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옥 엄마

[꽃망울]

 
 



 
 

이금옥 엄마

잔잔한 물가의 봄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린다. 산빛에서 타도 내린 봄볕은 
봄나물 위로 다소곳이 내려 앉아 있다. 내일이면 할아버지 제삿날이기에 오늘 엄마는
지식에게 나눠 줄 봄나물을 켰다. 그 봄나물은 여러 비닐봉지에 속에 자식들이 도시
로 떠날 때 같이 갈려고 토방 위에 줄줄이 놓여져있다. 엄마는 자식들을 만날 때보다
잠시 헤어짐도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이금옥(77) 엄마는 영암에서 해남군 계곡면 월신리로 20살 때 시집왔다. 시집올 때 트럭으로
왔는데 새 신부가 두 명 더 있었다. 시집오는 방향이 같으면 몇몇 색시들이 함께한 적이 
있었다고 그때 그 시절을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단다. 
이금옥 엄마는 시집올 때 그 집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57년 동안  자식을 낳고 어렵고 힘든
환경에도 교육하고 시집 장가 모두 보내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담한 엄마의 집은 변함이
없었다. 해마다 봄이 되면 마당에 봄꽃들만이 새롭고 피어 16세 소녀같은 엄마의 마음을 말해주고 
있다. 
온유한 수선화 같은 엄마는 어렵고 힘든 나날 속에서도 다른 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엄마 마을로
새로 이사 온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도 서슴없이 건네 주었고 남의 자식도 자기 자식처럼 
잘 되기를 원했다. 시집올 때부터 넉넉지 않았지만, 자식들 모두 공부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큰아들은
고등학교 교사로 있고, 둘 째와 막내 아들은 공무원이 되었고, 딸은 사업가가 되었다. 
모두가 직업도 잘 가졌지만, 자식들 모두 엄마의 품성을 닮아 각 분야에서 인간관계가 좋기로 소문나있단다.
엄마는 자식들을 키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친구와 잘 어울리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이 되라고 했단다.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먼저 눈물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남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다. 또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생력이 생겨 어떤 어려움도 이길 수 있다고 한다. 
엄마는 17년 전에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을 겪었단다. 평생 반려자를 잠깐 어디에 갔다 온다고 하던
그 사람이 감쪽같이 죽음으로 돌아오다니 얼마나 슬펐는지 눈물도 나지 않았다고.
엄마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그 당시 시아버지가 살아계셔 자식을 먼저 떠난 것에 날마다 슬퍼하는 시아버지
모습이었다고. 그 후 엄마는 혼자 시아버지 병수중까지 하였다고 한다. 그래도 시아버지에 대한
애듯한 사연이 많단다. 어느날 갑자기 엄마 집으로 벌이 들어와 시아버지와 엄마는 부런지런히 꿀을 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었던 추억이 있었다고 엄마는 전한다. 무척이나 손자들을 사랑했던 시아버지 제삿날이 오늘이란다.
엄마의 아들은 할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을 잊지 못하고 매년 이날만큼은 꼭  찾아 온단다. 
작년 여름에 치자꽃 향기가 그동안 기쁘고 슬픈 것들을 하나로 만들고 있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는 치자꽃에 대한
사랑은 더욱 깊다. 지금은 엄마집 툇마루에 치자열매가 작은 바구니에 담아 있다. 지난날의 엄마의 삶의 향기가 
빨간 치자열매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청정한 엄마의 본성이 그 어떤 종교보다 더 아름답워지는 건
이땅에 모든 자식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