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가을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은
그리움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버려진 꿈이 헤매고 있기 때문일까
나무 아래, 지나가는 시간이 어둠을 헤집고 있기 때문일까
가을에, 바람이 흔들리는 것은
버리고 싶었지만, 버릴 수 없었던 가을의 나뭇잎의 그늘이
흘러가는 가을에,
버리고 싶었지만, 버릴 수 없었던 시간이 흘러가는
이 가을에
가을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은
들리지 않는 소리처럼 어둠처럼 바람이 흔들리는 것은
나무 아래, 무엇이 버려졌는지 모른채 , 바람이 흩어지고 있는 것은
한 점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사귀가,
어둠 속에 흔들리는
기억이 어디에서 흔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바람을 안고 도는 것은 무엇인지
가을이 먼 것은
어둠이 깊어가는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이었을까
가을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은
그리움이 있기 때문일까
어두운 방 공간이 들리지 않는 바람처럼 흔들리는 것은
새벽어스름을 흘러가는 바람이 알 수 없는 어둠을 스치기 때문일까
가을에,
그리워할 누군가도 없이 흔들리는 어둠 때문일까
버리고 싶었지만, 버릴 수 없었던 것은 시간인가 얽혀 있는 망상인가
가을에,
들리지 않는 소리처럼
바람이 흩어지는 것은
그리움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지나가지 못한 길가의 민들레가 담벼락을 헤매이고 있기 때문일까
언제였던가,
어느날 흔들린 민들레의 눈빛이 기억 속을 흘러가고 있기 때문인가
민들레의 기억 속에 흔들리는 나뭇잎은 어느 시간에 잊혀져 있을까
2.
버리고 싶었지만, 버릴 수 없었던 그 날들이 흘러가는
떠나지 않는 시간들 위에서,
지나가지 못한 시간들이 담벼락을 헤매고 있기 때문일까
바람이 너울거리며 어쩌지 못하고 맴도는 담벽을
지나간 시간을 건너 바람이 불기 때문일까.
아무리 찾아도 답이 없는 공간을 헤매이는 것은
무엇인가
어둠에 덮혀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담벼락 사이에서
지나가지 못한 시간들이 무엇을 붙잡고 있기 때문일까
가을에 나뭇잎에 바람이 얽혀드는 것은
망각 속에 남겨진
시간 때문일까
잃어버릴 것이 없는데,
잃어버린 흔적을 스치는 바람은 무엇인가
존재한 기억이 없는데 잊혀진 시간은 무엇인가
없는데, 잊혀지는 것은 바람이 지나간 공간인가?
왜 헤매이는 줄 모르는 시간을 불어가는 바람은
왜 흔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시간 위를 끊임없이 불어가지만...
가을이 먼 것은
이유도 모른채 헤매이다 가버리는 시간을 알 수 없기 때문일까
시간 속에 남겨지지 않는 것도 흔들릴 수 있다면
시간 속에 남겨지지 않는 것도 그리워할 수 있다면
그 바람 위에.
3
들리지 않는 소리처럼 흘러가는 시간 위에 바람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이 비어있는 무게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일까
버리고 싶었지만, 버릴 수 없었던
시간이 어둠 속에 머물고 있기 때문일까
말 한마디 하지 못한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바람결 멀리
가을에 어둠 속 이파리 위에서 바람이 흩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비어있는 무게가 떠나가는 것들 위에서 측정되고 있기 때문일까
바람결 위에 흘러다니는 것은 무엇인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공기의 무게는 얼마인가
공기 알갱이의 중심에서 흔들리는 것은 무엇인가
망각 속의 시간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인가, 찾아 헤매어도 답이 없는 날들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인가?
무게가 없는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 잊혀져 가고 있는가?
가을이 먼 것은, 지나가지 못한 길가에 그리움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가을이 먼 것은
바람 속에
그리움이 있기 때문일까
4
비어있는 것도 흔들릴 수 있다면
비어있는 것은 무엇인가
비어있는 것도 흔들릴 수 있다면
비어있는 것도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