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엔 바빠서 여름휴가도 제대로 못 갔다
1년에 나에게 배정된 연가 23일중 달랑 2일을 쓰고
21일을 반납했다.
덕분에 연가보상비는 연말에 받았지만---
작년 9월부터 같은 평가업무를 보는 3명이 가족동반
해서 해외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출장비에서 일정액을 제하여 적립하고 가끔씩 윗분들이 수고한다고 주는 격려금도 모으고 특히 한 팀원이 중앙제안에 당첨되어 받은 상금 200만원 중 삼분지 일 정도를 희사 받고, 또 칼럼 기고 원고료, 강사료 등도 모아 12월까지 300이상을 모았다
그런데 시간과 여건이 여의치 않아 처음엔 제주도로 갈려고 했지만 견적을 뽑아보니까 너무 돈이 많이 들었다.
3가족 열두명 비행기삯만 백 몇십이나 되니까!
대안으로 부산을 갈려고 해도 ktx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강원도 속초출신인 사무관에게 동해로
가자니까 자기 고향인 속초로 가자고 해서 전격적으로 방향선회를 하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 강남터미널에서 세가족이 만났다.
마누라가 검은 색 코트, 회색 부츠, 긴 머리에 웨이브를 넣어 한껏 멋을 부렸다
딸애가 아빠! 오늘 엄마, 배우같지, 친구들도 다 그래! 라고했다.
와이프가 화답하듯 웨이브진 머리를 가볍게 두손으로 쓸어올렸다.
팬 서비스였다.
일행을 소개해 보면
속초출신 사무관(금년 4월 서기관 내정자)의 큰아들은 연세대 경영학과 1학년인데 재미없다고 일부러 안오고 중1짜리 딸애가 왔는데 그애가 전교1등만 계속하는 얘라니까 우리 딸애가 밥맛이라고 한번도 말을 부치지 않았다
사는 곳은 청와대와 담을 마주하고 사는데
사모님께서 이야기하길 전번에는 반상회라도 열리면 청와대에서 경호원이라도 참석하도록 하였기에 걔들이
오면 주변청소 좀 제대로 시키라고 잔소리도 좀 했는데 요즘은 꼬빼기도 안보여 청와대 주변이 예전보다 너무 지저분하다면서 ''얘들이 사가지가 없어'라며 투덜댔다
나머지 동료는 7급으로 충남 당진에서 파견을 왔는데 사모님이 당진에서 지적공사를 다녀 주말부부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로 옮길려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서울에는 자리가 없어 경기도로 옮기되 서울에서 제일 가까운
과천으로 인사발령을 내기로 어느정도 합의가 된
상태이다.
7살짜리, 4살짜리 딸 둘이 있는데 특히 네살짜리는 행동거지가 넘 귀여워 여건만 허락하면 막둥이를 두고 싶은 심정이었다.
네시간후 속초에 도착했다.
밤바람이 차가웠다.
우르르 몰려가서 뜨거운 오뎅을 먹었다.
숙소는 영랑호 주변의 48평형 2층짜리 콘도형 빌라여서 세가족이 지내기에는 불편이 없었다.
성수기때는 하루에 30만원 정도 주어야 하지만
시골동네에서 서울가서 출세했다며 안 받는다고 했다.
속초 부시장으로 부임할까봐 잘 보일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
보일러 기름값이라며 억지로 5만원을 던져 주었다.
봉고차를 하나 빌렸는데 하루에 10만원에 계약하였다. 그것도 눈길에 되게 싼 요금이라고 했다.
간단하게 순부두와 황태해장국을 먹고 설악산으로
향했다.
고2때인가 와 본 곳이니 30년을 훌쩍 지나 찾는 곳이다
설악은 자태를 눈속에 감추고 있었다.
켜켜히 쌓여있는 눈, 흰눈으로 인해 더욱 빛나는
주목의 초록빛, 억겁세월을 겪은 바위의 한결같음
권금성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탔다.
개인당 왕복8000원이었다.
권금성은 권씨와 김씨가 난을 피하러 이곳으로 와서
적을 물리치려고 하룻밤 사이에 싾은 성이라고 한다
''권씨와 김씨는 원래 사이가 좋아야 하는데 그런데
우리집은 영 아니던데''
와이프의 농담에 모두들 웃었다.
동남아 관광객이 참 많았다.
한류가 느껴졌다.
설악일원이 국제 관광지로 지정되었다고 21자 지역신문이 일면에 도배를 했다.
설악은 아름다웠다.
설악의 눈꽃, 상록수의 푸르름, 으젓한 바위
따스한 겨울햇살 아래 졸고 있는 설악은 거듭
아름다웠다
알선 해둔 화진포에 있는 전망 좋은 횟집으로 갔다.
모듬회는 큰게 8만원 잡어회는 큰사라가 12만원 하길래 잡어회 큰걸로 두개를 시켰다.
이왕 한번인데 최고로 모시고 싶었다
아직도 공금은 두둑했다.
역시 값어치를 했다.
식전요리(appetizer)부터 달랐다.
(우리는 대충 찌개다시라고 부른다)
자연산 성게, 해삼 , 전복, 멍게까지--
동해안 북단은 양식을 별로 안하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자연산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한다.
자연산 맞냐고 물으니 주인이 어리둥절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아침에 배가 들어왔다니까요.
여기는 그런거(양식) 잘 없어요 라고 하던가
뭐 그랬던 것 같은데
잡어회 한사라에는 여섯가지 종류의 고기를 썰어
주었는데 산고기가 눈을 껌뻑여서 애들이 불쌍하다고 안 먹는다고 하여 한동안 달래느라 실랑이를 벌였다.
쫄깃 쫄깃한 속살이 맛있었다.
사모님들이 다들 황홀한 표정을 지어 넘 기분이 좋았다.
이곳은 6.25전에는 북쪽 땅이었는데 휴전후 우리쪽
땅이 된 곳이다
풍광이 수려하여 김일성 별장도 있다.
거북등 섬이 바라보이고 너른 백사장이 보이는
언덕바지에 지어져 있어 꽤 운치가 느껴 졌다.
지금은 안보교육장으로 쓰이기에 약간 씁쓰레한
느낌이 들었다.
오후 5시경 고성에 있는 알프스 스키장에 들렀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다들 스카타기에는 너무 돈이
아깝다고 하여 애들 눈 썰매나 태워줄까 했는데 눈
고르는 휴장시간이라 이것도 저것도 못하고 눈밭을
걸어보기만 했다.
눈이 잘 다져져 있어 발을 젖을 일도 없고 좋았다
너무 이유가 실용적이라 낭만이 좀 없는 편인가?
찰 목수수, 구운 오징어, 팝 콘 이런거만 잔뜩 먹이고
스키장을 떠났다.
가격은 스키대여료 2만천원,리프트 타는 비용 2만오천원, 스키복/신발대여료 3만육천원 등등--
스키장마다 시간대마다 가격은 다르므로 협정요금은 잘 모르겠다.
오는 차편은 봉고차 기사에게 웃돈을 주고 서울까지
가기로 했다.
시장에서 해산물(명란젓, 다시마, 오징어 같은 것)을
잔뜩 싸서 집집이 나누었다.
와이프는 멸치가 다른데보다 비싼데도 결국 샀다.
생선알 젓갈은 콜레스테롤이 많다고, 내가 좋아하는
것인데도 안사고 다른걸로 샀다.
오다가 고성 어디인지 2월2일부터 2월5일까지 빙어축제를 한다고 넓은 강변에 간이 포장마차를 잔뜩 꾸며 놓은데를 들렀다.
빙어는 산 채로 먹거나 튀겨 먹거나 무쳐서 먹는 방법이 있다
한바가지에 만원이라고 하여 세 바가지를 시켰더니
다들 징그럽다고 안먹는다고 하여 당진출신 직원이
시범을 보였다.
나무젓가락으로 대가리를 누른후 꼬리에 초고추장을
흠뻑찍어 꼬리부터 먹었다.
머리부분부터 먼저 먹으면 꼬리를 흔들어 옷을 다
버리게 된다.
처음엔 날 것으로 먹다가 다들 잘 안먹어 튀겨왔더니
아삭아삭하게 맛있다고 네살짜리 놈도 잘 먹었다
식사로는 컵라면 하나씩으로 때웠는데 그런대로
별미였다.
서울로 오는데 미사리가 보였다.
이년 몇개월전 서울친구들과 같이 들렀던 즐거운
추억이 떠올랐다.
그때 나, 혁창, 상표, 순록, 택룡, 창근, 광식, 숙희,
이우 이렇게 간거 같은데---
그때 갈색추억 한혜진이가 나와서 경주라고 하니까
아는척 하길래 거듭 근화여고라고 하였더니 우리 테이블에 잠시 들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서울시청 앞에서 밤 10시 40분에 내렸다
애들에게 이만원씩 주었더니 좋아들 했다.
나중에 정산해 보려고 글 쓰면서 쫀쫀하게 비용을
일일히 기록해 보았다. 이해하시길-- -
뭐 특별한 애피소드는 없었지만 다녀올만 하긴 한데
차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집에서 멀고 교통이 안 좋은데는 안가는게 상책이
아닐까 한다.
동해안코스는 시간을 잘못 잡으면 도로에서 엄청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요모조모 잘 따져보고 여행구상을 하여야 할 듯--
즐거운 일요일!.. 혹시 이글을 오늘 못 본 친구는
즐거운 한주 되길 ---
옆에서 우리 딸애가 피곤한지 낮잠을 자고있네
깨워서 또 수학문제집 풀으라고 해야 된다.
---내 이레 산다---
첫댓글 딸하나 뿐인가봐? 우린 2월에 여러집 모아서 강원도 정선가서 카지노도하고 그 일대를 돌려고 하는데 재미 있을까?
이런! 아들소개를 안 했네 초딩4인데 깜빡-- 지금 축구하러 가고 없네 정선, 영월 무척 좋다고 하더라 나도 못가봤는데 -- 일정 잡히면 연락 줘, 내가 영월출신에게 어디가 좋은지 한번 물어볼께-- 여름가면 래프팅이 그만이라는데--
결혼이 많이 늦었네. 아직 까마득하겠다~~~ 래프팅하러 동강은 갔다왔는데 사람이 많더라. 도초에서 살았는 사람은 래프팅 즐기며 여유롭게 탈수있어 옛날 큰물지고난후 헤엄치며 놀았기 때문에 오히려 스릴면에서는 시시하지!!
주말 속초기행 넘 감동적으로 읽음. 나도 금년부터는 또 옜날처럼 동해안을 좀 돌아볼생각....최근2녕동안 못가봐서... 순옥이도 백암가서 기분 째지게 잼나게 놀고 온천목간 하고 회실컷먹고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