 먹었다'고 말하는 이가 한민족인데, 저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해요. 도움이 필요할 때는 받고 나중에 도와야 할 때가 있으면 그때 가서 도움을 주면 되잖아요. 유독 한국 사람들이 받는 거를 너무 힘들어해서 제가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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