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고속철 역세권 선점 이마트 점포 개설 후 공시지가 최대 15배 폭등
경기도 평택시 영신로 29 이마트 평택점. 이마트 평택점에서 도보로 10분가량 떨어진 수도권 전철 지제역은 요즘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3월 30일 지제역을 찾았을 때 기존 역사 서쪽에서 철로 노반공사와 철골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오는 2016년 개통 예정인 수도권 고속철(수서~평택) 정차역 공사다. 2016년 서울 강남(수서역)에서 출발하는 대부분 KTX고속열차는 지제역(가칭 평택지제역)에서 정차하게 된다.
평택지제역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인근 논두렁 위의 이마트 평택점 역시 몸값이 매년 치솟고 있다. 허허벌판 논밭 위에 우뚝 서 있는 이마트는 지제역 일대의 랜드마크다. 단층짜리 부동산 중개업소만 드문드문 보이는 이 일대에서 유독 두드러져 보였다. 이마트 평택점은 서울 지역 점포에서는 보기 힘든 너른 야외 주차장까지 갖추고 있다. 2016년 지제역 역세권 개발이 가시화되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은 불문가지. 이미 이 일대 논두렁에는 ‘농작물 경작을 일절 금지한다’는 경작금지 공고팻말까지 꽂혀 있다. 지제역 앞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구정(설날) 이후로 땅값이 치솟고 있다”며 “지제역과 삼성이 입주하는 고덕신도시 조성으로 인해 매물을 찾기도 힘들고, 개인이 투자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중앙로 376 이마트 동탄점. 동탄 1기 신도시(서동탄) 초입에 있는 이마트에서 차로 10분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수도권 고속철 동탄역 공사가 한창이다. 수서역에서 출발한 KTX고속열차는 곧장 동탄역에 정차했다가 지제역으로 향한다. 동탄역 예정지 앞에는 내년 KTX 개통을 앞두고 ‘떴다방’들이 컨테이너 중개업소를 차렸다. 덕분에 동탄신도시 거의 유일의 대형마트인 이마트 동탄점 역시 몸값이 치솟고 있다. 동탄신도시(서동탄)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동탄2신도시(동동탄) KTX 동탄역 바로 아래 부지에도 신세계 이마트 입점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부회장 정용진)의 절묘한 부동산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오는 2016년 수도권 고속철(수서~평택) 개통을 앞두고 고속철 역사 예정지 일대 상권을 모조리 선점하면서다. 서울 수서역에서 지제역(평택)까지 이어지는 수도권 고속철 역세권에 들어선 이마트 평택점과 이마트 동탄점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유통업계 라이벌인 롯데는 수도권 고속철 정차역 반경 4㎞ 안에는 점포(롯데마트)가 단 한 곳도 없다.
오는 2016년 수도권 고속철(수서~평택)이 개통되면 신세계는 이로 인한 막대한 지가상승 혜택까지 입을 것으로 보인다. 고속철 개통 전에도 해당지역 땅값은 이미 폭등한 상태다. 국토교통부 개별공시지가에 따르면, 이마트 평택점이 있는 경기도 평택시 지제동 62-1번지의 경우 2000년 ㎡당 10만6000원에 불과하던 개별공시지가가 2014년에는 91만1800원으로 9배까지 급등했다. 이마트 동탄점이 있는 경기도 화성시 석우동 44의 경우 2004년 ㎡당 21만원가량에 불과하던 개별공시지가가 2014년 318만원까지 15배 폭등했다.
이마트 평택점과 동탄점의 부지는 이마트 본사 소유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따르면, 신세계는 경기도 평택시 지제동의 현 이마트 평택점의 토지와 건물을 2000년 취득했다. 그전에는 삼미벽지란 기업이 1985년부터 가지고 있던 공장부지였다. 경기도 화성시 석우동 44번지에 있는 이마트 동탄점의 경우 2005년 한국토지공사(LH의 전신)로부터 취득했다. 이후 이마트 평택점과 동탄점은 모두 2011년 신세계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법인분할할 때 모두 이마트 소유로 귀속됐다. 이들 부지는 근저당이 한 푼도 없는 깨끗한 알짜 점포다.
이마트 평택점과 동탄점은 삼성이라는 탄탄한 수요도 배후에 끼고 있다. 이마트 평택점은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수원캠퍼스의 2.4배 규모로 들어서는 삼성고덕산업단지 입구에 해당한다. 이마트 동탄점은 현재 확장공사가 한창인 삼성전자(반도체) 화성캠퍼스와 바로 지척이다. 동탄역 일대에서 만난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이 일대는 삼성이 있어서 수요가 탄탄하다”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신세계가 수도권 고속철 역세권을 선점함으로써 유통업계 라이벌 롯데로서는 향후 점포 출점에 따른 상당한 출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은 부동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프라인 유통업을 하려면 목 좋은 곳에 점포를 선점하는 것이 기본이다. 점포 개설로 인한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얻는 이익이 박리다매로 생필품을 팔아 버는 돈보다 오히려 더 클 때가 많다. 월마트가 미국 최고의 기업으로 부상한 배경도 미국 전역에 깔린 점포와 이들 점포의 부동산 가격상승 덕분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역세권 투자는 롯데가 신세계를 늘 한발 앞서 왔다. 재일동포 출신인 롯데의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의 백화점과 쇼핑몰이 역세권에 기반해 성공한 모델을 한국에 고스란히 도입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출점전략은 막대한 부동산 가치상승과 함께 대성공을 거뒀다. 롯데백화점 본점이 있는 서울 명동 을지로입구역 일대와 롯데월드가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일대가 대표적이다. 현재 123층 제2롯데월드가 올라가고 있는 잠실역 일대는 롯데가 선점한 까닭에 신세계는 커피집(스타벅스커피) 하나도 열지 못할 정도로 고전을 하고 있다. 심지어 다른 지역에서는 통용되는 신세계상품권이 통용되지 않는 점포마저 있을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어디서 잠실 같은 땅이 솟구쳐 올라왔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롯데가 주요 역세권 일대를 선점한 까닭에 신세계는 차선으로 버스터미널 일대를 주로 공략했다. 호남선 고속터미널인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를 필두로 인천종합터미널, 광주종합터미널 등에 신세계 점포가 입점해 있다. 하지만 버스를 이용하는 이용객들은 아무래도 소득수준과 구매력이 떨어지다 보니 늘상 신세계의 고민거리가 돼왔다. 이런 추세를 수도권 고속철 역세권 선점으로 한방에 털어낸 셈이다.
신세계 이마트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점포 부지 선정은 실무 부장급 아래 부지개발, 인허가 등 부동산 전문가 8명이 팀원으로 속해 있는 이마트 개발팀에서 진행한다”며 “부지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권으로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인구 30만명만 되면 점포를 하나씩 오픈했고 한 달에 3개 점포를 개설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좋은 부지를 가장 먼저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마트 평택점이나 동탄점도 우리가 제일 먼저 사업을 시작했다”면서도 “요즘은 대형마트 출점규제 탓에 점포를 열고 싶어도 잘 못 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이동훈 기자
수도권 고속철이 들어올 경기도 평택시 지제역 바로 앞 이마트 평택점.
평택지제역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인근 논두렁 위의 이마트 평택점 역시 몸값이 매년 치솟고 있다. 허허벌판 논밭 위에 우뚝 서 있는 이마트는 지제역 일대의 랜드마크다. 단층짜리 부동산 중개업소만 드문드문 보이는 이 일대에서 유독 두드러져 보였다. 이마트 평택점은 서울 지역 점포에서는 보기 힘든 너른 야외 주차장까지 갖추고 있다. 2016년 지제역 역세권 개발이 가시화되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은 불문가지. 이미 이 일대 논두렁에는 ‘농작물 경작을 일절 금지한다’는 경작금지 공고팻말까지 꽂혀 있다. 지제역 앞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구정(설날) 이후로 땅값이 치솟고 있다”며 “지제역과 삼성이 입주하는 고덕신도시 조성으로 인해 매물을 찾기도 힘들고, 개인이 투자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중앙로 376 이마트 동탄점. 동탄 1기 신도시(서동탄) 초입에 있는 이마트에서 차로 10분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수도권 고속철 동탄역 공사가 한창이다. 수서역에서 출발한 KTX고속열차는 곧장 동탄역에 정차했다가 지제역으로 향한다. 동탄역 예정지 앞에는 내년 KTX 개통을 앞두고 ‘떴다방’들이 컨테이너 중개업소를 차렸다. 덕분에 동탄신도시 거의 유일의 대형마트인 이마트 동탄점 역시 몸값이 치솟고 있다. 동탄신도시(서동탄)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동탄2신도시(동동탄) KTX 동탄역 바로 아래 부지에도 신세계 이마트 입점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부회장 정용진)의 절묘한 부동산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오는 2016년 수도권 고속철(수서~평택) 개통을 앞두고 고속철 역사 예정지 일대 상권을 모조리 선점하면서다. 서울 수서역에서 지제역(평택)까지 이어지는 수도권 고속철 역세권에 들어선 이마트 평택점과 이마트 동탄점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유통업계 라이벌인 롯데는 수도권 고속철 정차역 반경 4㎞ 안에는 점포(롯데마트)가 단 한 곳도 없다.
오는 2016년 수도권 고속철(수서~평택)이 개통되면 신세계는 이로 인한 막대한 지가상승 혜택까지 입을 것으로 보인다. 고속철 개통 전에도 해당지역 땅값은 이미 폭등한 상태다. 국토교통부 개별공시지가에 따르면, 이마트 평택점이 있는 경기도 평택시 지제동 62-1번지의 경우 2000년 ㎡당 10만6000원에 불과하던 개별공시지가가 2014년에는 91만1800원으로 9배까지 급등했다. 이마트 동탄점이 있는 경기도 화성시 석우동 44의 경우 2004년 ㎡당 21만원가량에 불과하던 개별공시지가가 2014년 318만원까지 15배 폭등했다.
이마트 평택점과 동탄점의 부지는 이마트 본사 소유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따르면, 신세계는 경기도 평택시 지제동의 현 이마트 평택점의 토지와 건물을 2000년 취득했다. 그전에는 삼미벽지란 기업이 1985년부터 가지고 있던 공장부지였다. 경기도 화성시 석우동 44번지에 있는 이마트 동탄점의 경우 2005년 한국토지공사(LH의 전신)로부터 취득했다. 이후 이마트 평택점과 동탄점은 모두 2011년 신세계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법인분할할 때 모두 이마트 소유로 귀속됐다. 이들 부지는 근저당이 한 푼도 없는 깨끗한 알짜 점포다.
이마트 평택점과 동탄점은 삼성이라는 탄탄한 수요도 배후에 끼고 있다. 이마트 평택점은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수원캠퍼스의 2.4배 규모로 들어서는 삼성고덕산업단지 입구에 해당한다. 이마트 동탄점은 현재 확장공사가 한창인 삼성전자(반도체) 화성캠퍼스와 바로 지척이다. 동탄역 일대에서 만난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이 일대는 삼성이 있어서 수요가 탄탄하다”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신세계가 수도권 고속철 역세권을 선점함으로써 유통업계 라이벌 롯데로서는 향후 점포 출점에 따른 상당한 출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은 부동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프라인 유통업을 하려면 목 좋은 곳에 점포를 선점하는 것이 기본이다. 점포 개설로 인한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얻는 이익이 박리다매로 생필품을 팔아 버는 돈보다 오히려 더 클 때가 많다. 월마트가 미국 최고의 기업으로 부상한 배경도 미국 전역에 깔린 점포와 이들 점포의 부동산 가격상승 덕분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역세권 투자는 롯데가 신세계를 늘 한발 앞서 왔다. 재일동포 출신인 롯데의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의 백화점과 쇼핑몰이 역세권에 기반해 성공한 모델을 한국에 고스란히 도입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출점전략은 막대한 부동산 가치상승과 함께 대성공을 거뒀다. 롯데백화점 본점이 있는 서울 명동 을지로입구역 일대와 롯데월드가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일대가 대표적이다. 현재 123층 제2롯데월드가 올라가고 있는 잠실역 일대는 롯데가 선점한 까닭에 신세계는 커피집(스타벅스커피) 하나도 열지 못할 정도로 고전을 하고 있다. 심지어 다른 지역에서는 통용되는 신세계상품권이 통용되지 않는 점포마저 있을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어디서 잠실 같은 땅이 솟구쳐 올라왔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롯데가 주요 역세권 일대를 선점한 까닭에 신세계는 차선으로 버스터미널 일대를 주로 공략했다. 호남선 고속터미널인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를 필두로 인천종합터미널, 광주종합터미널 등에 신세계 점포가 입점해 있다. 하지만 버스를 이용하는 이용객들은 아무래도 소득수준과 구매력이 떨어지다 보니 늘상 신세계의 고민거리가 돼왔다. 이런 추세를 수도권 고속철 역세권 선점으로 한방에 털어낸 셈이다.
신세계 이마트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점포 부지 선정은 실무 부장급 아래 부지개발, 인허가 등 부동산 전문가 8명이 팀원으로 속해 있는 이마트 개발팀에서 진행한다”며 “부지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권으로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인구 30만명만 되면 점포를 하나씩 오픈했고 한 달에 3개 점포를 개설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좋은 부지를 가장 먼저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마트 평택점이나 동탄점도 우리가 제일 먼저 사업을 시작했다”면서도 “요즘은 대형마트 출점규제 탓에 점포를 열고 싶어도 잘 못 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