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약은 대부분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으로 분류돼 있어 오·남용 소지가 있다. 간장약은 간 질환의 예방·치료제가 아니라 치료 보조약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간장약은 약 남용의 대명사다. 지난해 CRP협의회(국내 6개 광고대행사 참여)가 전국 6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 프로파일 리서치'에 따르면 간장약 복용률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높아져 40~50대 남성 7명 중 한명이 지난 3개월 내 간장약을 먹은 경험이 있었다.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조성원 교수는 약의 남용에 대해 "간질환이 흔한 나라인 데다 간장약 대부분이 일반약으로 분류돼 의사 처방없이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간 보호제 … 만성 질환자엔 효과없어
'음주 전 간장약 복용' 잘못된 상식
문제는 시판 간장약은 간기능 보호제일 뿐 치료제는 아니라는 사실. 간세포의 막을 보호해 세포손상을 줄이고 재생을 돕는 등 보조적인 약효에 그친다. 특히 간기능 수치가 정상인 만성 간질환자나 말기 환자에게 간장약은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다. 한림대 성심병원 소화기내과 박상훈 교수는 "간기능 손상을 예방할 목적으로 간장약을 미리 사 먹는 애주가가 많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라고 조언했다.
* 효과 아직 불분명
시판 간장약은 대개 동물실험에서 급성 간손상에 대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들이다. 독성물질을 주입해 일부러 간염을 일으킨 동물에 일부 간장약을 투여한 결과 병이 다소 호전된 것으로 판정됐다. 그러나 실제 간염환자에게 이같은 효과가 있는지는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간장약 복용 후 간기능 수치가 다소 호전되더라도 간조직 검사를 해보면 병이 치료됐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경험담이다.
* 시판 간장약의 특성
국내 시판 중인 간장약을 성분별로 분류하면 20여 종류에 이른다.
이중 웅담에 들어 있는 우루소데옥시콜린산(UDCA)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우루사.쓸기담 등)은 담즙 분비가 잘 안되는 간질환이나 담석증 등 치료에 유용하다(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관식 교수).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간장약으로 써온 국화과 엉컹퀴류(마리아 엉컹퀴)에서 추출한 실리마린이 든 약(레갈론.실리박 등)은 항산화(抗酸化)작용으로 간세포의 파괴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오미자에서 얻은 DDD가 든 약(리비탈.닛셀.디디비.메테스 등)도 항산화작용 등을 통해 간기능을 개선시킨다.
생체 내 반응에서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ATP 생합성을 촉진하는 우라자미드가 든 약(리카바 등)은 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인해 쌓인 콜레스테롤 등을 낮추고 간 질환자가 흔히 느끼는 식욕부진·권태감 등을 개선해주는 효과가 있다. 알코올 대사과정에 관여해 알코올을 분해해주는 간기능 개선제도 있다. 비타민B6(메타독신)가 주성분인 약(알코텔)이다.
* 자연식품도 안심은 금물
간에 이상이 있다고 느껴지면 생약.한약.민간요법.자연식품 등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케일·컴프리·신선초·녹즙·느릅나무즙·민들레·쑥·미나리즙 등을 주로 찾는다. 이런 약재.식품들이 자연에서 얻은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할 것으로 믿는 것은 무모하다. 이들이 간에서 대사(代謝)되면서 간에 부담을 주거나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양약 중에도 간손상을 일으키는 약은 많다. 타이레놀.아스피린 등 해열진통제, 테트라사이클린.에리스로마이신 등 항생제, 아이나.리팜핀 등 결핵치료약, 니조랄 등 항진균제.피임약 등 호르몬제, 과량의 비타민A 등이 간손상을 곧잘 유발한다.
삼성서울병원 최경업 약제부장은 "간염 등 간질환자 신생아·노인 등 간기능이 낮은 사람, 알코올중독자, 신장기능 저하 환자는 자연식품·약 등이 간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