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상징]은 풍차와 튤립이다.
그중에서도 튤립은 수도인 암스테르담 곳곳에서 화려한 색채로 구경할 수 있다.
심지어 편의점에서도 튤립을 팔았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도 꽃을 좋아하지만 일상적으로 꽃을 사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에게 꽃을 산다는 것은 하나의 이벤트다.
즉, 태어나고, 입학하고, 졸업하고, 청혼하고, 입원하고, 죽을 때 [꽃을 선물]하는 것이다.
그러나 꽃의 나라, 네덜란드는 확실히 달랐다.
꽃을 팔고 사는 풍경을 수시로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암스테르담의 한 광장에서는 꽃시장으로 가는 길을 노랗게 표시해 두었다.
그 표지판은 골목이나 갈림길에도 있었고, 실제로 이를 따라가니 꽃시장에 이르렀다.
그만큼 꽃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 한 폭의 수채화같은 꽃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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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 위의 꽃시장. 이랑주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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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시장은 물 위에 있었다.
강 건너에서 바라 본 시장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상점 뒷면이 투명 유리와 비닐로 돼 있어 매장 안의 꽃이 강 건너에서도 잘 보였다.
예쁜 꽃가게가 운하를 따로 길게 늘어섰다.
꽃이 수면 위로 비쳐 마치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듯했다.
회색빛 운하와 그 주변의 중세 건축물도 꽃과 잘 어울렸다.
꽃시장은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오래된 싱겔 운하를 따라서 자리잡고 있다.
1862년부터 조성됐으니 벌써 150년이 훌쩍 넘었다.
매일 아침 운하를 따라 시골에서 꽃을 실은 배들이 도착한다.
■ 전통도 사람들이 찾아야 지켜진다
다리를 건너 꽃시장 입구로 가니 꽃과 씨앗, 정원용품, 소품이 마치 한 가게처럼 어울려 있다.
노랑, 빨강, 주황색의 튤립이 바구니에 가득 담겨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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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들. 이랑주 씨 제공 |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꽃도 많다.
그중 네덜란드 전통 신발 모양의 장신구에 꽃씨를 담아서 파는 기념품이 큰 인기를 누렸다.
아무 데나 걸어 놓아도 잘 자란다고 했다.
놀라운 것은 살아있는 꽃을 파는 매장인데도 바닥에 물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화분을 파는 곳에서도 바닥에 흙이 없었다.
한 가게에 들어가 그 비법을 물었다.
그 가게 상인은 "노점이라고 불편하거나 불결하면 누가 찾겠느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매일 아침 손님이 오기 전에 시장 상인들이 모두 힘을 합쳐 물청소를 한다고 했다.
그는 "150년 전통도 손님이 와야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이 귓전을 때렸다.
■ 성실함이 더 큰 사랑을 만든다
네델란드는 육지보다 해수면이 24% 낮다.
이런 지형적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네덜란드 사람들은 둑을 쌓았다.
네덜란드라는 이름도 '낮은 지대의 나라'를 뜻한다.
지리적 위치도 북부와 중부 유럽을 연결하는 길목에 있어,
힘 센 나라 틈에서 온갖 풍상을 다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 역사적, 지형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근면과 성실한 나라가 된 것이다.
싱겔 운하 위에 꽃핀 작은 시장이 150년 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한결같이 사랑을 받는 이유도 같은 이유일 것 같다.
꽃시장이라서 해서 꽃만 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치즈가게도 있고, 카페도 있었다.
치즈를 수레에 올려 파는 가게를 찾으니
흰 블라우스에 빨간 앞치마를 걸친 점원이 대뜸 맛을 보라며 치즈를 건넸다.
꽃도 보고, 맛도 보고….
■ 꽃밭이 없으면 화분이라도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꽃은 생활의 일부다.
그래서 수시로, 아주 자연스럽게 꽃시장을 찾는다.
마당이 있는 집은 여러 가지 꽃과 나무를 가꾸고, 마당이 없는 집은 화분으로 이를 대신한다.
창틀에 내어 놓은 화분에는 사시사철 빛깔 고운 꽃이 자란다.
그러고 보니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본 많은 건물의 창문에 꽃 화분이 놓여 있었다.
자신들이 정성들여 가꾼 꽃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큰 즐거움을 준다.
시 하나가 생각난다.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피다 지고 싶습니다'(김시천).
lmy730@hanmail.net
이랑주VMD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