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불교 스님들은 대체적으로 무채색인 검회색 옷을 입는다. 이것
은 제3자의 색이고 괴색이다. 괴색이라는 말은 죽은 색이라는 뜻이
다. 따라서 특별한 색깔이 없다. 모든 색들은 하나로 섞으면 회색보
다 조금 더 진한 검은색이 나온다. 이 색을 검회색이라고 한다. 이 색
으로 모든 중생을 아우른다. 그래서 스님들은 검회색 옷을 입는다.
검회색을 제일 싫어하는 무리가 있었다. 바로 유교와 도교들이
었다. 그들은 화려한 비단옷을 입었다. 그러다 보니 검회색을 협오
했다. 그런 색상은 죽음의 색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구천
이나 황천 같은 명제를 표시할 때 깜깜한 땅밑을 말하였고 그 색상
은 모두 검은색으로 표시했다. 저승사자가 검정색 도포와 검정색 갓
을 쓰고 있는 것만 보아도 무슨 말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 영향으
로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외롭고 쓸쓸할까 싶어서 가족 전체가
검정색 옷을 입고 상주노릇을 했다. 지금까지도 그렇다.
그런 사람들이 불교를 좋게 봐줄 수 있었겠는가. 우선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고 해서 부모에게서 받은 머리털 한 올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효 사상을 갖고 있었는데 불교라는 것이 들어와서 첫 번째로
머리칼을 싹둑 잘라버리고 다니니 그들의 반응이 과연 어떠했을까.
둘째는 입신양명이다. 그들은 출세를 하여 이름을 세상에 떨치
고 죽어서도 가문에 이름을 남기는 것으로 삶의 모토를 삼아왔는데,
반대로 세상을 등지고 산속으로 들어가 성은 물론 부모가 지어준 이
름조차 바꿔버리는 무리를 보았을 때 그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셋째는 후손이다. 그들은 가급적 많은 후손들을 거느려 조상의
혈통을 이어가려고 하는데, 불교라는 자들은 고자도 아니면서 아예
후손을 생산하려 하지 않으니 반응이 정말 어떠했을까.
넷째는 일이다. 건전한 사회를 이루려면 자기에게 주어진 생산
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인데 불교를 믿는 스님이라는
사람들은 직접 논밭을 가꾸지 않고 남이 수확한 양식을 탁발해서 먹
고 살려고 하니 그들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다섯째는 부모봉양이다. 그들은 부모를 하늘처럼 모시고 봉양
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아왔는데, 불교 스님들은 아주 매정하
게 자기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를 버리고 집을 나가버리는 것을
보았을 때 그들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불교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사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불교는 정말 외도 중의 외도였을 것이다. 유교 사회의 기본적 덕목
인 삼강오륜을 받들지도 않고 인간이 행해야 하는 다섯 가지 기본
도리인 오상을 따르지 않는 불교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
다. 그래서 그들은 국가와 민족의 얼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불교를
잔인하게 탄압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가 한국의 조선시대까지 내려
와서 불교를 이 땅에서 아주 말살시키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우리 민족은 중국으로부터 유교의 도덕과 도교의 문화를 받아
들여 치세와 안민을 다 하고자 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상갓집에 문상을 갈 때 중국처럼 검은색 옷을 입고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은색을 입으면 정말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대단히 터부시
했다. 대신 평민의 옷인 흰옷으로 상주복을 만들어 문상을 했다. 하
지만 시간의 흐름에 세상도 사람도 그 민심도 변하기 마련이다. 그
렇게 금기시되던 검은 옷들이 언제부터인가 상갓집에 갈 때 예절 옷
이 되어버리고, 흰옷은 반대로 금기시되어버렸다. 그것은 기독교가
유입되면서 미친 영향이었다. 중국이 종주국으로 있을 때에도 한국
은 끝까지 한국만의 상주복을 고수해왔는데 기독교 문화가 들어오
니 바로 검은색 상주복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이처럼 중생세계에는 일정한 법도가 없다. 형편과 사정에 따라
법이라는 것을 만들고 또 버리고 또 만드는 것이기에 절대성과 영원
성이 없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만법이 다 육식이다라고 하는 것이
다. 그러므로 세속에서 무엇을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목숨을 걸고
자기주장을 내세울 필요가 없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은 이미 바귀
었거나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 가지 법
들이 만들어지고 바뀌어가고 그냥 사라져버리고 있다. 사람도 학문
도 이론도 계속 바뀌어가고 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천지에 그냥
그대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첫댓글 유가의 입장에서는 임금도, 부모도 없는 이단사설이라고 불교를 비방한 것이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이는 근본적인 진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 어찌 불로 허공을 태울 수 있으랴!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