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겨울방학을 맞아 오랜만에 중국 고향으로 돌아갔다. 우리 아들도 최근에 겨울 방학을 맞았지만 만만치 않은 양의 겨울 방학 숙제와 함께였다. 아들이 책상에 엎드려 숙제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지난 여름 방학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당시 우리는 한국에 계신 시어머니댁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아들은 마지막 남은 숙제 몇 개를 하는 중이었다. 손자가 책상에 엎드려 한자로 열심히 숙제를 하는 모습을 본 시어머니는 “조그만 아이가 한자를 이렇게나 많이 쓸 줄 아네! 어쩜 글자도 이렇게 또박또박 예쁘게 쓰니?”하고 감탄을 연발했다. 나도 우리 아들처럼 매일 한자로 숙제를 하며 자라왔다. 그것은 나에게는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었기에 시어머니의 그 한마디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다. 그러나 한국 아이들이 숙제를 할 때 절대 그렇게 많은 한자를 쓰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시어머니의 놀란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지난 여름 방학에 충격적인 TV 프로그램 하나를 본 적 있다. 바로 ‘한자 받아쓰기 대회’였다. 한자의 고향인 중국에서 한자 쓰기 대회를 열다니…. 외국인들이 참가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 방영된 홍보 영상이 더 가관이었다. 화면 속에서 기자는 행인들을 붙잡고 ‘未雨綢繆(미우주무)’라는 중국 고사성어를 어떻게 쓰는지 물어보았다. 이 사자성어는 중국에서 매우 자주 쓰이는 것인데 비가 오기 전에 창문을 수리한다는 뜻으로 ‘유비무환’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주무(綢繆)’두 글자를 쓰지 못했다. 매우 경악스런 결과였다. 이렇게 놀라운 분위기 속에서 한자 받아쓰기 대회가 시작된 것이다. 전국 각지의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선발된 우수한 학생 대표단은 1, 2개월의 ‘특수훈련’을 거쳐 대회에 참가했다. 그런데 10개의 단어만 맞게 쓰면 통과하는 것이었는데도 많은 팀이 통과하지 못하고 전멸했다! 그들이 틀린 한자들 중 많은 것들이 내가 학생이었을 때 교과서에서 보았던 글자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나도 그 글자들을 읽을 줄은 알아도 정확히 써내지는 못했다. 무섭고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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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 쓰기
나는 나 자신의 국어 수준에 항상 자신이 있었다. 어릴 때 학교에서 오랫동안 국어부장을 했고 고3 때는 국어 전교 1등도 해봤으며 지금은 나름대로 고학력자다. 이런 내가 원래 알고 있던 한자도 제대로 쓰지 못하다니!
대학 졸업 후 사회인이 됐을 때를 생각해보면 매일 컴퓨터와 함께하면서 종이와 펜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일상생활 속에서 손으로 글씨를 쓰는 대신 키보드를 타자를 쳤다. 컴퓨터 키보드는 중국 한어의 표기법에 따라 영어로 입력한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도 나와 비슷했다. 현대 과학 기술의 ‘편리성’에 젖어 한자를 손으로 어떻게 쓰는지 잊어가는 것이다.
중국의 학교 교육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 조사에 따르면 60%의 교사들이 학생들의 한자 쓰기 능력이 저하됐고 글씨의 정확도, 선명도, 미관성(美觀性) 부분에서 모두 불합격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동시에 90% 이상의 교사들이 서예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의 한자 쓰기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대답했다. 한자 쓰기 능력의 저하는 오로지 디지털 기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의 학교들이 너무 많은 수업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문제다. 주입식 입시교육의 시스템 아래에서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배우고, 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영어와 수학, 물리, 화학을 중점적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국어는 점점 더 경시되고 있다.
한자는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는 신비로운 문자다. 중국인들이 지식을 기록하고 전파한 도구였고 조상들의 자연에 대한 인식과 인생에 대한 이해,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감상을 포함하고 있다. 중화 문화를 잇는 명맥인 것이다. 이런 나라의 사람들이 오늘날 자기 나라의 글자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은 이 문화의 뿌리가 말라가고 있다는 증거다.
중국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자국 문화 보호 차원에서 한자 받아쓰기 대회를 열고 원래 9월 10일이었던 스승의 날을 9월 28일 공자탄신일로 옮겼다. 전국의 초등학교, 중학교에 서예과목을 개설하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나도 방안을 강구했다. 아들 반의 학부모 위원회와 상의해 서예를 배우고 싶은 아이들에게 주말마다 우리 집에서 무료 서예 수업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 한자라는 꽃밭에서 아름다운 색채를 발견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마음속에 씨앗을 심어주고 싶다. 그리고 바로 그때 아이들은 비바람이 올 때를 대비해 스스로 꽃집의 창문을 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어 원문]
渐渐忘记如何写字的中国人需要未雨绸缪放了寒假,我回到家中开始久违的家庭生活。现在儿子也刚放了假,虽然不像上学期间那么紧张,可寒假作业还是免不了。看着儿子趴在桌前写作业,不禁让我想起了上个暑假。当时儿子最后的几篇作业是在韩国完成的,那时住在韩国婆婆家里。看着孙子趴在书桌前用汉字工整地写着作业,婆婆不禁赞叹:“一个孩子居然能写这么多汉字,还写得这么工整漂亮!”这话倒是我没想到的。因为每天看着儿子用汉字写作业,我也是如此长大,本是吃饭睡觉一般自然的事。但再想想,韩国的孩子写作业绝不会写这么多汉字,也就理解了婆婆的惊奇之心。
而关于写字,其实暑假期间的一个电视节目对我颇有震撼,这就是《汉字听写大赛》。在汉字的故乡中国,有必要搞写汉字的比赛吗?又不是外国人参赛。可比赛播出前,电视里播出了一段宣传片,是记者在街头随意找一些路人,问他们“未雨绸缪”怎么写。这个成语很常用,意思是在雨天来临前修补窗户,意为“防患于未然”——但居然很多人写不出“绸缪”二字!这太令人震惊,在这种震惊的气氛中,汉字听写大赛鸣锣开战了。从全国各地的初高中里选拔出优秀学生代表队,经过一两个月的特训后参赛。只是写对十个单词就过关,有很多代表队竟然全军覆没!他们答错的题目,很多是学生时代课本里的字。而如今,我虽然认得这些字,却也无法正确地写出来了,真叫人惊恐又悲哀。
我一向对自己的语文水平有自信——小时候长期担任语文课代表,高三还得过语文全校第一,而现在也算个高学历的人——可我居然连本来知道的字都不会写了!
回想大学毕业后参加工作,每天与电脑相伴,几乎没再拿起过纸笔。就这样在生活中,敲击键盘渐渐取代了手写字。周围的很多人也和我一样,在现代科技的“便利”中忘记了手写文字。
现在学校的状况又如何?看过一个调查,说60%以上的教师认为学生书写能力低下,书写的准确度、清晰度、美观度都不达标;同时有90%以上的教师认为应开设书法课程来提高学生书写水平。
导致书写能力滑坡的原因,不能全怪罪于电子时代的冲击——学校过重的课业压力;应试型教育模式下,孩子们从幼儿园时期就开始学英文,上学后又把学习重点都放在英文和数理化上,语文越来越被轻视。
其实汉字是一种神奇复杂的文字,它是中国人记录和传播知识的工具,更包含了祖先对自然的认识、对人生的理解和对美的感受,是中华文化传承的命脉。如今当这个国家的人已经很难好好地写出本国文字,这一脉文化的根基已经在面临枯萎的命运。
政府也意识到了问题的存在,为保护本国文化,举办汉字听写大赛;把9月10日的教师节改为9月28日的孔子诞辰日;在全国中小学推广书法课的计划也将展开。
作为一个孩子的母亲,我也想尽自己的一份努力,因此和儿子班级的家长委员会商量,募集了一些愿意学习书法的孩子周末来我家里,由我免费教授书法课。虽不知道这点努力能为孩子们带来多少改变,但我希望能在他们心里种下一粒种子,假以时日,能让他们也看到汉字这片花丛的美丽色彩。而此时,趁风雨将来未来,正是一齐动手为花房修缮门窗之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