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풋볼뉴스(Football News) 원문보기 글쓴이: 블루문
고교축구 강호 영등포공고가 제56회 대통령금배 정상에 올랐다. 영등포공고는 65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축구명문이지만, 대통령금배를 품은 것은 처음이다. 영등포공고가 새로운 역사를 만든 길의 시작과 끝에 김민성이 있다.
(*인터뷰는 대통령금배 직후 진행되었다. 이 인터뷰 후 영등포공고는 전국 고등리그 왕중왕전에서도 우승 타이틀을 추가했다.)
영등포공고는 붉은색 벽돌에 둘러싸여 있다. 학교 정문을 거쳐 축구부 숙소를 찾아가는 길목의 벽에서 만난 흰색의 그래피티는 그래서 더 선명한 메시지로 눈길을 끈다. It is the time for victory(이제 승리할 시간이다).
그래피티의 격문처럼 영등포공고는 이번 여름 새로운 역사를 썼다. 대통령금배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8월 2일 결승전에서 또 다른 축구명문 보인고를 만나 2-1로 역전에 성공했다. 트로피 진열대에 수많은 우승컵을 늘어놓은 영등포공고지만 뒤집기 승리로 얻어낸 새 타이틀의 감동은 사뭇 달랐다. 이전까지 이 대회에서 영등포공고가 거둔 최고 성적은 1973년 준우승으로, 무려 50년 전의 일이었다. 영등포공고를 이끌고 있는 김재웅 감독은 “(선수 시절)못다 이룬 꿈을 제자들이 이뤄졌다”며 감격했다.
영등포공고는 올해에만 네 개의 타이틀을 휩쓸었다. 백운기를 시작으로 고등리그,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대표 선발전에 이어 대통령금배까지 정상에 올랐다. 일관된 강세를 보이는 팀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영등포공고 팀원들은 그 비결로 단단한 팀워크를 첫손에 꼽는다. 17년째 영등포공고를 이끌고 있는 김재웅 감독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또 하나. 수준급 기량을 갖춘 벤치 멤버들의 존재다. 벤치에서의 번뜩이는 에너지가 팀 수준을 끌어올린다.
이번달에 ONSIDE가 만난 김민성도 영등포공고에 특별한 힘을 보태는 선수다. 3학년 선수 위주로 나서는 대통령금배에서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는 2학년이자 팀이 반전의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 교체로 들어가 그 기대에 부응하는 선수다. 특히 대통령금배에서 활약상이 빛났다. 제천제일고와 개막전에서 선제 결승골로 팀 승리를 주도했고, 보인고와 결승전에서는 팀이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교체 출전해 7분 만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 골로 흐름을 가져온 영등포공고는 후반 39분 김태원이 추가골에 성공하며 극적으로 우승 타이틀을 가져왔다. 김태원의 득점을 어시스트한 선수가 김민성이다. 영등포공고 축구부가 새로운 역사를 쓴 시작과 끝에 김민성이 있다.
보인고와의 결승전에서 동점골을 넣고 역전성의 발판을 마련했다
고대하던 우승 타이틀을 얻었어요.
영등포공고가 대통령금배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에요. 감독님도 영등포공고 선수 시절 4강까지는 가 보셨는데 우승은 경험하지 못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넘지 못한 상대가 부평고였대요. 감독님이 지금 영등포공고 멤버들이 그때보다 더 좋다고 하셨죠. 이번 연도 선수들이라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선수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나섰어요. 처음으로 우승한 대회여서 기쁘고 의미 있었어요.
타이틀을 가져오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어요. 감독이 수훈갑으로 꼽은 선수예요.
제가 골을 넣어서 우승했다기 보다 감독님과 코치님, 선후배 선수들 모두 열심히 노력해서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해요. 대회 시작하기 전이나 대회 중에도 한결같이 팀 분위기가 좋았어요. 우승할 것 같았어요.
제천제일고와 개막전에서 선제골을 넣었죠. 보인고와의 결승전에서는 교체 출전해서 동점골을 넣고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어요. 이번 대회에서 중요한 활약을 펼칠 거로 기대했나요?
(결승전에서)대기 멤버로 교체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저희 팀이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님이 계속 준비하라고 하셨어요. 뛸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최선을 다해 조금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그런데 들어가자마자 첫 터치로 골을 넣었어요. (국)민재 형이 롱스로인을 던지는 상황에서 세컨드 볼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세컨드 볼이 떨어지는 위치로 미리 가 있었는데 슈팅 기회가 왔죠. 운이 좋았어요.
대선배들이 많이 찾아와 응원하기도 한다고요.
라커룸에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10회* 졸업생이라는 분이 오셔서 응원해 주셨어요. 나이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70대로 보이는 분이었어요(*영등포공고는 2023년 69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마다 대선배님들이 오셔서 응원해 주시는 것도 힘이 돼요.
대통령금배는 주로 3학년들이 나서는 대회예요. 2학년이 출전 기회를 얻는다는 건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실제로 2학년 선수들이 결정적 순간에 힘을 보탰고요.
선발 멤버로 보면 3학년 형들이 9명이에요. 나머지 두 자리에 2학년이 뛰어요. (2학년인) 김현민 선수와 김태환 선수가 선발로 나서고 있어요. 저는 리저브 멤버예요. 제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인데, 선발 멤버들이 워낙 잘해요. 제 임무는 언제든지 팀이 원할 때 들어가서 돕는 거라고 생각해요. 선발 멤버가 아닌 것에는 전혀 불만이 없어요. 초조하지도 않고요. 준비를 잘하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고 기다리죠.
처음부터 이런 마음이었던 건 아니에요. 1학년 때는 축구도 잘 못했던 것 같고요. 2학년 초반에 힘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감독님과 코치님이 따끔하게 조언해 주셨어요. ‘네가 과연 모든 걸 쏟아서 노력해 봤냐’라는 말씀이었죠. 그 정도 노력이라도 해 보고 안되는 거라면 같이 고민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요. 그때부터 새벽 훈련도 해보고 개인 운동도 해봤어요. 오후 훈련이 끝나면 시간 날 때마다 웨이트 훈련이나 볼 기술 훈련을 했어요. 몇 주 동안 꾸준히 개인 운동을 하니까 실력이 붙는다는 걸 느끼게 되었죠. 이런 대회에서 힘을 낼 수 있게 된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중학교 때와 비교해 체격도 커지고 소화할 수 있는 운동량도 많아졌을 거예요. 기술적으로나 축구를 이해하는 영역에서나 변화를 느끼나요?
새벽 운동하고 개인 운동하면서 저도 모르게 축구가 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여태까지 해왔던 플레이에서 고칠 점도 보이고요. 계속 부족한 점들을 찾아가면서 보완하는 중이에요. 제가 생각하기엔 수비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해요. 경기에서 90분 내내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은 아니어서, 열심히 운동해서 경기 체력도 끌어올리고 싶어요.
고등리그 왕중왕전 우승과 베스트 영플레이어상을 모두 안았다
올 초 백운기 우승부터 고교무대에서 영등포공고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요. 팀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유지되고 있나요?
네, 계속 좋은 분위기예요. 백운기(2월) 우승도 작년 후반기 때부터 뛰던 형들이 만들어온 분위기가 유지된 거예요. 8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왕중왕전은 전국에서 많은 팀들이 한 곳에 모여 치르는 대회잖아요. 잘 준비해서 이 대회에서도 우승하고 싶어요.(*영등포공고는 왕중왕전에서도 연전연승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김민성은 베스트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우승 타이틀을 여럿 휩쓰는 팀을 보면 멤버들의 수준이 높든지 팀워크가 좋든지 감독의 리더십이 뛰어나든지 하는 특징이 있어요. 민성 선수가 생각하는 올해 영등포공고의 힘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원팀으로서 단합력이 무척 좋아요. 선후배, 감독님, 코치님 모두 똘똘 뭉쳐서 한마음으로 준비하고 훈련도 경기도 다 같이 열심히 하죠. 개인의 욕심보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팀이 잘 되어야 개인이 잘 되는 거니까요. 서로 도와가면서 모두 함께 잘되자는 마음으로 뭉치는 팀이에요.
매년 우승 경쟁에서 의식하게 되는 팀이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보인고를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대통령금배에서 보인고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가장 견제했던 것 같아요. 보인고 선수들 입장은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보인고는 좋은 팀이고 잘 하는 팀이에요. 항상 리그에서 만나는 팀이고 해마다 중요한 대회에서 자주 만나는 상대죠. 마침 이번 대통령금배 최종전인 결승에서 만났어요. 그래서 역전으로 이겼을 때 더 짜릿했던 것 같아요.
김재웅 감독님은 어떤 지도자인가요? 결승전 실점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선수들과 소통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경기마다 확실한 작전을 준비하는 분이에요. 약팀과 만나든 강팀과 붙든 팀 색깔이 달라지지는 않아요. 선수들이 힘들어할 때 오히려 더 격려해 주시고 소통도 적극적으로 하시죠. 경기장에서도 저희만큼 힘을 다해 싸워 주시고요.
감독님은 어떤 축구를 원하시나요?
가장 강조하는 메시지는 ‘다 쏟아붓고 나오자’예요.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장에서는 목숨 걸고 하자’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기본적으로 모든 팀을 대할 때 전방 압박을 시도하고, 상대 진영에서 놀 수 있도록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축구예요.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체력이 중요해요. 그래서 평소에도 체력적으로 잘 준비되는 선수들이 될 수 있도록 훈련을 진행하시죠.
영등포공고의 든든한 수비진
팀에 좋은 선수들도 많죠? 이번 기회에 동료들 소개 혹은 자랑을 해 보는 건 어때요?
몇 명만 소개하면 다른 선수들이 섭섭해 할 거예요. 일단 공격에는 김현민 선수와 김태원 선수가 있어요. 김현민 선수는 스피드 있게 돌파를 잘하고 김태원 선수는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 확실한 스트라이커예요. 또 다른 공격수 이정빈 선수는 조합하는 플레이가 좋고 스피드로 빨라요.
미드필드에는 박민준, 손승민, 김태환 선수가 선발로 뛰어요. 셋 다 기본적으로 볼을 잘 차는 선수들이에요. 손승민 선수는 팀을 조율하면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해요. 박민준 선수는 슈팅이 좋고 열정적으로 뛰면서 팀에 헌신하는 선수고요. 김태환 선수는 영리하게 볼을 차요. 판단력이 좋은 선수예요.
수비에는 선예준, 이예찬, 국민재, 이경원 선수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영등포공고 수비 조직력이 굉장히 좋아요. 제가 보기에도 빈틈없이 수비를 잘한다고 느껴요. 선예준 선수는 피지컬이 굉장히 좋은 선수죠. 공중볼 경합이나 수비를 할 때 든든해요. 이예찬 선수는 스피드가 굉장히 좋아서 커버력이나 공격수 드리블 방어를 잘하고요. 국민재 선수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거친 파이터형 수비수예요.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선수죠. 이경원 선수는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예요. 수비수인데도 공격에 가담하면서 팀을 지원하는 선수예요. 골키퍼인 유힘찬 선수는 키도 굉장히 크고 선방 능력이 굉장히 좋아요. 실점도 거의 안하죠.
저는 주로 누군가가 부상을 당할 때 교체로 들어가거나 팀이 지고 있을 때 분위기 반전을 위해 조커로 들어가요. (Q. 플레이스타일을 소개해 본다면요?) 개인기술이 좋고 ‘한 방’이 있다고 생각해요. U-20 대표팀의 배준호 선수의 플레이를 유심히 봐요. 포지션이 비슷해서 배울 점이 많아요. 저의 개인적인 목표를 일찍 이룬 선수가 배준호 선수예요. (Q. 개인적인 목표가 무엇인가요?) 프로팀과 S등급으로 계약해 입단하고 U-20 월드컵에서도 활약하는 거예요. 배준호 선수는 프로 무대에서 선발로 뛰고 있기도 하고요.
축구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여섯 살 때 취미로 시작했어요. 방과 후 클럽축구로 시작했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춘천의 SON축구아카데미(이하 손아카데미)로 옮겼어요. 손흥민 선수 아버지가 지도하는 축구 클럽인데, 그 곳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축구를 해보겠다는 마음을 가졌어요. 초등학교 6학년 초까지 손아카데미에서 축구를 했죠. 7월에 숭곡초로 전학을 갔고, 경신중으로 진학해서 계속 재밌게 축구를 했어요. 영등포공고로 너무 오고 싶었는데 올 수 있게 되었죠.
손아카데미 출신이 벌써 고교생이 되었군요?
취미로 하던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제가 축구를 진짜 잘하는 줄 알았어요. 막상 손아카데미에서 잘한다는 선수들을 만나니까 그 생각이 다 깨지더라고요. 축구선수로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도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 축구를 놓지는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축구를 하고 있네요. (Q. 손아카데미에서 손흥민 선수를 만난 적 있나요?) 네. 실제로 만나서 훈련도 같이 하고 사진도 찍었어요. 그런 경험이 저에게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손흥민 선수가 ‘열심히 하라’고 했던 것 같아요.(웃음)
고등학교 2학년이면 자신의 꿈과 계획을 구체화하는 시기죠.
단기적으로는 이번 왕중왕전 우승이 목표가 될 수 있겠죠. 저희 또래가 3학년이 되는 내년에도 우승을 많이 하고 좋은 성적을 내길 바라고요. 모두 다 잘 되고 함께 대학교로 진학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종 목표는 성인 국가대표가 되는 거예요. 대한민국을 위해 뛸 수 있는 기회를 받아보고 싶어요.
고민이 많을 시기이기도 하죠? 열여섯 살 김민성의 최대 고민은 무엇인가요?
항상 축구입니다. 지금 제 인생에선 축구밖에 없어서요. 축구 외에는 딱히 고민거리가 생기지 않아요.
훈련이나 경기가 없을 때, 평범한 고교생의 일상도 궁금해요.
주말에 나오면 가끔 개인 트레이닝(PT)을 해요. 아니면 친구를 만나 영화를 보거나 한강에 놀러가요.
올여름처럼 무더위가 이어지는 계절에 운동하는 건 어때요?
확실히 선선한 계절보다는 햇빛도 세고 운동하기 힘들긴 해요. 그래도 날씨에 상관없이 항상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힘들어도 계속 뛰게 만드는 축구의 매력의 무엇인가요?
뭐가 어떻게 좋다고는 말을 못하겠어요. 축구 하고 있을 때는 저도 모르게 행복해지는 걸 느껴요. 그 마음 하나로 운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10년 뒤를 한번 상상해 볼까요?
프로 무대에서 꾸준히 뛰고 돈도 많이 버는 선수가 되면 좋겠어요. 국가대표로 뛰고 있으면 좋겠고요. 10년 뒤에는 아시안게임이나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 선수가 되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9월호 ‘SPOTLIGHT’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배진경
사진=이연수, 대한축구협회
|
출처: 풋볼뉴스(Football News) 원문보기 글쓴이: 블루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