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는 도가 계열의 책으로 여러 사람의 글들을 편집한 것이다. 33편이 현존하며, 내편內編, 외편外編, 잡편雜編으로 나뉘는데, 전통적으로 장자 자신이 이 책의 내편을 썼고, 그의 제자와 같은 계열의 철학자들이 외편과 잡편을 썼다고 알려져 있다. 장자 자신이 어느 부분을 직접 저술했다는 명백한 증거는 찾기 어려우나, 내편의 소요유逍遙游, 제물론齊物論, 대종사大宗師편이 장자 자신의 사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騈拇(변무) 第1章
내편에서 시비를 잊은 근원의 하나(일), 도의 세계를 말했다면
당시 사회적으로 인기 있는 유가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 나와 장자의 후학들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
외편에서 다른 편과 마찬가지로 변무(騈拇) 편은 글 앞의 두 글자를 따서 제목으로 삼았다.
駢拇枝指(변무지지),出乎性哉(출호성재)!而侈於德(이이어덕)。
발가락이 붙어 있는 군살과 육손은 태어날 때부터 그러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타고나는 것보다 많다.
* 騈拇(변무)枝指(지지) : 발가락의 군더더기 살과 육손이. 拇(무)는 엄지발가락[足大指]이고 騈(변)은 붙어 있다[合]는 뜻. 따라서 騈拇(변무)는 엄지발가락과 둘째 발가락이 붙어 있는 것으로 개구리 따위의 물갈퀴 모양으로 발가락 사이에 붙어 있는 군살을 말하는데, 육손이나 뒤의 부췌현우(附贅縣疣)와 마찬가지로 보통 사람이 지닌 것보다 더 많은 군더더기를 의미한다.
枝(지)는 곁으로 자라난 가지[旁生]로 지지(枝指)는 육손을 뜻한다. 이 문장의 의도는 사람은 다섯 개의 발가락과 다섯 개의 손가락을 지니고 태어나는 것이 정상인데 騈拇와 枝指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이므로 모두 사람의 자연스런 본성과 거리가 있음을 지적하는 데 있다.
* 出乎性哉而侈於德(출호성재이이어덕) : 태어날 때부터의 본성에서 나왔지만 보통 사람들이 타고나는 것보다 많음. 여기서의 性은 뒤의 形과 대비되는 의미. 본성에서 나왔다는 것은 후천적으로 발생한 병증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나오는 선천적인 기형이라는 뜻으로 뒤의 형체에서 나온 사마귀 등이 후천적으로 생겨난 것과는 다른 종류라는 뜻이다. 德은 보통 사람들이 타고나는 것, 곧 生得的인 것을 의미한다.
외편外篇의 첫 번째 편인 변무騈拇편은 외편의 다른 편들과 마찬가지로 맨 앞의 두 글자를 따서 편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엄지 발가락과 둘째 발가락이 붙은 변무나 육손이를 유가儒家에서 주장하는 인의仁義에 비유하여 비판 하고 있다. 사람을 구속하고 지치게하는 인의는 변무騈拇나 지지枝指처럼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으므로, 사람은 자기 안에 있는 자연 그대로인 본성을 잘 지키는 것이 바로 참된 도道로 가는 길이라고 하고 있다.
이편은 인위적인 것을 거부하고 자연의 본래 상태를 지킬 것을 주장하면서 유가儒家의 인의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보아 유가를 반대하는 일군一群의 장자 후학에 의해 기술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1장의 변무騈拇는 발가락의 군더더기 살이고 지지枝指는 육손이를 가리키는데 이것들이 모두 인간의 본성에 없는 군더더기인 것처럼 유가의 인의仁義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을 어기고 삶을 구속하는 군더더기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제2장에 나오는 “오리의 다리가 비록 짧지만 이어 주면 슬퍼하고 학의 다리가 길지만 자르면 슬퍼한다.”는 말은 때로 장자莊子 전편을 관통하는 자연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대목으로 인용될 만큼 유명하다.
제4장에서는 도척盜跖과 백이伯夷를 들면서 도척은 재물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이고 백이는 명예를 위해 목숨을 바쳤기 때문에 세속의 기준으로 보면 한 사람은 도둑이고 한 사람은 성인이라는 커다란 차이가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자기 본성이 원하는 것을 따르지 않고 외물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점에서 지나친 행위를 한 사람들임에는 마찬가지라고 비판하면서 위로는 감히 인의를 붙들지 아니하고 아래로는 감히 지나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왕숙민王叔岷 같은 이는 글쓴이의 이 같은 태도를 거론하면서 인의仁義와 음벽淫僻의 사이에 머물고자 하는 기회주의적 인생관으로 불윤불류不倫不類의 비인륜적 사고방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물론 이와는 정반대의 견해도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로 관봉關鋒 같은 이는 장자莊子의 다른 편이 무기력한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 주는 반면 이 편의 경우 체제를 격렬하게 비판하면서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