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회 원장은 고려대 의대 출신 피부과 전문의로 고려대의대 외래교수와 국립서울병원 피부과 과장을 역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라운드테이블’ 정회원으로 고양 금륜사에서 신행 활동을 하고 있다. |
부녀가 함께 부지런히 움직인다. 불교계 최초 ‘부녀 커피바리스타’가 일요법회 뒤풀이로 내방객에게 커피를 대접한다. 경기도 고양시 금륜사(주지 본각스님)에서 ‘커피 공양’을 올리는 김정회(75) 원장과 김수영(41) 감독은 사찰 커피공양을 위해 바리스타 자격시험에 나란히 합격했다. 동짓날 팥죽공양 대신 천불선법당 앞 북카페 ‘다륜쉼터’에서 이뤄질 200여명 커피공양의 면모를 미리 보기위해 지방에서 공연연출 감독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딸 김 감독과 별도로 아버지 김정회 원장(피부과 전문의)을 11일 그의 병원에서 만났다.
커피는 깊이 들어갈수록 동적
녹차 등 잎차는 정적(靜的)이니
이것 또한 젊은 세대 프로그램
자격증 제도 도입이후
70대 나이에 9번째로 합격
‘부녀 바리스타’로 봉사활동
부인과 함께 새벽예불, 독경
전통의례 수행법 중시하면서
‘변화하는 불교’ 강조 …
“깊이 들어갈수록 커피는 동적(動的)이고 녹차 등 잎차는 정적(靜的)임을 더 알게 된다. 젊은 세대들을 위한 동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법회 후 커피 공양이 재미있지 않은가.”
김 원장은 그런 그의 첫 마디와 달리 무척 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39년째 미아삼거리에서 환자를 보는 김피부과는 개원 초창기 인테리어를 그대로 유지한다. 진료실은 원장실이 따로 없이 개방적이다. 진료 책상에는 컴퓨터가 한켠으로 밀려나 있고 중앙에는 40년 가까이 된 ‘타자기’가 자리하고 있다. 환자와의 대화와 진료 기록은 모두 수동 타자기에 그의 손가락을 거쳐 기록된다. “손의 예민함을 이 타자기로 유지한 덕분에 바리스타 자격시험도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바리스타 자격시험에서 나이든 사람들이 고배를 마시를 것은 필기시험이 복잡하기도 하지만, 손 감각만으로 10인분의 에스프레소 7.5그램을 저울로 잰 듯이 집어내는 것을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험은 10인분의 에스프레소를 10분 안에 만들어서 서비스를 완료하는 것이 기본. 그 시험을 무사히 마친 그의 손은 지금도 ‘자동화 중독’을 거부하며 정교하게 움직인다. 바리스타 자격시험 제도 도입 이후 그는 9번째로 합격했다. 6개월 학원 이수 과정부터가 고역의 연속이었다. 미아리 병원에서 퇴근 후 용산에 있는 학원으로 달려가야 했고, 더 큰 고역은 20여명 동료 수강생이 제각기 만든 커피를 모두 조금씩 맛보는 ‘감각 익히기’였다. “70세가 넘어 저녁 늦은 시간 커피를 그렇게 마시면 잠을 자기가 힘들다. 더구나 수강생 대부분이 호텔이나 전문 커피점에서 자격증 취득을 위해 온 사람들이라서 기본 실력도 높고 경쟁도 심했다.”
그는 학원 수강에서 커피 이론 공부와 실습 모두에서 불가능을 넘어섰다. 새로운 용어를 외우고 실습도 빠지지 않고 젊은 세대와 경쟁했다. 최근 바리스타 시험이 자주 열려 자격증이 흔해 진 것과 달리 당시에는 연간 2회 시험에 낙방생도 많았다.
“이탈리아어 ‘Mano’는 손을 뜻하고, 에스프레소 조리사의 전문능력을 가리킨다. 기술은 옛 스타일의 커피 제분기에서부터 정교한 근대 에스프레소 그라인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면서 점차 기술 부분에서 에스프레소 조리사(바리스타)의 중요성을 감소시키는 것 같지만, 커피가 기호식품이라 사람마다 다르고 그만큼 그 내면은 복잡하다.” 진정한 에스프레소 커피의 대가인 바리스타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내면의 통제력에서 찾아졌다.
그의 가족은 모두 금륜사 붙박이 신도다. 아내 길상화 보살은 인천 봉경사, 서울 금장사와 보타사 등에서 50여년 신행을 이어 온다. 딸 김 감독은 “바리스타 아버지가 금륜사 커피공양을 혼자 하는 것이 힘들 것 같아 아예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면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신도들에게 맛있고 향기로운 따뜻한 커피를 드리는 것이 큰 행복이라 지방에서도 그 날은 꼭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의 커피학에 대해 “커피는 막상 공부하려고 하면 엄두가 나지 않지만 워낙 친근하고 방대하니까 세대를 넘어 융합할 매개제”라고 답했다. 그는 아버지가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아버지가 다니던 학원에 등록해 6개월 후 바리스타가 돼 커피공양에 합류했다.
가족이 함께하는 법회 뒤풀이 커피공양의 성공여부는 사람마다 다른 기호식품의 중간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노보살님부터 10대 청소년층까지 같은 공간 같은 시간대에 같이 공유할 향기를 찾아가는 그들 가족의 결론은 ‘콜롬비아+ 콰테말라+인도네시아 자바’ 3개 원두를 가미해 바리스타 아버지가 굽어내는 특유의 부드러운 커피향이다.
김 원장에게 ‘왜 커피가 사찰에서 전문적으로 필요하느냐’고 물었다. 그에게 커피는 기본적으로 신선식품이고, 모든 것이 변하고 같은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불교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커피의 역사가 가세한다. “전 세계를 윤회하듯 돌며 생산지가 발달했고, 미감도 정신세계를 따라 윤회한다.” 현재 한국에는 62개국 생산지에서 커피가 들어와 바리스타의 기술적 매커니즘의 발전을 일궈내고 있다.
그는 언제 어떻게 손을 사용할지를 아는 관찰력과 통찰력을 중시한다. 그것은 하루 중 어느 때나 일반 에스프레소와 구분되는 최고의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주는 결정 요인을 형성한다. 완벽한 에스프레소를 서빙하고 고객의 입맛에 최대한의 만족을 주기 위해 ‘바리스타의’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에게서 커피머신(기계)이 에스프레소의 ‘꽃’이라면 그가 원하는 바리스타는 ‘정원사’이다. “꽃은 어떻게 기르느냐에 따라 꽃의 자태가 달라지고, 그 꽃이 그저 ‘식물’이 될지 ‘향기로운 꽃’으로 대접받을지 여부는 바리스타의 감각과 정성에 의해 격이 완성된다.” 그렇기에 그는 바리스타에 의한 사찰 커피공양을 법회와도 유사하다고 말한다. 물론 그도 사찰에서 스님들과 녹차를 즐긴다. 부인과 함께 사찰 성지순례도 다닌다. 부인이 매일 일과로 하는 새벽3시 아침예불과 불경 독송에도 동참한다. 전통적 의례와 수행법을 중시하고 동참하는 그는 “전통에서 변화하는 불교”를 강조한다. 이제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취향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법회에도 베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금륜사 카페에서 커피공양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김정회 거사(오른쪽)와 자원봉사자. |
그는 의대 재학시절에는 커피는 습관적으로 마셨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기호식품은 아니었다. 습관적으로 많이 무조건, 남이 마시니 나도 반사적으로 마시는 커피를 벗어나서 개인적 취향을 창조하기 위해 커피바리스타에 도전했었다. 불교 공부도 그는 커피를 사랑하고 커피의 맛을 끌어내기 위해 평생 연구하고 공부하는 바리스타처럼 전문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 커피학을 접해 막상 공부하려고 하면 엄두가 나지 않기 마련이다. 역설적으로 커피 분야에 워낙 친근한 탓이 그런 타성을 만든다. 또한 실제 커피란 인류의 다양성과 역사적 실존을 반영하듯이 방대하니까 그걸 체계적으로 받아들이려면 엄두가 나지 않게 된다. 이런 이치를 불교에도 적용해 보면 불교와 법회에서의 변신을 위한 해답이 유사하다.”
그에게 전문의로서 커피와 건강관리에 대해 물었다.
“커피를 즐기려면 커피 3잔에 우유 1잔 정도의 비율 원칙을 정하는 것이 좋다. 커피를 통해 칼슘이 배출돼서 칼슘을 잘 챙겨 먹는 것이 필요하다. 그 외 위장 장애나 위에 염증 등이 있으면 커피를 최대한 부드럽게 먹기 위해 우유를 타서 먹는 것이 좋다.” 의사로서 커피 마니아가 된 이유를 그는 ‘커피는 향기만으로 신체의 여러 부분에 자극을 준다’ ‘커피를 마시면 뇌 속 혈관이 팽창해 혈행이 좋아진다’ ‘뇌에서 피로독소가 제거되고, 심장 자극으로 박동이 빨라지고 근육 컨디션도 순간적으로 좋게 만든다’ 등으로 들었다. 다만 그는 장에 대한 자극으로 배변이 원활해지나 위액분비도 활발해져 위가 비었을 때 마시면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또 가장 좋은 시간대에 대해서 그는 ‘아침 커피-신장 자극-축적 노폐물 배출’, ‘점심 후는 위 자극’, ‘오후 커피는 근육 작용으로 피로감 감소’ 등을 말했다.
가장 궁금한 의학적 속설을 물었다. 우선 카페인에 대해 70도 이상에서 녹으며 무색무취에 강한 쓴맛이 나고, 몸에 흡수되면 체내 부신피질 호르몬(아드레날린) 분비를 활성화시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순환기 계통의 운동이 늘어나 이뇨 작용을 유발한다고 정리했다.
또 ‘커피는 다이어트 효과가 없다’는 속설에 대해 “카페인은 인체 에너지 소비량을 10%정도 증가시켜 비만을 방지한다”면서 “커피에 타 마시는 설탕과 크림은 당분과 고지방질로 구성되어 있어 블랙커피가 적당하다”고 조언하고, ‘커피 마시면 속이 더부룩해진다’는 속설에 대해서는 “마시는 방법이 잘못됐다”면서 “섬유질이 많은 원두를 쓰거나 뜨거울 때 마시는 습관 등으로 위의 점막에 강한 자극을 일으킨 탓”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시간 보온한 커피 속에는 소화흡수가 되지 않도록 폴리페놀류가 만들어져 대장이 약한 사람에게 부담을 준다”면서 “위장이나 대장이 약한 사람은 스트레이트 커피로 너무 뜨겁게 마시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커피가 피부를 거칠어지게 하는 것도 오래된 원두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커피는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를 촉진시켜 신장 기능을 도와 술 마신 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 큰 도움이 된다”면서 “뜨거운 커피를 종이컵에 담아 마시는 것은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그 이유는 종이컵 내부에 폴리에틸렌 플라스틱 코팅처리로 높은 온도에서 발암물질이 녹는다는 것이다. 17세기 이후부터 기호음료로 세계인구 3분의1이 즐기는 커피가 이제 ‘커피공양’으로 법회에 자리매김할 갑오년 새해를 그는 앞서 대비하고 있다.
[불교신문2972호/2013년12월21일자]
첫댓글 커피는 향이 좋죠^^ ()나무아미타불
길다방 커피를 종이컵에 마시지 않는게 좋겠네요.....나무아미타불....()()()...으음 어쩌누?...
멋진 분이시네요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