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뉴질랜드 총각 인사드립니다..꾸벅
여기 도착해서 첨 글남기고 너무 공백이 컸네요. 저의 생사가 궁금하셨던 분들은 이제 제가 살아있음을 확신하셔도 된답니다..^^; 저는 바퀴벌레(?)같은 빠른 적응력으로 잘 살고 있답니다..
무엇보다도 축구얘기를 안할수가 없네요.근처 pub에서 한국 4강진출하는 경기를 보고 감격의 쏘주를 한잔하고 왔습니다. 여기는 한국보다 3시간 빨라서 여기 시간으로 저녁 6시30분에 경기가 시작됐답니다. 응원하다가 목이 쉬어서 말도 잘 안나왔는데 이제야 좀 목소리가 돌아오는군요.지금은 새벽2시30분..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이곳 뉴질랜드에선 축구가 비인기 종목(우리나라의 럭비나 핸드볼처럼)이랍니다. 그래서 월드컵경기도 여기 시간으로 밤경기만 생중계해주고 저녁시간에 걸리면 중계도 안해준답니다. 참고로 여기는 럭비가 최고인기경기고 그다음이 크리켓,넷볼(농구랑 비슷한)정도랍니다. 무식하게 힘만 좋아서...쩝
월드컵 16강이 벌어지던 첫날, 케이블tv가 없던 우리는 하는수 없이 근처 키위(뉴질랜드인을 가리킴)술집으로 가서 단체로 경기를 봐야 했습니다. 그날 공교롭게도 한중일 경기가 차례로(중-일-한) 있어서 이 동네 아시아인들은 다 모인듯 했습니다. 중국전이 끝나고 일본전 후반쯤 그 술집을 찾은 우리(같이 사는 친구,형님)는 입이 떠억하니 벌어질수 밖에 없었답니다. 여기 아시아인이 많다지만 그렇게 많은 아시아인이 모인건 첨 봤답니다. 일본경기 후에 한국인만 남았는데도 거의 200명은 되더군요. 한국인이 젤 많았답니다.우리가 간 술집만 200명이니 한국사람 얼마나 많은지 대충 상상이 가실거라 봅니다. 암튼 여기서도 한국처럼 붉은색 옷입고 함께 응원하는게 공식처럼 되서 매번 한국경기 할때마다 여기가 뉴질랜드인지 한국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흥분의 도가니탕(?)입니다. 지금도 밖에서 환호성소리가 들리네요.. 포르투갈전이 끝나고 여기 중심가인 퀸스트리트는 그야말로 한국의 날이었답니다. 승용차에 태극기를 달고 도로를 누비면서 코리아를 외치고 술집은 술이랑 안주를 무료로 제공하고..정말 기분좋았답니다. 이탈리아전 후에는 그것보다 2배 이상 이었죠..응원하면서 외치는 구호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은 코리아의 또다른 이름이 되버렸답니다. 일본인,중국인은 물론이고 나머지 아시아인들,여기 키위들도 다른 한국말은 몰라도 대한민국은 다 안답니다. 그만큼 여기서도 대한민국을 외쳤단 소리죠. 오늘 스페인전은 일부러 조촐한 이곳 당구장에서 봤는데(한국학생들 매너가 너무 않좋아서 일부러 조용한곳을 찾아갔죠.) 거기도 한국인이 50명정도 있더군요. 암튼 죽어라고 응원했더니 결국 이기더군요. 지금도 실감이 안납니다. 모두들 얼싸안고 코리아를 외쳤답니다. 눈물이 핑 돌더군요. 경기끝나고 집으로 가면서 대한민국을 외치는 수많은 한국인을 보고, 또 키위들의 축하인사를 받으면서, 또 자동차 경적을 일제히 울리며('대~한민국'의 박자에 맞춰서) 달리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내가 한국인임을 또 한번 인식하고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운 정말 말로는 다 표현할수 없는 하루였답니다. 아마도 한국은 훨씬 더 하겠죠? 이럴때 한국에 없다는게 너무 아쉽네요. 그래도 기분은 너무 좋답니다..
흠흠..암튼 축구열기때문에 공부하는 분위기도 시들해져서 6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군요. 아마 여기 있는 한국학생들은 다 마찬가지일겁니다. 저는 지금 오클랜드 시티로 이사해서 학원이랑 1분거리의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홈스테이는 3달정도로 마무리하고 자취생활로 들어갔죠. 지금에 와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면 유학와서 홈스테이는 1달이면 족하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너무 오래 버텼더니 식사나 대하는 태도나 그밖의 모든것이 시들해지더군요. 지금은 한국학생 2명이랑 같이 살고 있는데 영어로 대화하는 기회가 줄어들어서 많이 아쉽지만 학원이랑 가까워서 공부하는데는 더 좋은 조건입니다. 외국인이랑 같이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쳤는데 그리 쉽지가 않더군요. 특히 이곳 오클랜드는 학생에 비해 숙박시설이 너무 부족해서 집 잘구하는게 공부하는데 있어서 반은 성공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랍니다.
어찌됐든 여기 온지도 벌써 5개월이 다되어 가네요. 저도 잘 몰랐는데 같이 사는 친구가 말하길 제가 매일 밤마다 잠꼬대를 하는데 항상 영어로 한답니다. 제가 생각해도 얼마나 부담스러우면 잠꼬대를 영어로 할까싶네요. 첨에 여기와서 말도 잘못하고 어버버버거리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옵니다. 뭐 지금도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영어권 생활에 그나마 익숙해져서 서툴지만 할말은 다 하고 삽니다. 뉴질랜드인들이 친절하다고들 하지만 아직도 동양인에 대한 차별대우는 여전하답니다. 어디선가 듣기를 뉴질랜드전체 수입에서 영어를 가르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30퍼센트 이상이라던데 동양인을 무시하는 건 이해가 안되는군요.
이곳 날씨는 겨울입니다. 며칠전까지 태풍이 불어서 문밖에 나가기도 힘들었는데 주말은 그나마 조용하네요. 이곳 오클랜드는 영하로 떨어지지는 않지만 매일 비가 내립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구름이 이동하는 속도가 우리나라의 몇배로 빠르답니다. 때문에, 날씨가 하루에도 수차례바뀌는데 이제는 익숙해졌답니다. 첨에 여기올때 환율은 1달러에 560원 정도였는데 요즘은 610원 정도 한답니다. 물가는 한국이랑 비슷한데 맥주가 한국보다 싸서 그나마 살만합니다.^^; 쏘주는 한병에 3500원(편의점),담배는 한갑에 5000원정도, 음악cd는 최신음반이면 2만5천원정도..암튼 한국보다 싼건 맥주밖에 없는듯 싶네요..^^;
이곳 인터넷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예전 한국의 전화모뎀 인터넷보다 느리다고 보면됨) 인터넷 쓰기가 많이 불편하답니다. 그나마 같이 사는 형님이 노트북을 가져와서 인터넷을 쓰기는 하는데 그때마다 전화를 못쓰니까 많이 불편하답니다.
카페에 자주 들리지는 못해도 간간이 소식 올릴께요. 재웅이 군대간다는 소식듣고도 게으른탓에 연락도 못해서 미안하네요. 덩치가 좋아서 그나마 걱정은 덜하네요.^^; 잘하겠죠. 한국가서 휴가때 만나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