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성명 [안이삭]
너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야겠다
징검다리 건너다가
물억새 그늘 흔드는 작은 소요
반갑다, 피라미!
이쯤에서 가만히 서있으마!
새끼손가락만 한 몸 구석구석 새겨진 팽팽한 경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고
어미의 어미 또 그 어미의 어미가 가르쳤구나
이 넓은 우주
홀씨 하얗게 날리는 봄날
한 물고기가 한 사람을 바라보는 오후
나지막이
내 이름을 일러주었다
* 사람이 무서울 때가 있다.
살면서 사람에 치이고 사람에게 당하고
그래서 무섭게 생각될 때가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는 건 자기를 보호하려는 본능이다.
이쯤에서 가만히 서있겠다는 건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겠다는 거다.
블로그를 아예 닫고 사는 사람들은 아는 이 몇명과만 소통하겠다는 것처럼
대개의 사람들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려고 한다.
afternoon일 경우에 더 그렇다.
사람을 만나 통성명한다는 건 그래도 관계를 맺을 가능성을 열어둔 거라 보면 된다.
그러나 핸드폰에 이름을 저장해두지 않는다는 건 관계가 거의 형성되지 않는 걸 뜻한다.
이름을 일러준다는 것, 명함을 건네준다는 것은 관계를 맺자고 하는 적극적인 방법이다.
시쳇말로 번호를 딴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지막이 이름을 일러주는 건 소극적이긴 하지만 은밀한 교감을 뜻하는 건 아닐까.
너만 알고 있어 내 이름은 아무개야!
저렇게 많은 사람중에 몇 안 되는 사람에게
너만 알고 있어 내 이름은 아무개야!
* 안이삭시인의 시집 상재를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