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바로 이 집에서 한달살이 마무리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작년 4월은 더운 날도 많아서 바다에 몇 번들어가기도 했고, 어린 두 녀석이 물에만 들여보내면 나오려하질 않아서 애먹기도 했습니다. 그런 날들에 비하면 올 4월은 훨씬 쌀쌀한 듯 합니다. 벚꽃개화시기도 늦고 아직도 따뜻한 옷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제주도에 와서 안개자욱한 거야 무수히 보았지만 오늘처럼 집앞 마당까지 스멀스멀 깔리고 있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제법 써늘한 바닷바람과 비, 그리고 안개까지, 4월이 끝나가는 즈음 제주도는 오리무중 속 비바람에 사로잡혀 종일 어둡기까지 합니다.
혹시나 제가 고사리꺾으러 산으로 들로 헤매는 것은 아닐까싶어 고사리채취 관련 좋지않은 소식들만 골라 보내는 태균아빠. 며칠 전에는 고사리 꺾다가 길잃고 실종된 사건을 언급하더니 좀전에는 중증혈소판감소증 환자 소식까지 보내왔습니다.
전문꾼도 아닌데 산으로 들로 갈 일도 없거니와 근처에서만 꺾어도 감당하기 힘들 지경입니다. 상당량을 해오름주간보호센터에 기증했습니다. 잠시 산책동안에만 꺾어도 이리 많고 그저께 꺾은 것은 아직 삶지도 못했습니다.
그저께 우연히 펜션에 놀러왔던 제주도 정착민은 그야말로 반려견에 미쳐있습니다. 자식도 안 낳고 반려견에만 빠져있으니 그 세계가 참 묘합니다. 시베리언허스키를 너무 기르고 싶어 알라스카까지 날아가서 구해서 데리고 왔다는 귀한 놈들이라 사진을 남겨보았습니다. 국내에 유일한 종이라하니 참... 뭐라 할 말이...
더 재미난 것은 지난 주에 우리집 2층에 한달살이 들어온 부산처자! 제주도에 정착해볼까 해서 애월 쪽에 집을 얻어서 왔건만 그 동네는 밤낮으로 시끄러워서 도저히 살 수가 없다하는데 본인이 아니라 본인이 돌보는 반려견이야기입니다. 놀랍게도 여기도 시베리안허스키인데 그녀의 삶이 온통 반려견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머물더니 너무 좋다고 감탄!
추운 곳에 사는 아이라 벌써 더워한다고 난방은 아예 켜지도 않고 벌써 에어컨을 돌리기도 하고, 24시간 자식돌보듯 돌보는 모습이 아직은 적응은 안됩니다. 같은 종을 키우는 이들이 우연히 만나자 폭풍수다가 이어지는데...
저는 별로 할 말도 없어서 고사리나 꺾었는데 그 잠시 사이 어찌나 많이 꺾었는지 우연히 왔던 제주정착민이 저보고 매의눈이랍니다. 자기도 같이 했지만 저의 수확에 비하면 아주 적은 양이라, 타인이 인정한 매의눈 맞습니다. 몽땅 그녀에게 안겨주었더니 어찌나 좋아하는지...
태균아빠 걱정이 더 커질까봐 정말로 그만두어야 할까 봅니다. 이번 주말 연휴, 간만에 제주도방문 예정이라 태균이가 반가와 할 듯 합니다. 많이 안정된 준이도 주말트라우마 (주말동안 정신이 아픈 엄마에게 시달렸던 정신적 스트레스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회복에 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4월이 가려는 즈음에 날씨는 추적거리지만 제주도사람 다 된 양, 지난 4월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을 올려준 것은 역시 고사리였네요. 즐거웠던 4월이 끝나가고 있고 어제는 아이들과 즐거운 애월바닷가 산책!
첫댓글 태균 아빠께서 안해분의 일기를 챙겨보시는군요.
염려 카톡에 웃습니다.
고사리 사진에 제일 열광하는게 넘 우수한 고사리거든요.
모처럼 가족 완성체 그 시간들이 쯜겁기를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