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장어 잡든 일
남 도 국
어릴 적 내가 태어나 성장하든 마을 앞뒤로 왕피천 큰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강은 동해에서 약 2킬로 거리여서 평소에 많은 민물고기가 강과 바다를 오르뱀장어 잡던 일
남 도 국내리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린 소년은 이른 봄부터 여름을 지나 늦은 가을까지 철 따라 민물고기 잡는 일에 흥미와 소질을 가지고 자랐습니다. 봄이면 눈 녹아내리는 시원한 강물을 거슬러 올라오는 길이 약 30센티 되는 황어들이 바다에서 무리 지어 저들의 태어난 왕피천으로 회귀하여 올라옵니다. 지금은 댐으로 강을 막아 강 위쪽 멀리까지 올라가질 못하지만, 60년대 초 그때는 나무로 대충 강물의 흐름을 막아 농업 용수로를 그슬러 황어 떼가 삼사 십 리 물길을 타고 올라옵니다.
6.25 동란 때 인민군이 쓰다 버리고 간 다이너마이트를 숨겨 두었다가 내어서 겁도 없이 성류소를 헤엄치며 유영하는 황어 떼를 발견하고 그 황어 떼가 노는 복판에 다이너마이트 심지에 불을 붙여 던져 넣습니다. 던져 넣은 지 1, 2분 후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여 많을 때는 100여 마리 적어도 50마리의 황어가 폭발 진동에 죽어 배를 하얗게 위로하고 물 위에 떠 있거나 어떤 놈은 강바닥 2미터 아래로 내려가 죽어 있습니다.
2월 중순, 깊은 산에서 녹아내리는 눈 녹은 물, 강바람이 몹시 싸늘하지만 어릴 적부터 물에 노는 일에 익숙한 간 큰 소년은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물속을 겁 없이 뛰어듭니다, 뒤 따리 두 살 연하의 동생들도 뛰어들어 셋이서 백여 마리의 죽어 있는 황어를 물 아래로 박차고 내려가 양손에 한 마리, 입에 또 한 마리를 물고 물 위로 올라옵니다. 용감한 소년은 주로 물속 깊이 가라앉은 고기만 건져 내고 후배 동생들은 건지기 쉬운 물 위에 떠 있는 고기만을 건져 내게 배려합니다.
그 모든 작업은 20분 안에 완료해야 합니다. 경찰 파출소가 불과 2킬로 거리 안에 있으므로 누군가 고발하면 우리는 철창신세를 면하기 어렵기 때문에 얼른 작업을 마치고 잡은 고기를 배분하여 집으로 달려와 얼은 몸을 녹입니다.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에게도 입막음으로 한 두 마리 나눠 주며 만일의 일에 대비합니다.
그렇게 해도 소년은 운 좋게 한 번도 경찰에 붙들려 가 조사를 받은 적 없었습니다. 어디 황어뿐만이 아닙니다. 여름 내내 옛날 임금 상에만 올랐다는 깨끗하고 아름답고 냄새 없는 민물고기의 황제라 불리는 은어는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부업으로 혹은 취미로 즐기기에 충분합니다. 봄을 타고 떼를 지어 올라오는 은어는 높은 대를 오를 때는 점퍼로 뛰어오르는 습관을 잘 아는 소년은 후려치기 낚시로 때를 잘 맞추면 한 시간에 이 삼십 마리 낚아채는 것은 앉아 떡 먹기입니다. 이들은 또 한 여름 내내 깊은 강물에서 놀다가 유영하러 세찬 강물로 올라옵니다. 소년은 은어가 세찬 강물을 타고 올라와 자기 터전을 마련하고 그 터전 주위를 자기 아지트로 만들고 철저하게 지키며 다른 놈이 근처에 침입해 오면 사생결단 달려들어 쫓아내는 습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소년은 아침 일찍 강에 나가 은어를 한 마리를 그물을 던져 산 채로 잡아 그 고기 미끼로 정하고 그 고기 코에 도모쓰리 줄을 꿰고 꼬리에 낚시를 달아 큰 고기들이 유영하고 있을 만 한 자리에 던져 넣습니다. 자기 자리를 침범해 오는 방문객 고기를 쫓아내려 하든 큰 놈의 은어가 미끼 고기의 꼬리에 달린 낚시에 걸려 푸드덕거리며 낚여 올라옵니다. 미끼와 낚인 고기 두 마리가 낚싯대에 한꺼번에 달려 올라오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소년은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운 순간이었습니다.
이놈 은어들은 또 가을이 되면 바다로 가려 강물을 따라 내려옵니다. 소년은 강의 너비가 대체로 좁고 작업하기 힘이 덜 드는 강을 돌로 자갈로 모아 강의 흐름을 막습니다. 중 간쯤에 싸리로 엮어 만든 통발을 두 개쯤 고기들이 안심하고 즐기며 내려가는 길 아래에 바쳐 놓고 하룻밤을 기다립니다. 눈치 없는 은어들은 아무 저항 없이 잘 흐르는 물길을 따라 안심하고 내려오다가 통발에 걸려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고 통발 안에 갇히고 맙니다. 이튿날 아침 소년은 통발 안에 갇혀있는 통통하게 살찐 은어들을 많을 때는 사오십 마리를 수확해 갑니다.
그것뿐 아닙니다. 왕피천은 이름난 일급수로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수질 좋은 강입니다. 이곳에 사십 종이 넘는 민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있지만 오늘은 그중 특별한 뱀장어 이야기를 한번 기억해 봅니다. 뱀장어는 큰 놈은 길이 약 5, 60센티나 되며 큰 놈부터 20센티 이상 되는 것 만 우리의 포획 대상이 됩니다. 이들은 주로 바위 사이 구멍에 자리하고 작은 새우를 잡아먹으며 삽니다. 수영 잘하는 간 큰 소년은 집에서 만든 끝이 날카로운 ㄷ자 고리 낚시를 준비하고 물안경을 쓰고 깊은 물 아래로 들어가 바위틈을 들여다봅니다. 바위틈 사이로 하얀 배를 내밀고 숨을 꼴딱꼴딱 쉬는 뱀장어 모습을 발견하고 낚시를 배 밑으로 가만히 넣어 순간적으로 잡아 칩니다. 집에서 잠자든 뱀장어는 영문도 모른 채 배를 낚시에 치여 물 위로 올라옵니다. 운 좋으면 큰 놈 두 마리도 잡아 올립니다.
뱀장어를 단번에 가장 많이 잡는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전기 배터리로 잡는 법이 최고입니다. 시중에서 배터리를 구매합니다. 배터리를 가방 안에 넣어 짊어지고 스위치를 장대에 연결하여 눌러서 전기를 켜고 끄는 방법입니다. 강 깊은 곳 뱀장어가 서식할 만한 바위틈에 전기선 끝을 갔다 대고 스위치를 눌러 전기를 전달합니다. 2, 3분 후면 전기의 강한 출격을 견디지 못한 뱀장어들이 물 밖으로 뛰어나옵니다. 기다리고 있든 다른 친구가 얼른 물로 뛰어들어 달아나는 뱀장어를 낚시로 낚아채 올립니다, 한해는 한 바구니를 잡은 운 좋은 날도 있었습니다.
그날에는 집 마당에 큰 솥을 걸고 뱀장어만 넣어 한 시간쯤 달달 끓이면 구수한 냄새가 동네를 진동합니다. 그 냄새를 맡은 동네 사람이 몰려옵니다. 동네 분 모두가 막걸리 한잔을 걸치며 즐겁게 흥을 돋우며 이런저런 덕담을 나눕니다. 남은 것은 옆에서 지켜보든 개도 멀리서 눈치 보고 있던 고양이도 불러 몸보신시킵니다.
1960년대 여름날 저녁 마당에 멍석 깔고 보릿짚 불태우며 모기를 쫓아내고 동네 분들 모두가 둘러앉아 뱀장어탕 잔치로 즐거웠던 시간을 추억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