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한 상품에 74조 신청 몰려
알바까지 투입...심사율 7% 그쳐
우리은행 직원 100여명도 동원
'시중은행에도 업무 맡겨야'
'연락받은 분 있나요?
10월부터 순차적으로 연락 올 거라고 해서 기다리곤 앴는데, 대체 언제쯤 될는지...'
지난 9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했던 기존 주택담보대출 보유자들은 요즘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금리가 높은 기존 변동금리 대출을 최저 연 1%대 장기고정금리로 갈아 탈 수 있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대출 전환을 시행할 계호기'이라던 정부 발표와 달리 결과 통보가 너무 늦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정이 지연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심사를 맡은 주택금융공사 쪽에 문의했더니 '우리도 죽을 맛'이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신청이 폭주하는 바람에 심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전환대출의 한도는 총 20조원인데 74조원이 몰렸습니다.
건수로는 63만5000건에 달합니다.
주금공은 정규직이 682명인데, 현재 심사전담반으로 421명이 투입됐습니다.
인턴.아르바이트 등 '심사 보조역' 245명도 채용해 총668명이 매달려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달 말까지 심사 진도율이 7%에 그쳐,
급기야 우리은행 직원 100여명이 지난주부터 심사 지원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12월 마감을 목표로 해보겠다는데, 직원들 사이에선 '주금공이 (발음이 같은) '죽음공'될 지경'이라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한마디로 당국의 수요 예측 실패가 초래한 참사입니다.
2015년에도 정부는 비슷한 구조의 안심전환대출을 내놨었습니다.
훨씬 많은 신청이 몰렸는데도 당시엔 이런 난리가 없었습니다.
온라인 접수 없이 각 시중은행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접수하고, 접수한 은행들이 심사했기 때문에 업무가 분산된 것이죠.
그런데 이번엔 온라인을 통한 접수가 88%에 달해 이 물량이 전부 주금공으로 넘어갔습니다.
차제에 정부가 이런 장기 고정 금리로 의 대환대출 업무를 주금공에만 맡기지 말고
시중은행들이 자체적으로 하도록 유도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은행권도 장기 조달 수단인 케버드본드(작산담보부채권) 발행을 통해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데도
어쩐 일인지 나서질 않고 있죠.
금융위가 지난해 '커버드본드 활성화 대책'까지 내놓고도 관성처럼 또다시 안심전환대출 카드를 들고나온 게
'서민금융 대책 실적올리기''차원은 아니었겠지요?
어찌 됐든 우리나라 주택금융 정책을 주금공 주도의 MBS(주택저당증권) 발행 방식에만 의존한 결과,
주금공은 주금공대로 죽어나고 우리 금융 시장은 발전이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태자뷔처럼 몇 년 뒤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나진 않길 바랍니다. 김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