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극심했던 지난 광복절 날.
어장 청소를 나갔던 어부들이 진주 담치를 따왔다.
어장은 수면에 떠 있는 부표만 보일 뿐, 바다속에 있는 그물과
여러가지 어구들은 잘 보이지 않는데, 물속으로 늘어진 밧줄들이 많다고 한다.
진주 담치는 포자가 해류를 타고 떠돌다가 착상할 곳만 있으면 무섭게 증식되는 種이다.
미역이나 다시마는 배양된 포자가 착상한 가느다란 줄을 밧줄에 감아서 양식을 하지만
진주 담치 양식은 그냥 줄만 부닷물 속으로 늘어뜨려 두어도 된다고 한다.
달콤한 살에, 잔파 송송 썰어서 띄운 시원한 국물을 생각하면 반가운 진주 담치지만
떨어내도 이중 삼중으로 붙는 진주 담치의 무게로 인해서
어장이 정상적인 위치보다 가라앉는 일까지 발생한다고 하니 분명 골치덩이다.
유난히 진주 담치를 좋아하는 연희네.
어디 바닷가로 직접 따러 가지는 못하고 어장에서 떨어내는 담치를 바라고
갈때마다 시동생 한테 부탁을 했다.
"어장 청소하면 귀찮더라도 담치 버리지 말고 좀 갖다 주소"
마침 거제도에 갔던 광복절날 어장 청소를 한다고 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번에 일년치 먹을거 다 장만해둬야지...'
점심을 먹고 어부 세사람이 바다로 나갔는데 내리쬐는 땡볕이 장난이 아니다
더위가 심하면 바다위에 있어도 덥다고 하며
얼음 많이 넣은 수박 화채를 만들고 부산에서 사 간 빵을 싣고
시동생이 배를 타고 바다로 중참 배달을 나갔다.
한 시간쯤 뒤에 작업을 마치고 들어온 어부들이 배에 모아둔 담치를 새 상자나 가져왔다.
배에 실려있던 나머지는 동네 아줌니들이 마음대로 골라갔다.
밧줄에 워낙 여러 겹으로 붙어 있다 보니 펄이 붙어 있어 흡사 펄밭에서 캐낸 조개같았다.
통에다 물을 몇 바가지 붓고 골랐더니 반짝거리는 진주 담치가 나타났다.
덤으로 멍게도 서너마리 보였다.
굵은 것을 따로 골라서 일일이 알을 발라냈다.
된장 찌개나, 미역국, 맑은 국 끓일때 쓰면 아주 맞춤이다.
부추전에 잘게 다져넣어도 맛있다.
깊은 물속에서 자란 거라서 잡맛이 없고 담백하고 깨끗한 진주 담치는
무얼 해 먹어도 맛있다.
연희네 집에는 진주 담치 매니아가 두 사람이 있고 주변에는 더 많다.
자잘한 것은 따로 골라서 삶아서 알을 발랐다.
삐득하게 말려서 조려 먹으면 그 또한 맛나다.
그 모든 일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서 세 통의 담치를 혼자서 처리하기엔 무리였다.
한 통은 오라범댁 횟집으로 분양하고
두 통은 생으로 까고 삶고, 밤에까지 작업을 해서 어장막에도 주고
우리도 넉넉하게 장만해 왔다.
진주 담치만 보면 사죽을 못쓰는 연희를 보고 어로장이 하는 말.
" 한번 더 청소 할끼 남았는데, 이번주 토요일 쯤에 하고 담치 따다 주께요."
말 수 적은 어로장 눈에는 담치만 보면 환장하는 아지매로 보였나 보다. ㅎㅎㅎ~
내가 진주담치를 맛있게 먹는 일이 어부들 한테는 귀찮은 작업이다.
그들은 손으로 떼어 내든, 뱃전에 줄을 쳐서 털어 내든 그냥 줄에서 따내기만 하면 되는데
나를 비롯한 누군가가 진주 담치 먹기를 원하면 그냥 버려도 좋을 것을
일부러 모아서 가져 와야 하는 수고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물론 진주 담치로 만든 반찬을 그들도 맛있게 먹긴 하지만.
홍합 국.
껍질채로 끓인 홍합국
사진은 '수현 ' 솜씨
첫댓글 고부지는 아닌 것 같고,,그 옛시절 기억에 어르신들이 나이롱 합자라 불렀던 바로 그놈들같습니다 바닷가 사람들은 흔하기때문에 손보기 귀찮다 하겠지만 도시사람들한텐 귀한 건데 .. ^^
한사발 후루룩 먹고 싶어요 홍합을 무지 좋아하거든요 저런 귀한 걸 쓰레기 취급하다니 아깝네요 ^^ 내가 모르는걸 연희도 하제님도 알고 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