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발표작
요양원 풍경
박서익
이스터 섬 석상인양 늘어앉은 어머니들
삐걱대는 세월 속에 엎어지며 달려온 길
오늘은 신선이 되어 구름 속에 놀고 있다
꽃보다 고운 얼굴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영화로운 젊은 날들 안개 속에 흩어졌다
기억의 한 자락에서 풍화되는 부처님들
인생은 회전그네 적막한 겨울강산
턱받이 앞에 하고 줄을 서는 모범생들
세 살 된 백발 청춘은 아들보고 오빠라네
신작
송해 공원
겨울잠 깬 비슬산 봄볕이 얼쩡댄다
절벽 틈에 매달린 채 숨 고르는 얼음덩이
원앙도 물살 가르며 남은 겨울 밀어내고
녹두싹 같은 햇살 백세정 앞 오글댄다
산책로 초록 기운 발걸음도 포근하고
호수에 울려 퍼지는 귀에 익은 그 목소리
구수한 노랫가락 가던 구름 멈춰 선다
가슴에 마이크 달고 보름달로 웃는 얼굴
한평생 떠돌던 바람 여기 뿌리내리다
*대구 달성군 옥포읍 기세리 306
송정*의 꿈
난함산 바라보며 꿈을 꾸는 옹골찬 씨앗
추풍령 매운바람 온몸으로 받아낸다
삭풍도 비켜 지나는 십이월의 내한 마라톤
봉황의 알을 품고 부화하는 벽오동나무
가슴마다 녹여내는 송설당의 높으신 뜻
조약돌 다져 올린 산 태풍 와도 끄떡없다
소나무 용틀임은 승천하는 높은 기상
솔잎마다 맺힌 소망 알알이 익어간다
정기대 크나큰 그 뜻 구름 따라 오르고
*김천시 김천고등학교 후원
<대구시조> 2023. 제27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