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살
박 말이
오늘 낮 12시 이 시간에는 햇살이 너무 따뜻하게 비칩니다.
다른 지방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사는 우리 동네는 정말 햇살이 좋은 오늘 입니다. 그 동안 날씨가 하루가 멀다하고 비오고 바람불고 추웠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에 포근함이 나를 흔듭니다. 나는 티비를 켜 놓고 대략 집을 정리하고 검둥이 소지품을 넣어 들고 다니든 망태기를 씻어 널었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씻지 않아 무지 더러워 졌드랬습니다.
검둥이는 지금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건강이 나빠졌어 사라질지도 모르는 겁니다. 이제 12년 지났습니다. 사람의 나이로는 팔십다섯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그깟 짐승 검둥인데 왜 내마음이 이렇게 아픈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자나 깨나 검둥이 생각 뿐입니다. 나를 주인으로 알고 산 검둥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검둥이의 건강이 내 손안에 있어든 것 같은 죄책감이 나를 많이 괴롭힙니다. 어떻게 하면 이 괴로움에서 벗어 날까!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검둥이가 아파 사경을 헤메는데 나는 그 괴로움에서 벗어날 연구나 하는 주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세상 어느 누구도 본인 마음에 비할 수는 없는 겁니다.
검둥이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기에 앞서 내 마음 추스리는데 급급한 주인이 바로 나인 것입니다. 그래도 나는 밥도 잘 먹고 운동이랍시고 검둥이와 걷든 길을 걸어 오곤 합니다. 걷는 약 한 시간 동안에 검둥이 생각 뿐입니다. 나는 이렇게 모자라는 사람일까요? 검둥이의 생이 이렇게 괴로울 줄 정말 몰랐습니다. 말못하는 짐승이기에 표현을 못하고 얼마나 마음이 괴로울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나 정말 바보인가 봅니다.
아님 늙었어 그런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늙으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배웠습니다. 왜 나는 독하지를 못한 건지 어디가 모자라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앞으로 날씨가 따뜻해 오고 나들이가 쉬어 질텐데 검둥이가 없으지면 나는 어떻든 그 상황을 견뎌 내야 할 겁니다. 그래 먼저가라 나도 뒤따라 갈것이니까! 나의 생인들 얼마나 남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나온 팔 십 년도 잠간인데 나머지야 순간이 아니겠는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생로병사라는 단어가 떠 오릅니다.
생은 언제나 생로 병사를 겪어야 하는 것을 이제사 깨우칩니다.
그러고 보니 올것이 온겁니다. 기꺼이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이 아픔을 덜어 내고자 하는 나의 소망이 이뤄지는 겁니다. 지금 검둥이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사를 오고는 동물 병원을 찾아 가는 것이 어려워 진겁니다. 그래서 속않이만 하고 내색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간만 나면 찾아가 보고 싶은데 그렇게 맘대로 못하고 사는 것이 노년의 슬픔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어른들께서 <늙어 봐라 늙으면 서럽다>고 하시든 말씀이 생각 납니다.
늙으면 서럽기 보다는 괴롭습니다. 이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그런데 검둥이 때문에 잘 안됩니다. 이제는 짐승도 친구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길이나, 나무, 새, 바람, 하늘 같은 자연이나 바라보면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이 더 먹기 전에 단단한 친구 한명쯤 사겨 두는 것이 정말 보석을 가지는 것 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이제사 느낍니다. 세상 끝이 이렇게 외롭고 삭막하다는 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에게 컴푸터가 있어 가끔은 이런 내마음을 쉬게 하기도 합니다.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 야외 나들이를 하면 좋을 듯 합니다.
인생이 뭐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생로 병사라고 대답할 겁니다. 부자를 살고 빈자를 살고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냐?가 문제인 것입니다. 건강은 육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매사는 마음먹기에 달린 것입니다. 슬픔도 기쁨도 내가 맏들어 사는 겁니다. 무조건 웃어 볼랍니다. 무조건 즐거워 볼랍니다. 그리고 조금 더 바보가 되어 가는 것입니다. 이제 인생의 마지막인데 바보면 어떻고 천치면 어떻습니까! 내 즐거우면 그만인 것입니다.
2024.3.27.
투서없는 글 읽어 주셨어 감사합니다^^
첫댓글 검둥이향한애틋한마음을소롯이들여다봅니다다만말이소통안될뿐이지 살아가는동안은서로가행복이였건데 인엔이닿으면
때론 받아들임도자연이치아닐련지요
예~~감로 선생님~~감사히 새겨 읽었습니다^^
받아 드리고 살아 보겠습니다^^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
반려 동물로 오래동안 함께 지내며 키우면서
정이 많이 들었으니 마음이 무척 아프시겠습니다
생로병사 자연의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만남으로 위로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너울 선생님~~^^
조금은 미숙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픕니다^^
좋은 일만 생기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에 공감의 마음으로 동행합니다.
더불어 건안다복 평안하소서~!^^*~
감사 감사합니다^^~~청송선생님^^
좋은 일만 생기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만나면 헤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검둥이 향한 애틋한 심정에 백분 공감입니다. 건강하십시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행전 선생님~~^^
배려해 주시는 마음에 감사를 느낍니다^^
부디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