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일(春日) - 오대산 호령봉
1. 호령봉 정상에서 조망, 멀리 가운데는 황병산, 그 앞 왼쪽은 동대산
좋은 날에 꽃을 찾아 사수 강가에 가니
끝없이 펼쳐진 풍경이 일시에 새롭구나
문득 봄바람 얼굴에 느끼니
울긋불긋 수많은 꽃들이 모두 봄이로다
勝日尋芳泗水濱
無邊光景一時新
等閑識得東風面
萬紫千紅總是春
―― 주희(朱熹, 朱子, 1130~1200), 「춘일(春日)」
▶ 산행일시 : 2026년 5월 17일(토), 맑음
▶ 산행인원 : 4명
▶ 산행코스 : 상원사주차장,서대 수정암 갈림길,1,342m봉,1,404m봉,호령봉 주릉 1,533m봉,호령봉,감자밭등,
호령봉, 1,533m봉,가래터골,중대사자암(적멸보궁) 입구,상원사주차장
▶ 산행거리 : 도상 9.7km
▶ 산행시간 : 8시간 27분(09 : 45 ~ 17 : 21)
▶ 갈 때 : 청량리역에서 KTX 열차 타고 진부(오대산)역에 가서, 군내버스 타고 상원사주차장으로 감
▶ 올 때 : 상원사주차장에서 군내버스 타고 진부에 가서, 저녁 먹고 택시 타고 진부(오대산)역에 가서,
KTX 열차 타고 상봉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7 : 05 – 청량리역
08 : 32 – 진부(오대산)역, 상원사 가는 버스(08 : 50)
09 : 47 – 상원사주차장 버스종점, 산행시작
10 : 08 – 서대 수정암 갈림길, 상원탐방지원센터 0.8km, 비로봉 2.7km
10 : 43 – 능선, ┫자 서대 수정암 갈림길
11 : 05 – 1,342m봉, 휴식( ~ 10 : 20)
11 : 28 – 1,404m봉
11 : 33 – ┣자 갈림길 안부
11 : 54 – 호령봉 주릉 1,533m봉, 서대 3.1km, 호령봉 1.0km, 비로봉 1.8km
12 : 10 – 호령봉 직전 안부, 점심( ~ 12 : 45)
13 : 06 – 호령봉(虎嶺峰, 1,565.5m)
14 : 00 – 감자밭등(1,430m) 직전 안부
15 : 00 – 호령봉
15 : 28 – 호령봉 주릉 1,533m봉
15 : 40 - ┫자 갈림길 안부, 휴식( ~ 15 : 55)
16 : 50 – 가래터골, 적멸보궁(중대사자암) 입구
15 : 14 – 상원사주차장, 산행종료, 휴식( ~ 17 : 45)
18 : 22 – 진부터미널, 저녁식사
20 : 24 – 진부(오대산)역
21 : 45 – 상봉역
2.1.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호령봉(이미지 날짜 2023.11.23. 내려다본 높이 5.17km)
2.2. 호령봉 지도(영진지도, 1/50,000)
오월에는 오대산을 가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진부(오대산)역 가는 열차표를 구하기가 어렵다. 1달 전에 예매했
다. 아마 지난 3월 3일부터 봄철 산불조심기간으로 출입이 통제되었던 주요 탐방로가 5월 16일부터 풀린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기이한 것이 많고 많은 좌석에서 내가 메아리 님과 6호차에 나란히 앉는 좌석이라는 점이
다. 서로 각자 다른 날에 예매했는데 그러하다. 더구나 나는 착각하여 상봉역이 아닌 청량리역에서 가는 열차표를
예매했다. 기분 좋은 일이다.
진부(오대산)역에서 상원사 가는 시내버스 운행시간과 요금이 달라졌다. 작년에는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
들를 틈이 없이 곧바로 시내버스를 타야 했는데, 오늘은 20분 가까이 여유가 있다. 그래도 줄을 서야 한다. 열차에
내린 승객들이 다수 몰려드니 줄 서는 것을 게을리 했다가는 상원사까지 1시간 정도를 꼬박 서서 가야 한다. 버스요
금도 작년에는 기본요금 1,650원에 추가요금이 붙었는데, 오늘은 일률적으로 1,000원이다.
오늘은 오지산행도 오대산을 간다고 하여 이미 지나갔을까 하고 상원사 가는 길에 주차장마다 자세히 살폈다. 특히
동피골과 상원사주차장에 그들이 타고 온 버스가 있을까 주의하여 살폈는데 없다. 비로봉이나 상월봉은 절대(?) 가
지 않더라도 호령봉은 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상원사주차장. 버스에 내린 그 많은 사람들이 금세 뿔뿔이 흩어진다. 상원사 입구 지나 적멸보궁 가는 길이 한산하
다. 대로 주변의 거대한 잣나무는 올 때마다 경이롭다. 이 대단한 열주를 사열하는 셈이니 우쭐하여 저절로 씩씩한
걸음걸이 한다.
상원사주차장 주변은 물론 적멸보궁 가는 너른 도로의 오른쪽 풀숲은 야생화 화원이나 다름없다. 심산유곡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연영초(延齡草)나 참꽃마리 등이 흔하다. 2020.8.10. ‘한겨레 온’에 실린 이호균의 풀꽃나무 이야기
중 다음 대목이 그럴 듯하다.
“높은 산 깊은 골이 아니면 만나볼 수 없는 꽃 ‘연영초(延齡草)’, 처음 보는 사람치고 그 우아한 자태에 입이 쩍 벌어
지지 않을 사람 있을까? (…) 마치 늘씬한 키에 얼굴이 허여멀쑥한 귀공자가 풍성한 초록색 망토를 걸친 듯한 풍모
라고나 할까?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미치지 않는 깊은 산 속에 청아한 물소리를 들으며 피어 있는 연영초(延齡草)에
반하지 않을 사람 없으리라.”
연영초(Trillium kamtschaticum Pall. ex Pursh)의 속명 ‘Trillium’은 3을 뜻하는 그리스어 ‘treis’와 백합
(lilium)의 합성어인데 잎과 꽃받침, 꽃잎이 모두 3장인 데서 유래한다. 종소명 ‘kamtschaticum’은 ‘캄차카의’라
는 뜻으로 자생지인 캄차카를 밝힌 것이다.
명명자 Pall.은 독일 출신 러시아 박물학자인 페터 시몬 파라스(Peter Simon Pallas, 1741~1811)이고, Pursh는
독일계 미국인 식물학자 프레더릭 트라우고트 푸르쉬(Frederick Traugott Pursh, 1774~1820)이다.
3. 연영초
4. 참꽃마리
6. 회리바람꽃
8. 멀리 오른쪽은 발왕산
9. 홀아비바람꽃
10. 얼레지, 주변은 두루미꽃
11. 홀아비바람꽃
12. 연영초
13. 멀리 가운데는 설악산 대청봉, 왼쪽으로 귀때기청봉이 희미하게 보인다
서대 수정암 가는 길은 아직도 비지정탐방로인가 보다. 비탈진 산자락을 오르는 인적이 뚜렷한데 그 방향만 이정표
가 없다. 선답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수정암을 오가는 신도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왜 이리로 오느냐 하고 따지는 것
을 물론 국공에 신고하여 즉각 국공이 출동하더라고 한다. 대로에 적멸보궁을 오가는 사람들이 뜸한 틈을 타서 빠른
걸음으로 가파른 사면의 소로를 치고 오른다. 그리고 산굽이 돌고 돈다. 오늘은 신도들과 만나지 않았다. 혹시 만났
을 때를 대비하여 무조건 공손할 것 등 행동요령을 준비했다.
수정암 가는 길 주변은 회리바람꽃과 삿갓나물이 자주 보인다. 코 박는 가파른 오르막이고 보니 눈맞춤하려고 그리
엎드리지 않아도 된다. 노루귀는 잎만 무성하고 꽃은 흔적 없다. 비지땀 쏟으며 가쁜 숨으로 능선에 오른다. 서대
수정암은 왼쪽 펑퍼짐한 사면으로 가고, 우리는 완만한 능선 마루금 잡아 오른다. 해마다 더 잘난 길이다. 언뜻 부는
살랑바람이 시원하다. 1,352m봉에 올라 오래 휴식한다. 당분간 하늘 가린 키 큰 나무 숲속이라 조망은 없다.
잠깐 내렸다가 길게 오르면 1,404m봉이다. 돌투성이길이다. 주변의 새잎 나는 녹음이 보기에 좋다. 멀리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호령봉 연릉도 봄빛이 완연하다. 1,404m봉에서 한 피치 길게 내린 안부는 ┣자 갈림길로 오른쪽은
우리가 이따 내려갈 가래터골이다. 길이 신작로로 났다. 내쳐 오른다. 주릉까지 고도 200m 정도를 올라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등로 주변에서 응원하는 얼레지와 홀로바람꽃, 연영초 등 풀꽃들을 들여다보느라 힘 드는 줄
모른다.
잠시 하늘 트여 뒤돌아보면 발왕산이 아스라하다. 그리고 깊은 숲속에 묻힌다. 양봉래 태산처럼 오르고 또 오른다.
주릉 1,533m봉이다. 전에 없던 이정표가 있다. 오늘 만난 젊은 홀로 등산객과 얘기 나누었더니 지정탐방로여서가
아니라 지난겨울에 이곳에서 조난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이정표를 세웠다고 한다. 호령봉
1.0km. 돌길에 덩굴 숲이 무성하여 지나가기가 여간 사납지 않다. 지도에는 사뭇 평원으로 보이는 오른쪽 사면이
실제는 잡목과 덩굴 숲의 밀림이라 아무리 오지산행 일원이라도 들러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호령봉 오르기 전 펑퍼짐한 안부인 풀밭 화원에서 자리 잡고 점심밥 먹는다. 지난날 으레 이곳에서 여러 악우들과
봄소풍을 즐겼다. 마치 엊그제 일 같다. 호령봉을 오른다. 돌길 섞인 가파르고 긴 오르막에 잡목 숲은 여전하다.
호령봉 정상은 너른 헬기장으로 사망 조망이 훤히 트인다. 황병산, 발왕산, 계방산, 소계방산, 석두봉, 귀때기청봉,
대청봉 등등. 주변의 진달래는 털진달래이리라. 시들었다.
14. 얼레지
15. 멀리 가운데는 발왕산
16. 가운데는 계방산, 오른쪽은 소계방산
17. 앞 봉우리와 그 뒤는 계방산으로 가는 한강기맥
18. 중간 왼쪽은 소계방산, 그 뒤 오른쪽은 사남산, 석두봉, 형제봉 등
19. 홀아비바람꽃
20. 중간이 한강기맥
23. 가래터골 무명폭
24. 노루삼
호령봉 서릉 감자밭등을 간다. 분명한 인적을 쫓아 내려가도 얼마 안 가서 헤매고 만다. 인적인지 수적인지 여러
갈래 흔적이 있지만 따라가 보면 막히곤 한다. 우리가 가는 데가 곧 길이다 하고 갈 수밖에 없다. 지근거리라도 서로
연호하여 위치를 얼추 파악하는데, 뒤따라오는 줄 알았던 하운 님의 행방이 묘연하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다. 여태 재잘대던 산새들이 우리 외침에 놀랐는지 일제히 고요히 침묵한다.
하운 님의 산행이력이 얼마인데 하며 메아리 님에게 맡기고 감자밭등을 향한다. 지난주 다녀갔다던 킬문 님 일행의
흔적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는다. 지도를 꺼내 들여다보니(지도 꺼내 들여다보는 것이 이런 데서는 귀찮은 노릇이다.
땀이 범벅이라 안경이 흐릿하여 휴대폰의 오룩스맵 잘 보이지 않는다), 등로를 왼쪽으로 상당히 벗어났다. 등로라고
해도 그 상태가 낫다고 보기 어렵다. 안부께에 도착했을 무렵 메아리 님으로부터 아직 하운 님을 찾지 못했으니
올라올 때 불러봐 달라는 주문이다.
사태가 심각해진다. 서둘러 되돌아간다. 되돌아가는 것도 오지 등로 개척이다. 호령봉 정상이 가까워졌을 때 하운
님을 찾았다고 하여 안심하고 올라오시란다. 그때 하운 님은 어떠했을까? 하운 님 역시 혼자여서 겁이 나더라고 한
다. 수없이 소리쳐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하여 온 길을 되돌아가는 중이었다고 한다.
녹음이 짙어지면 나뭇잎이 방음역할을 하여 소리가 멀리 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골짜기나 다른 능선에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이런데서 산행의 잔재미와 스릴을 느낀다. 잠시 동안이지만 억지로 헤어졌다 만나니 더없이 반갑다. 내년에 다시
오자 하고서 하산한다. 올라 올 때 못 본, 그 꽃 보며 내려간다. 일로 내리막이라 한결 발걸음이 가볍다. ┫자 갈림길
안부에서 왼쪽 가래터골로 간다. 길이 사납기는 여전하다. 계곡에 다다라서는 풀숲에 돌길이 가려 있고, 계류 건널
때는 이끼 낀 너덜이 미끄러워 걸음걸음 더듬거린다. 계곡 험로가 길기도 하다. 땀을 새로이 쏟는다.
적멸보궁 입구 가까워서 계류에 다가가 세면 탁족한다.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탁족하는데 몇 초를 견디지 못하겠다.
상원사주차장 가는 길. 산그늘 지고 오가는 사람 이 드물어 더욱 적막하다. 상원사주차장 옆 풀숲에 들어 풀꽃 들여
다본다. 특히 천남성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내가 다른 데서 보던 천남성과 다르게 보여 국립수목원에서 본 섬남성
이 아닌가 했는데, 천남성이 맞다. 우선 잎이 다르다. 섬남성은 잎이 알록달록하다. 섬남성은 울릉도에서만 자생하
는 한국 특산식물이라고 한다.
진부 단골식당으로 간다. 작년에는 멋모르고 열차시간에 임박하여 진부역까지 걸어가느라 혼쭐이 났던 터라 오늘은
그때를 경계하여 느긋하다. 신삼합이 한층 맛 난다. 신삼합은 생더덕주와 삼겹살, 곰취를 말한다. 오늘은 진부에서
택시 타고 진부역으로 간다. 서울 가는 길. 봄이 또 하루가 줄었다니 아쉽다.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의 「늦봄
(春晩)」으로 달래본다.
못 둑의 잔풀들은 생기가 한창 솟아나고
봄바람에 낭자히 떨어진 꽃은 향기로운데
창 앞에 홀로 앉아 가는 봄을 상심하면서
한 조각 한가한 정을 해당화에 부치노라
細草池塘生意長
東風狼藉落花香
晴窓獨倚傷春去
一片閑情屬海棠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6
25. 너도바람꽃 씨방
27. 참꽃마리
30. 삿갓나물
32. 피나물
33. 천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