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이선영]
내가 쓰는
한 발짝 삐딱한 詩
내가 쓰는
법도 없고 철도 없는 고집불통 詩
내가 쓰는
작법도 모르고 요령도 모르는 제멋대로 詩
내가 쓰는
한 줄 띄워놓자 쪼르르 줄행랑을 놓는 詩
글자로 쓸 때보다 더
획은 가로지르고 칸은 첩첩하고 행간은 벌어지는 詩
내가 난생 처음 종이로가 아닌
몸으로 낳은 詩
글씨는 내 글씨로되
오려두기 하거나 잘라내거나 붙이기 할 수 없는 詩
내가 살아보지 못한,
그리고 살아주지 못할 나의 詩
* 지난 주말에 혼자 기숙사에서 지내는 막내딸을 보러 갔다.
무척 더운 날이었지만 궁동을 돌아다니다 회덮밥집에 들어가
연어회덮밥과 오코노미야끼와 타코야끼를 먹었다.
후식은 우리가 잘 가는 '커피삼촌'에서 커피를 마셨다.
막내딸은 오늘 사전투표를 해야 한다며 후보자들의 선전물을 꼼꼼하게 읽는다.
- 1등만 기억하고 1번만 기억하는 세상인데 뭘 그렇게 읽냐.
아니예요, 잘 읽어보고 투표해야지요. 처음 하는 투표인데.
막내딸은 삼남매중에 가장 사회에 관심이 많다.
전공이 언론정보학이니 그럴만도 하지만
이미 중학교때부터 정치 내지는 사회지향적이었다.
미국소 파동이 나서 촛불집회할 때 우리집 분위기는 미국소 먹고 미친다는 근거는 없다,였다.
큰딸이나 아들은 역시나 공대와 이과였던 까닭에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막내딸은 선생님이 분명히 미국소를 먹으면 미친다고 했다는 거다.
정치적 성향은 잘 안 바뀌는 것이니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다만 무상이라는 말을 쓰는 정치인은 찍지말라고 했다.
당과는 무관하게, 무상이니 공짜니 운운하는 무책임한 사람은 뽑지말고
땀흘려 일한 만큼 벌어먹고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게 나의 의견이었다.
투표 잘 하라고 온천동 주민센터에 내려주고 왔다.
詩같은 딸이 그래도 이쁘다.ㅎ
첫댓글 이쁜 따님 잘 키우시기 바랍니다. ^^
네, 잘 키우겠습니다.
이솝님도 따님 잘 키우세요. 시집 갈 때 꼭 부르시구요.^^*
사전투표도 다 하고 따님 기특하네요. 행동하고 실천하는 바른 학생들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행동하는 학생은 맞는 것 같습니다.
학교신문에도 글을 올리고 동아리활동도 열심이니 행동파대원이 맞는 것 같습니다.ㅎㅎ
딸둘에 아들
복이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집안입니다
저도 둘째딸 만나러 서울에 한번 가야하는데
서울 오시면 한시간 번개팅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