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가 죽고 나서야
지하차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나서야
온 사회가 떠들썩합니다. 왜 꼭 소 잃고 나서 외양간 고치려고 난리를 피는지요. 너도나도 책임 회피하려는 모습들도 정말 꼴보기 싫습니다. 화가 납니다.
2021년 2월 정년퇴임을 하고 나서,
가장 편했던 건 학부모들을 더 이상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학부모들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좋은 학부모님, 존경할 만한 학부모님, 따뜻한 학부모님, 너무 많습니다.
사건 일어나고 오죽하면 이런 것들까지...
문득 떠오르는 사건이 있네요.
모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때의 일.
그 학교는 공원과 학교 담장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3학년 아이들이었는데 쉬는 시간 10분 동안 옆 공원에 가서 놀다가 공부 시작 10분이 훨씬 지나서야 들어온 거예요.
쉬는 시간에 공원에 가서 노는 아이들은 없는데(학교 운동장도 넓으니까요)
A라는 여자아이가 주도해서 공원으로 간 거죠.
A는 공부도 잘 하고 뭐든지 잘 하는 아이였어요.
제가 너무 화가 나서 "너희들은 벌로 한 달동안 청소하기!"
그리고 그 날, 그 아이들이 남아서 청소를 하는데 제 마음이 좋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10분 지나 그만 하라고 하면서 돌려보냈어요. 이런 말까지 덧붙이면서.
"선생님이 말로는 한 달이라고 했지만 너희들이 잘하니까 날짜가 점점 줄어들 거야."
그 다음 날, A의 엄마가 공부 끝나자마자 찾아왔어요.
A와 다른 아이들은 어제 하루 청소했고 A의 엄마가 찾아와서 청소는 하지도 못했죠.
A의 엄마가 다짜고짜 처음 꺼낸 말
"애 아빠가 온다고 하는 걸 간신히 말렸어요."
"그래요? 같이 오시지 그랬어요? 그런데 무슨 일로?"
"선생님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그깟 공부시간에 10분 넘게 들어왔다고 한 달 동안 청소를 시키다니오!"
"예? 말은 그랬지만 청소는 어제 딱 하루, 10분 했는데요. 그리고 며칠 시키다가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 끝내려고 했는데요."
"반 아이들 앞에서 늦게 들어왔다고 야단 치셨다면서요?"
"예, 그거 야단 맞을 일 아닌가요? 교문 밖을 마음대로 나가 공원에서 놀다니오. 게다가 아이들 서너 명까지 데리고 나가서요.
공원이 그렇게 안전한 곳은 아니에요."
"내가 선생님 만나러 오기 전에 교장실에 먼저 가려고 했었는데."
그러니까 교실로 먼저 와서 내가 많이 봐줬는데 너 끝까지 그렇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바락바락 대들고 있냐, 얼른 사과해라...그런 느낌이었어요.
"예, 그럼 지금 교장실로 같이 가시죠."
제 말에 A의 엄마 약간 당황하더라구요.
"저는 교장선생님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잘못한 게 없으니까요."
그러자, A의 엄마 약간 물러서더라구요.
근데 문제는 그렇게도 예뻤던 A가 꼴보기 싫더라는 것.
아무리 안 그러려고 노력해도 A와 A의 엄마가 겹쳐보였어요.
A의 엄마는 뭘 원했던 걸까요?
제가 싹싹 빌며 한 달동안 청소 시키기로 했던 것(하지도 않았는데) 사과하고,
애들 앞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훈계한 것 사과하고...그걸 원했던 걸까요?
저도 사람인지라 속으로는 부들부들 떨었답니다.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봐서였지요.
그런데 듣다보니 참을 수 없어서...ㅋㅋ 이 놈의 성질머리...
점점 나이들면서 50대, 60대가 되면서는 무조건 아, 예, 그러셨어요? 그러셨군요.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타이르고 어루만져 주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무사히 정년퇴직까지 했겠지요.
힘들게 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 때문에 오죽하면 '명퇴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겠어요.
담임을 명퇴하게 만든 아이....아이와 학부모가 합세하여 얼마나 힘들게 했으면 명퇴를 했겠냐고요.
답답한 세상입니다.
얼른 나은 세상이 되었음 합니다.
선생님과 학생과 학부모가 하나 되어 서로 신뢰하고 존경하는 그런 학교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휴우, 한숨)
첫댓글 무섭고 답답해요
진상 부모 단골 멘트는 저도 교사 시절 다 들어봤던 말. 웃픈 세상이에요.ㅠㅠ
정반합으로 가는 길이겠지요?
저희 어렸을 때, 우리 큰애 때까지만 해도 정말 이상한 선생님 많았어요.
그래서 촌지 못 받게 하고 스승의 날에 찾아오지 마라 뭐 그런 것까지 했잖아요.
이제 균형을 제대로 맞추어야겠지요.
맞아요. 그 시절에는 촌지가 장난 아니었죠.
지금도 이상한 선생님 많을 겁니다. 진상 학부모 많듯이...ㅠㅠ
안샘은 대차네요. 난 그런 학부모 찾아오면 무조건 알겠다고 고개 숙였어요.
맞서자니 힘들어서 피한 것이겠지만요.
어려서 그랬겠죠.ㅋ 근데 교장 교감에게 할말은 다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 그 분들, 제가 얼마나 불편했겠어요. ㅋ
제 친구는 그러더라구요. 문제아에게는 뒤에 문제 부모가 있다.
예, 맞아요. 누구를 탓하겠어요?
참 멋있는 교사셨네요.^^
강단도 있으시지만 요즘 느끼는건 은근히 보듬어주는
면모도 많으세요.
진상부모 테스트도 근거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