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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교구 가톨릭환경연대 20주년 원탁토론에 100여 명이 참석해 생각을 모았다. ⓒ한수진 기자 |
하얀색 천으로 덮인 원탁 20여 개가 인천 박문여자중학교 강당을 채웠다. 결혼식장에 어울릴 모양새지만, 오늘 놓인 원탁은 축하연의 소품이 아닌 사람들의 토론을 돕는 주연급 역할을 맡았다. 지난 6일 천주교 인천교구 가톨릭환경연대 2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활동을 되짚어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원탁토론’이 열린 자리다.
이날 행사를 공동주최한 인천교구 환경사목부와 가톨릭환경연대는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기념식 대신 말 그대로 ‘내실 있는’ 20주년을 보내기 위해 5개월 전부터 원탁토론을 준비했다. 토론전문기관인 코리아스픽스에 의뢰해 가톨릭환경연대 회원과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인천교구 신자, 사제, 수도자 등 1,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이를 분석해 토론 의제를 선정했다. 동시에 각 탁자에서 토론을 이끌 원탁토론 진행자 10명을 교육해 양성하고, 교구 내 본당을 중심으로 토론 참가자를 모집했다. 6일 열린 원탁토론에는 토론 진행자를 포함해 100여 명이 참가했다.
김윤석 신부(인천교구 환경사목부)는 “가톨릭환경연대가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활동 방향을 찾기 위해 원탁토론을 개최했다”면서 “대표자나 전문가뿐만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이 의제 구성 과정부터 직접 참여해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 원탁토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2시간 만에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해답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탁토론에서는 사람 사이 마음과 생각이 오가는 아날로그 소통과 인터넷을 이용한 디지털 정보 공유의 조화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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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탁토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참가자들이 마음 열기 시간을 갖고 있다. ⓒ한수진 기자 |
원탁토론의 첫 순서는 10명이 한 조가 돼 탁자에 둘러앉아 서로 눈인사를 나누는 것이었다. 토론에 앞서 마음을 열기 위한 과정이다. 처음 만난 사람이든 평소 알던 사람이든 눈을 마주보고 미소를 짓는 것이 쑥스러웠는지 민망함을 무마하려는 웃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어 참가자들은 앞에 놓인 무선투표기기를 들고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성별과 나이 등 간단한 질문의 답을 입력했다. 무대 앞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실시간으로 투표에 참여한 인원 수와 투표 결과가 그래프로 표시됐다.
첫 번째 토론 주제는 ‘가톨릭환경연대의 활동, 무엇이 문제입니까’였다. 참가자들은 사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선정한 15개 키워드 중 하나를 선택해 1분 30초 동안 같은 원탁에 앉은 이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각 원탁의 토론 진행자는 참가자들의 의견을 노트북에 입력하고, 중앙에선 이를 집계해 입력 시간과 함께 스크린에 띄운다. 사회자는 취합된 의견 중 부연설명이 필요하거나 비슷한 내용이 많이 나온 의견을 위주로 참가자들에게 설명을 요청했다. 그러고 나서 각 조별로 15분가량 상호토론 시간을 가진 뒤, 취합된 전체 의견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무선투표기기로 투표했다.
이날 참가자들이 진단한 가톨릭환경연대 활동의 문제점은 ‘본당 사목자의 관심 부족’이 전체 114표 중 38표를 얻어 가장 높았다. 본당에서 환경활동을 시작하고 싶어도 본당 사제의 관심이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었다는 의견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어 교회 내 캠페인 부족, 미미한 존재감, 대중 캠페인 미흡이 뒤를 이었다. 전문성 부족과 환경 현안 대응 미약, 응집력과 유대관계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두 번째 주제는 ‘가톨릭환경연대가 나아갈 길’이었다. 이미 한번 새로운 토론 방식을 경험한 참가자들의 표정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첫 번째 토론에서 “토론이 어려워요”라고 말을 아꼈던 중학생 참가자 신영준 군은 “주일학교 교리시간에 환경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신 군은 토론 참가자 중 인원이 가장 적었던 청소년층의 의견을 대변해 전체 참가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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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교구 가톨릭환경연대 20주년 원탁토론에 참가한 중학생 신영준 군(가운데)이 의견을 말하고 있다. 토론 진행자가 참가자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면 중앙에선 취합된 의견을 스크린에 게시해 공유한다. ⓒ한수진 기자 |
토론 참가자들은 가톨릭환경연대의 미래 과제로 ‘교구의 적극적인 활동’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이어 각 본당에 환경분과 설치를 통한 환경사목의 비전 제시, 생활 속 실천 캠페인 전개, 모금과 홍보 강화, 비신자 · 시민사회와의 소통 강화, 교회 내 협업과 회원 관리,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상근 가톨릭환경연대 실행위원장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만이 아닌 다양한 이들의 생각을 듣고 더 나은 방향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이 실행위원장은 “원탁토론을 통해 교회의 환경운동이 발전하기 위해 교구와 가톨릭환경연대, 사목자, 신자의 역할이 각각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 매우 뜻 깊은 행사였다”고 덧붙였다.
원탁토론을 준비한 이들은 행사 당일의 성과뿐만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원탁토론 준비를 총괄한 마리아 가인 수녀(인천교구 환경사목부)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준비하면서 인천교구 환경사목부와 가톨릭환경연대가 앞으로의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원탁토론을 위해 양성된 토론 진행자들이 향후 교회에서 토론문화를 성장시킬 자원이 되기를 기대했다. 김윤석 신부도 “본당과 교구에서도 현재를 진단하고 사목 방향을 정하는 데 원탁토론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교회의 권위주의적이고 경직된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환경연대는 내년 1월에 열릴 정기총회에서도 원탁토론 방식을 활용할 계획이다. 정기총회에서는 이번 원탁토론에서 취합된 의견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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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맙습니다. 프란치스코님!
태풍이 순하게 지나갔는지 오늘 날씨가 쾌청이네요.
좋은 하루 보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