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가 익어가는 들길에서
유용미 / 라일락
이즈음 들길은
설레는 반보기 길이다
치자빛깔로 들썩이는 떨림이다
저 빛물결에 나는 바람이 되어 뒹글고 싶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가뭄과 장마와 땡볕과 태풍이 번갈아 가며
아버지의 등어리를 밟고 지나는
에움길에서
기다림은 살아 있었다
푸르게 짙푸르게 검푸르게
아버지의 발소리를 색칠하면서
갈래길도 없이 한 길로만 굽이굽이
풍경으로 포개지고 있었다
푸른 물비린내 물큰하게 풍기며
부글거리던 여름이 지평선의 거리만큼 빠져나간 자리
고슬한 치잣빛 바람이 통째로 덮어간다
먼 곳에 흐끗 흐끗 억새꽃
아버지의 흰머리가 눈에 서린다
치자빛으로 익어가는 일곱 논배미
물기어린 눈으로 바라보시는
아버지만 아는 아버지 마음
그 마음
한포기에 벼에 실린 나락알 만큼은 알 것 같은
나만 아는 내마음
벼가 익어가는 들길 가운데
억새꽃 끝에서 햇솜처럼 피어난다
카페 게시글
습작-시(숙제)
벼가 익어가는 들길에서
유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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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8
25.11.03 21:3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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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벼가 익어가는 들길에서~라일락님과 함께 걷고 있는것 처럼 그림 그리듯이 잘 표현해 주셨네요~
라일락님은 언어의 마술사!
라일락님 시! 너무 좋아요.
잘 보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벼가 익어가는 들길에서 설레는 길 반보 길
치자빛 기다림은 살아있다고
살아가며 인생을 알아가며
벼가 고개를 숙이듯이
생의 내공이 알알이 밖혀 있는 글
라일락 님의 벼가 익어가는 들길은 곱고 알차네요
글 쓰시느랴
수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