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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난 名문장] 일상에 깃든 진리
“행복한 사람이란
오늘 하는 일이 자신의 인생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영원의 작업을 구현하는 사람이다. …
그러므로 인간은
자연의 신성한 과정을 가능한 한,
비슷하게 흉내 내면서
유한과 무한을 결합하는 데 힘써야 한다.”
―프랭크 윌첵(Frank Wilczek) ‘뷰티풀 퀘스천(A Beautiful Questions)’ 중
유학시절 옆 건물 물리학과 프랭크 윌첵(Frank Wilczek) 교수님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으셨다. 학내 모두가 학문적 성과를 축하하며 함께 기뻐하였다. 박사과정 학생으로 연구실에서 난제와 씨름하던 나 역시 가슴 깊이 뜨거운 열정을 느꼈던 어느 늦은 밤을 기억한다. 교수님을 다시 만난 건 ‘뷰티풀 퀘스천(A Beautiful Questions)’’이란 책을 통해서다. 당시 나는 몇 가지 중요한 발견들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는데, 그럴수록 연구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던 시기였다. 그때 책에서 만난 위의 맥스웰의 일기 한 구절이 내게 큰 울림을 전했다. 오늘 나의 연구는 앞서 과학자들이 쌓아온 지식과 미래에 대한 인류의 기대를 시공간을 넘어 연결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느끼게 되었다.
정말로 그렇다. 자연은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이며, 깊은 곳에 숨겨진 진리는 놀랍게도 서로 연결돼 있다. 맥스웰(Maxwell)은 빛의 속성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전자기파 방정식으로 정리했다. 서로 다른 힘이라 믿어온 전기와 자기를 하나로 연결해 현대문명의 서막을 열었다. 유한한 우리는 무한해 보이는 하늘을 보며 희망을 얻는다. 때로 놀라운 과학적 발견에는 천부적 재능이나 뉴턴(Newton)의 사과 같은 특별한 순간이 존재할 거라 믿는다. 하지만 진리는 늘 한결같다. 낮과 밤, 계절 속에 피고 지기를 거듭하는 생명처럼 말이다. 그렇게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 대한 사랑과 노력이 켜켜이 쌓여 연구를, 더 나아가서는 삶을 완성으로 이끈다고 믿는다. 그 영원의 길 위에서 자연의 신성한 과정을 흉내 내는 인간으로서, 또 생명체를 모방한 재료를 공부하는 학자로서 유한과 무한의 연결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수 있어 감사하다.
✺ 뷰티풀 퀘스천(A Beautiful Questions)-세상에 숨겨진 아름다움의 과학 | 저자 프랭크 윌첵(Frank Wilczek) | 역자 박병철 | 출판 흐름출판 | 2018.6.15.
✵ 책소개 :
200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프랭크 윌첵(Frank Wilczek)이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이 세계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의 근원이 무엇이며, 그 속에 숨은 심오한 원리가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과학의 역사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뷰티풀 퀘스천(A Beautiful Questions)』. 저자의 탁월한 논리와 직관이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현재까지를 관통하고, 원자와 광자, 쿼크에 이르는 미시적 존재들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재현해 내면서 이 세계의 모든 영역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2500년 전 숫자에서 우주의 질서를 찾았던 피타고라스, 천체의 신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갈릴레이, 만물의 운동을 하나의 역학법칙으로 통일한 뉴턴, 고전 전자기학을 완성한 맥스웰, 상대성이론으로 현대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아인슈타인 그리고 에미 뇌터처럼 양자이론을 구축한 20세기의 물리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이 세계가 본질적으로 아름다운 존재라는 가정을 통해 위대한 과학이론들을 발견해낸 이들의 사유와 이론에 깃들어 있는 정수를 밝히며 우리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며, 세계의 한 구성요소임을 깨닫게 함으로써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삶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FoREST, 이윤석, 2021, 스테인레스 스틸, 서울대공원,
Forest(숲)의 의미와 ‘For-Rest’(안식),
사계절 등 ‘생명이 자연 속에서 영원히 평안함을 누린다‘는 의미
✵ 저자 : 프랭크 윌첵(Frank Wilczek). 물리학자, 수학/통계학자
조너선 그로스, 데이비드 폴리처와 함께 원자핵의 강력이론에서 점근적 자유성을 발견한 공로로 200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윌첵이 1989년에 발표한 《조화를 향한 갈망(Longing for the Harmonies)》은 그해 〈뉴욕타임스〉에서 ‘가장 주목받은 책’으로 선정되었다. 미래의 과학도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ASC(아시안 사이언스 캠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멘토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현재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물리학과의 허먼 페쉬바흐(Herman Feshbach)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 역자 : 박병철, 물리학 박사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이론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30년 가까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현재 집필과 번역에 전념하고 있다. 2005년에 <우주의 구조> 번역으로 한국출판문화상을, 2016년에 <마음의 미래> 번역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이야기> <엘러건트 유니버스> <평행우주> <마음의 미래> <초공간> <미래의 물리학> <뷰티풀 퀘스천> <신의 입자> <엔드 오브 타임> <아인슈타인의 냉장고> 등 100여 권이 있으며, 어린이 과학동화 <별이 된 라이카> <생쥐들의 뉴턴 사수 작전> 등을 썼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포착해 )공개한 풀컬러 우주 사진
✵ 목차 :
이 책에 쏟아진 찬사/감수의 글_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 책의 사용설명서
1장 질문/2장 피타고라스: 사고와 객체/3장 피타고라스: 수와 화음/4장 플라톤: 대칭 구조-플라톤의 입체도형/5장 플라톤: 동굴 밖으로 나온 인간/6장 뉴턴: 방법론과 광기/7장 뉴턴: 색(色)/8장 뉴턴: 역학적 아름다움/9장 맥스웰: 신의 미적 감각/10장 맥스웰: 인식의 문/11장 대칭 입문/12장 양자적 아름다움 I: 구(球)의 음악/13장 대칭 I: 아인슈타인의 두 단계/14장 양자적 아름다움 II: 원기 왕성한 전자/15장 대칭 II: 국소적 색상/16장 양자적 아름다움 III: 자연의 핵심에 존재하는 아름다움/17장 대칭 III: 에미 뇌터 ?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온전한 정신/18장 양자적 아름다움 IV: 우리는 아름다움을 믿는다/19장 아름다운 해답?
물리학 연대기/용어해설/미주/추천도서/그림 판권/색인/감사의 글/역자 후기
한묵(韓默 Han Mook, 1916~2014), ‘새와 태양(太陽)’, 캔버스에 아크릴, 기하추상의 화가, 개인소장
✵ 책 속으로 :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르누아르(Renoir)의 특징인 희미한 색채와 렘브란트(Rembrandt)의 신비로운 그림자, 그리고 라파엘(Raffaello)의 우아한 화풍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모차르트(Mozart)와 비틀스(Beatles),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음악을 듣고 누구의 곡인지 헷갈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물리적 실체에 투영된 아름다움에도 특별한 스타일이 존재한다. 자연은 예술가처럼 고유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자연의 예술을 음미하려면 자연만이 갖고 있는 스타일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의 예술적 스타일은 크게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 대칭: 자연은 조화와 균형, 그리고 절묘한 비율을 통해 사랑을 구현한다.
● 경제성: 자연은 최소한의 방법으로 다양한 효과를 낳는다.
- 1장 [질문]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플라톤의 관점은 몇 가지 면에서 현대의 과학적 사고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플라톤(Platon)의 “만물은 몇 가지 기본단위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은 지금도 과학의 기초를 떠받치고 있다. 또한 “대칭으로부터 자연의 구조를 추적한다”는 플라톤의 아이디어는 지난 2000여 년 동안 과학(특히 물리학)을 견인해왔다. 현대물리학자들은 순수한 수학적 논리(특히 대칭 논리)를 통해 몇 개의 특별한 구조에 도달했고, 바로 여기서 자연의 기본 요소를 찾고 있다. 플라톤이 떠올린 자연의 가장 깊은 곳에 대칭이 존재한다는 아이디어는 물리적 실체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의 구조에 대칭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과감한 발상이다. 물리학자들은 자연에 수학적 완벽함을 요구함으로써 복잡다단한 현상을 단 몇 개로 줄이는 데 성공했고, 이 목록에 기초하여 자연을 서술하는 모형을 만들었다. 또한 이 목록은 미지의 영역에서 우리를 인도하는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
플라톤의 사상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 세계의 가장 깊은 곳에 아름다움이 내재되어 있다”는 부분이다. 그는 이 세계의 가장 작은 기본단위(원자)가 “인간의 마음을 통해 발견되고 서술될 수 있는 순수한 개념이 현실 세계에 구현된 것”이라고 했다.
- 4장 [플라톤(Platon): 대칭 구조-플라톤의 입체도형]에서
당신이 산꼭대기에 서서 수평 방향으로(즉 지면에 평행한 방향으로) 돌멩이를 던진다고 상상해보자. 돌의 속도가 느리면 얼마 가지 못하고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돌을 세게 던지면 좀 더 멀리 날아가서 산기슭에 떨어질 수도 있다. 자, 조금 더 힘을 내보자. 돌을 세게 던질수록 지면에 도달하는 지점이 출발점에 점점 더 가까워지다가 어떤 특정 속도에 도달하면 돌멩이가 지구를 한 바퀴 돈 후 당신의 뒷머리를 때린다! 이 사실을 미리 알고 돌을 세게 던진 후 머리를 숙였다면 돌멩이는 처음 던진 높이에서 마치 위성처럼 지구 주변을 공전할 것이다. (공기 저항은 어떻게 극복하냐고? 이것은 상상 속에서 벌어지는 사고실험이니 사소한 문제는 잊어주기 바란다.) 이제 지구의 직경보다 훨씬 큰 초대형 산을 상상해보자. 그 산꼭대기에서 엄청나게 큰 바윗덩이를 적절한 속도로 던져서 지구 주변을 공전하게 만들었다. 이 바윗덩이를 ‘달’이라 하자. 이를 태양에도 적용해보자. 즉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행성들은 산꼭대기에서 적절한 속도로 던진 돌멩이와 같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힘이다. 앞에서의 사고실험에 중력을 도입하면 지표면으로 떨어지는 돌멩이에서 공전하는 달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사건을 하나의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사고실험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지만 신중한 연구와 실험이 동반되면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고실험의 결과가 논리적이면 좋은 일이고, 아름다우면 더욱 좋다.
- 8장 [뉴턴(Newton): 역학적 아름다움]에서
일반적으로 대칭이란 ‘변화 없는 변화’를 의미한다. 수학적 대칭과 물리법칙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최초로 알아낸 사람은 독일 출신의 여성 수학자 에미 뇌터(Emmy Noether, 1882~1935)였다. 뇌터의 정리(Noether's theorem)는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물리법칙이 어떤 변환에 대하여 대칭적이면 그에 해당하는 보존량이 존재한다.” 그녀는 에너지보존법칙이 ‘시간에 대한 물리법칙의 불변성으로부터 유도된 결과’임을 증명함으로써 법칙의 근원과 아름다움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뇌터가 휘두른 수학 마술지팡이에 못생긴 개구리가 꽃미남 왕자로 돌변한 것이다! 이것은 물리학이 이룩한 가장 심오하고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이다.
- 17장 [대칭 III: 에미 뇌터(Emmy Noether)-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온전한 정신]에서
한묵(韓默 Han Mook, 1916~2014), ‘상봉’, 1991,
캔버스에 아크릴, 200×300cm, 기하추상의 화가, 개인소장
✵ 출판사서평 :
“이 세계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말하는 이 책은
그 자체로 숨 막힐 듯 아름답다.”
_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김상욱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지성, 200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프랭크 윌첵!
수학, 과학, 양자역학으로 이 세계에 숨겨진 심오한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다!
우주에 대한 끝없는 감탄과 동경, 자연에 대한 경이와 환희.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을 둘러싼 이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은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지속되어 왔다. 이 세계에는 어떤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기에 인류를 끊임없이 매혹시키고 있는 걸까?
MIT 교수이자 현존하는 최고 과학자 중 한 사람인 프랭크 윌첵은 이 책에서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추구해온 ‘아름다움’과 ‘진리’를 하나로 엮는다. 윌첵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이 세계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의 근원이 무엇이며, 그 속에 숨은 심오한 원리가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과학의 역사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2500년 전 숫자에서 우주의 질서를 찾았던 피타고라스(Pythagoras), 천체의 신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갈릴레이(Galilei), 만물의 운동을 하나의 역학법칙으로 통일한 뉴턴(Newton), 고전 전자기학을 완성한 맥스웰(Maxwell), 상대성이론으로 현대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아인슈타인(Einstein) 그리고 에미 뇌터(Emmy Noether)처럼 양자이론을 구축한 20세기의 물리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이 천재적인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 세계가 본질적으로 아름다운 존재라는 가정을 통해 역사에 영원히 남는 위대한 과학이론들을 발견해냈다. 윌첵은 이들의 사유와 이론에 깃들어 있는 정수, 즉 이 세계가 ‘대칭’과 ‘경제성’이라는 대원칙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하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다.
“이 세계는 정말로 하나의 예술작품인가?”
눈에 보이는 현실세계를 구축하는 심오한 자연의 진리를 찾는 윌첵의 긴 여정은 수학과 과학, 미학, 양자역학의 분야를 우아하게 넘나든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다운 윌첵의 탁월한 논리와 직관은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현재까지를 관통하고, 원자와 광자, 쿼크(Quark)에 이르는 미시적 존재들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재현해내면서 이 세계의 모든 영역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놀랍고도 흥미진진한 이 여정을 함께 하는 동안 독자들은 세계에 대한 사유와 통찰의 확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과학을 공부한다는 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아름답다는 걸 이해하는 것이다!
신(만약 존재한다면)은 어떤 의도로 이 세계를 창조했을까? 역사적으로 이에 대한 해답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분분했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단 하나의 진리는 ‘우리를 둘러싼 이 세계는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풍부한 창조력을 가진 사람들은 이 세계를 만든 어떤 존재(?)가 본질적으로 예술가이며, 그의 심미안을 공유하고, 느낄 수 있다고 믿었다. 이후 이들의 사상은 수세기에 걸쳐 다양한 질문을 양산하면서 철학과 과학, 문학, 예술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결론적으로, 자연은 조화와 균형 속에서 절묘한 비율을 통해 존재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방법(조금의 낭비도 없이)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대칭과 경제성! 이 두 가지 요소가 바로 21세기 최고의 지성이자 과학자인 프랭크 윌첵이 확신하는, 이 세계를 아름답다고 느끼게 하는, 자연에 내재되어 있는 심오한 원리다.
그렇지만 이러한 자연의 작동원리를 인간의 감각만으로 찾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인간의 감각은 빛이나 색, 원자와 같은 구성 입자 등, 자연이 본래 갖고 있는 요소 중에서 지극히 한정된 것만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미경이나 망원경으로 들여다보거나 혹은 원자나 원자핵을 분해하거나 혹은 길고 긴 수학적 논리를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다. 프랭크 윌첵은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눈앞에 그려내기 위해 역사 속에 등장했던 과학자와 예술가, 철학자들을 소환한다. 이 역사 속 인물들은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탐구하고, 아름다움의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 헌신한 위대한 대가들이다. 프랭크 윌첵은 그들의 영광스러운 족적을 따라가면서 이 세계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걸 우리에게 보여준다.
과학의 역사를 통해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답을 구하다!
이 세계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천사는 예술의 역사와 비슷하다. 예술 분야에서 하나의 독창적 스타일은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폐기되지 않으며, 새로운 스타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면서 긴 생명을 유지하곤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역사적 관점으로 과학을 재구성한다면, 과학이론의 단순한 개념에서부터 점차 복잡한 개념으로 옮겨가면서 위대한 과학자들이 거쳐 왔던 길을 되짚어나갈 수 있다. 이를 통해 초기에는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개념도 친숙한 단계를 거쳐 자명해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프랭크 윌첵은 이 세계가 아름다움을 간직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명제를 역사 속 과학자들의 아이디어와 이론들을 통해 독자에게 풀어내고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건 피타고라스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물체의 기하학적 형태가 숫자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의미한다. 다시 말해 피타고라스와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신봉했던 ‘이 세계는 정수로 이루어져 있다’(물론 이 논리는 깨졌지만)는 믿음은 ‘아름다운 개념’들이 이 세계에 수를 통해 구현되어 있다는 믿음이었다. 또한 피타고라스는 음의 높이를 좌우하는 두 개의 놀라운 법칙을 발견한다. 진동하는 부위의 길이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달라지며, 줄에 가해지는 장력이 간단한 정수 비율을 이룰 때 듣기 좋은 화음이 생성된다는 사실이다. 피타고라스의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사물의 형태와 크기, 무게, 조화 등이 숫자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소리의 원천은 결국 진동하는 끈이며, 진동은 주기적인 운동을 의미한다. 주기적인 운동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이루어지는 운동을 뜻하며, 이는 태양을 비롯한 행성들의 주기운동과 동일하다. 결국 지구상의 어떤 악기가 만들어내는 소리나 화음은 우주를 가득 메우고 있는 ‘천체의 음악’인 셈이다. 다시 말해 피타고라스가 발견해낸 조화로운 화성을 이루는 수학적 비율은 천체를 구성하는 수학적 비율에도 적용이 가능한 자연의 법칙이다. 그리고 이렇게 조화로운 수학적 비율로 만들어진 화성을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름답다고 인지한다.
플라톤은 동일한 원자들이 모여 자연의 물리적 실체를 만들어낸다고 믿었고, 이 세계를 구성하는 그 가장 작은 단위에는 아름다움이 내재되어 있다고 믿었다. 플라톤은 이 원자들에 대칭이 반영되어 있으며, 다섯 개의 입체 정다각형으로 이 세계를 설명했다. 물론 원자와 입체도형에 관한 플라톤의 이론은 지금의 과학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판명되었지만, 플라톤의 ‘대칭을 통해 자연을 추적한다’는 발상은 향후 2000년 동안 과학(특히 물리학)의 발전을 견인해왔다.
또한 플라톤의 아이디어는 현대 과학자에게 물리적 실체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플라톤은 ‘동굴의 인간’ 비유를 통해 인간은 실제 세계가 아닌 실제 세계의 그림자만을 보고 있는 동굴 속 인간처럼 제한된 감각만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플라톤은 ‘이 세계의 겉모습을 초월한 실체’를 마주하기 위해 사물의 복잡한 외형을 벗겨내 그 안에 숨어 있는 정수(精髓)에 도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실체를 보는 훈련을 통해 아름다움의 진정한 근원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과학과 물리학이 바로 그 열쇠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로 쏘아진 현대 과학의 불꽃은 뉴턴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터지기 시작한다. 이때에 이르러 세계는 관측과 측정, 기하학과 방정식을 통한 정확한 서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종합하는 수학 체계를 기반으로 해체되기 시작한다. 뉴턴은 ‘분석과 종합’을 통해 모든 과학의 수준을 향상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뉴턴은 수학(무한수열과 미적분학)과 역학(만유인력법칙), 광학(색이론)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고, 이후부터는 자연과 우주의 본질이 수학적으로 해결되기 시작한다.
현대물리학의 새로운 장을 연 인물인 맥스웰은 물질을 담는 그릇에 불과했던 ‘공간’을 우주를 가득 채운 매질(媒質)로 바꿔놓았다. 맥스웰 이전까지 공간은 그저 텅 비어 있었을 뿐이다. 프랭크 윌첵은 맥스웰을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는다. 윌첵에 따르면 맥스웰은 자연에 수학적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면 반대로 아름다움에서 출발해 자연의 법칙을 추론하는 것이 가능할 거라고 예측한 인물이다. 맥스웰은 이러한 가정에 따라 빛의 새로운 형태를 예견했다. 그리고 전기장과 자기장이 어우러져 생성된 파동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다는 걸 밝혀내, 결국 빛이 곧 전자기파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맥스웰 이후부터 과학자들은 아름다움으로 자연을 규정해내기 시작했다. 수많은 물리학자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자연에 숨어 있는 가장 아름다운 원리로 대칭을 주장했는데, 그들에 따르면 심오한 물리적 법칙에는 예외 없이 대칭이라는 개념이 존재했다. 대칭은 자연 속에 숨겨져 만물을 지배했고, 그건 그 어떤 원리보다도 심플하고 정확했으며, 아름다웠다.
대칭의 개념은 갈릴레이, 아인슈타인, 에미 뇌터, 그리고 20세기의 물리학자들까지도 매료시켰다. 대칭이란 ‘변화 없는 변화’를 의미한다. 원을 상상해보라. 원을 회전시켜도 원의 모양은 변화가 없다. 갈릴레이에서 아인슈타인으로 넘어오면서 대칭은 우주 전체를 다스리는 최상의 원리로서 자리매김했다. 아인슈타인에 의해 시공간에 국소대칭이 존재한다(시공간에 각기 다른 속도를 더해도 물리법칙은 변하지 않는다)는 법칙이 입증되었고, 에미 뇌터는 이를 확장시켜 물리법칙이 대칭적이기 위해서는 그에 대응되는 보존량이 존재하며, 그것은 바로 에너지라는 것을 밝혔다. 결국 물리학에서 통용되는 모든 보존법칙들은 자연이 갖는 대칭에서 기원하며, 그 법칙들은 아름다움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법칙들로 이루어진 이 세계는 필연적으로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름다운 세계, 아름다운 인간!
우리는 하나의 빛으로 이 세계에 머물다 간다!
역사를 통틀어 수많은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이론을 발명해내면서 질서와 조화를 추구했지만 보다 완벽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은 이미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었다. 태양계는 정교한 역학법칙에 의해 형성되어 있었고, 빛은 불완전한 인간의 시각 범위와 상상력 너머에서 완벽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자연 역시 대칭이라는 강력한 원리에 따라 구현되어 있었다. 어느 하나, 예외는 없다.
프랭크 윌첵은 말한다.
“이 세계는 물리학의 법칙을 따르며, 그 법칙은 아름다움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이 세계는 본질적으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놀라운 예술작품인 것이다. 세계는 아름답다. 프랭크 윌첵은 이 책을 마무리하며 우리가 자주 잊어버리는 사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당신과 나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리학의 법칙을 따른다. 당신과 나는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으며,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프랭크 윌첵은 결론 내린다. 결국 이 세계의 구성요소인, 자연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역시 아름답기 그지없는 하나의 놀라운 예술작품이라고. 프랭크 윌첵은 이 책에서 세계의 아름다움을 말하지만 동시에 우리 인간 역시 그 자연의 일부이며, 세계의 한 구성요소임을 깨닫게 함으로써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삶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는 동시에 결론에 이르러 사유의 영역을 세계의 차원에서 인간 개개인의 차원으로 환원시킨다.
우리 모두는 궁극적으로 아름답게 태어났다. 아름다운 생을 만들어가는 건 물론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잊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존재로서 이 세계에 찬란한 빛으로 머물다 사라질 것이다(물리법칙에 따라 빛은 계속 나아가니까), 라고 프랭크 윌첵은 말하고 있다.
행복한 사람이란 오늘 하는 일이 자신의 인생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영원의 작업을 구현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연의 신성한 과정을 가능한 한, 비슷하게 흉내 내면서 유한과 무한을 결합하는 데 힘써야 한다. 단명할 존재라며 자신을 가볍게 여겨도 안 되고, 시간의 신비를 영원히 밝히지 못할 것이라며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_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 자연의 새로운 탄생
◦ 부레옥잠, 수련, 아마존빅토라아수련, 장미, 토란 다이아몬드헤드(학명: Colocasia esculenta ‘Diamond head’)...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내가 만난 名문장, 일상에 깃든 진리 다짐(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동아일보 2022년 08월 22일(월)〉, 〈한묵 화가의 '또 하나의 시 질서를 위하여'〉, Daum, Naver 지식백과, 인터넷 교보문고/ 글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고봉산 정현욱 작가님
Beutyful questions 을 직역하면 아름다운 의문인데 시인은 그 의문을 시로 풀어설명한것 같네요
아름다운 의문의 주제는 '행복'인데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수있는지를 철학적으로 설명한 느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