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식 푸드트럭에 도전 -
- 푸드트럭, 특별한 기술이나 큰 자본 없이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어 -
김동진 BizIncuLab 대표
사람들은 해외 창업을 떠올릴 때 흔히 획기적인 서비스나 혁신적인 디자인, 소프트웨어 플랫폼, 때로는 커다란 생산공장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필자가 느끼고 경험한 해외 창업은 연기 나는 굴뚝이나 세계가 주목할 만한 기술이 필요 없는, 의외로 소소한 것들이었다. 짧은 경력이지만 해외 창업을 꿈꾸는 또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필자의 창업 경험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보다 '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적절한 아이템 선정'과 '한국인의 근면성'으로 도전한다면 한국에서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고민 끝에 시작했던 사업 중 하나가 푸드트럭 사업이다.
푸드트럭에 도전하다
폴란드 바르샤바에는 10여 개의 한식당이 있다. 이를 중심으로 한식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고 있지만 때마침 한식 푸드트럭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에서의 푸드트럭 사례와 메뉴들을 살펴본 결과, '컵밥'은 폴란드에서 타 메뉴와 겹치는 경우가 드물어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본격적인 창업 전 푸드트럭에 대해 어렴풋이 알아본 결과 몇 가지 기회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미 한국에서 주요 마켓을 형성하며 자리 잡은 푸드트럭 문화는 유럽에서도 나름 인기를 끌고 있었고, 폴란드에서도 푸드트럭 마켓이 주요 포인트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였다. 무엇보다도 푸드트럭 창업을 위해 큰 자본이나 특별한 기술 없이 소자본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과 창업에 따른 리스크가 적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매력이었다.
반면, 폴란드어 구사가 불가능하고, 관련 법규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홀로 시작하기엔 망설여졌다. 그리고 폴란드는 봄·여름이 짧아 최대 5~6개월에 불과하다는 점, 직접 요리와 관리를 도맡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과는 달리 쉽사리 시작을 못 하고 있었다.
매력적인 사업이었으나 위협요소 또한 존재했고, 진행 중인 다른 사업 때문에 푸드트럭에만 매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던 중, 우연한 기회에 동업자를 찾게 됐다. 알고 지내던 한 폴란드인 친구가 아시아 푸드트럭에 관심을 보여왔고, 그간 알아본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투자키로 했다.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메뉴 개발과 재료 공수 등 한식에 대한 부분은 필자가, 차량운영, 장소 섭외 등 현지 운영에 대한 부분은 폴란드인 친구가 담당하기로 했다.
폴란드, 컵밥을 만나다
늘 그렇듯 시작이 반이다. 4월 초 창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이후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컵밥을 기본으로 한 메뉴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레시피는 한국에 있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다. 전체 준비기간 동안 가장 많은 비용과 시간을 차지한 부분은 트럭 준비였다. 본 아이템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초기 비용을 절약해야만 했고, 많은 발품 끝에 20년 된 중고 트럭을 구매했다. 내부 인테리어, 설비까지 약 1500만 원을 투자했고 차량 준비에 1개월 반이 소요됐다. 반면, 음식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내심 걱정했던 위생허가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식당보다는 덜 까다로웠고, 약 2주 만에 허가가 나왔다. 다만 푸드트럭 근무자는 개인 위생허가를 위해 채변검사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했다. 그렇게 총 2개월 반 동안 준비 끝에 2017년 6월 마지막 주, 첫 판매를 시작했다.
4개월간 운영하면서 얻은 Tips
뜻밖에 변수는 장소 섭외였다. 생각보다 푸드트럭 영업을 위한 장소 섭외가 만만치 않았다. 개인적으로 장소를 섭외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고, 결국 푸드트럭 장소를 섭외·제공해주는 폴란드 현지 서비스를 이용했다. 참고로 바르샤바의 경우, 장소 이용에 대해 대부분 매출의 10~20%를 요구하거나 매출과 관계없이 고정비용으로 매일 100달러 수준의 비용을 요구한다. 영업 장소는 메뉴만큼이나 중요하고 어쩌면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만큼 사전에 보다 꼼꼼히 알아보고 영업을 개시했더라면 더 좋은 목에서 더 많은 매출과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메뉴와 관련해서, 푸드트럭은 식당 주방에서 조리·서빙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으며, 늘 백업 메뉴를 준비해두고 매일 판매상황을 주시하며 메뉴를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푸드트럭에서는 공간의 제약으로 주방기구 세척 등 물 사용이 제한적이고, 현장에서 고기 등 재료 손질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사전에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가며 준비해야 한다.
폴란드의 봄과 여름은 해가 길어지고 추운 겨울 동안 야외활동이 적었던 만큼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사람들의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5~6월이 가장 매출이 크고, 반면 7~8월에는 장기간 여름휴가를 떠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출이 줄어든다. 따라서 푸드트럭을 고려한다면, 날이 풀리기 전에 준비를 시작해서 4월부터는 바로 판매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를 권한다.
끝으로, 전체 투자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트럭 구입은 적게는 1000만 원부터 많게는 1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트럭은 결국 운행에 문제만 없으면 되기 때문에 오래된 차량을 구매하더라도 초기 투자비용을 최소로 해서 시작하는 편을 추천한다.
도전 끝에 결과가 있다
짧게나마 4개월간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느낀 점은 자신이 얼마나 열정과 흥미를 갖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며, 그럴 경우 푸드트럭은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국가나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 1인당 1500만 원, 총 3000만 원 투자해 4개월간 약 1600만 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두 명 모두 요식업 경험이 전무했고, 대략 월 15일 운영, 휴가가 시작되는 6월 말부터 영업 개시, 고용한 직원 2명에게 월급을 동종업계보다 30% 이상 많이 지급한 점 등을 감안하면 소자본 창업으로는 매우 높은 수익률이었으며 사업성 높은 아이템이라고 생각된다.
모든 일이 그렇듯 시작하지 않으면 결과는 없다. 만약 창업 전에 푸드트럭에 대해 매력만 느끼다 포기했다면 도시 어느 곳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지, 장소 섭외가 얼마나 힘든지, 매일 영업 종료 후 얼마나 많은 잔업이 있는지, 투입대비 수익률이 어떤지, 한식에 대한 폴란드인들의 관심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등 어느 것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도전 후 찾아오는 성공이나 실패, 어느 쪽이든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그리고 그를 통해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므로, 창업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푸드트럭과 같은 소자본 창업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전 세계 어디선가 소자본 창업에 도전할 누군가에게 필자의 짧은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 본 글은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첫댓글 현재는 푸드트럭장사는 안하고 계신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