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은 개량식 된장과 재래식 된장의 단점을 모두 보완할 수 있는 식재료다. 개량식 된장에 비해 깊은 맛이 있고, 재래식 된장에 비해 단맛이 돌아 찌개 등에 사용하면 좋다. 특히 웰빙, 전통장 선호 트렌드에 부합해 향후 발전 가능성을 기대해볼 만하다.
지역 따라 다양한 방법, 강원도·경상도식 잘 알려져 있어
‘친구와 장맛은 오래될수록 좋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한국 음식 중에는 유독 기다림의 미학을 담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음식인 장은 냉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 필수적인 저장 식품이었음은 물론, 콩이 들어가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했다. 18세기 농서「증보산림경제」에서도 ‘장은 모든 맛의 으뜸이다. 장맛이 좋지 않으면 좋은 채소나 맛있는 고기가 있은들 좋은 음식이 될 수 없다’와 같이 장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막장은 간장을 뜨고 남은 보통 된장과 달리 메주를 빻아 가루를 내 바로 먹을 수 있게 담근 된장이다. 이른바 속성 된장으로, 막 담가 먹는다 해서 막장이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으로 메줏가루·엿기름·보릿가루·소금 등을 넣고 만드는데, 지역에 따라 메줏가루에 찹쌀·멥쌀·보리·밀가루 등을 섞기도 한다. 보통 10일의 숙성 기간만 거치면 되는데, 이는 콩에 전분질을 섞은 막장용 메주를 따로 쑤어 사용하기 때문이다. 멥·쌀·밀·보리 등에 함유된 전분은 당분을 분해해 발효를 빠르게 하고, 단맛을 내는 효과가 있다.
막장 중에서는 특히 경상도식 막장과 강원도식 막장이 잘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경상도 막장은 콩과 멥쌀을 재료로 삶은 메주콩을 빻아 소금간을 해서 만든다. 강원도 막장은 보리쌀에 엿기름을 삭혀 죽을 쑤고, 메줏가루와 섞은 뒤 마찬가지로 약한 소금간을 해서 만든다.
검증된 맛, 찌개부터 볶음·무침까지 다재다능
막장은 찌개에 사용하면 일반 개량식 된장보다 깊은 맛을 낸다. 맛이 진해 별도의 육수를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필요하다면 청양고추나 고춧가루만으로 매운 맛을 더해 고기의 후식메뉴로 내놓기 좋다. 개량식 된장에서 나는 잡내도 없고, 재래식 된장보다 강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오래 끓이면 나는 떫은 맛 정도만 소고기 기름, 우유 등으로 보완해주면 된다. 이 경우 후식 메뉴로 도입해도 메뉴 단가를 7000원 이상 책정할 수 있어 객단가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
수육이나 편육 등 고기를 찍어 먹는 쌈장이나 물회, 해물탕 등의 양념으로도 적합하다. 뿐만 아니라 생선 조림이나 나물 무침 등에도 어울리고 제육볶음 등 볶음류의 양념, 장떡 등 사이드 메뉴에도 활용해 볼 수 있다. 밥에 얹어 먹는 덮밥류로 선호도가 높아 생선알, 나물 등과 함께 단품 메뉴로도 선보일 수도 있다.
1kg 기준 1만5000원 이상, 가격 부담 직거래로 줄이자
대다수 업소에서 막장을 쉽게 쓰지 못하는 이유는 높은 가격 때문이다. 1kg 기준 1만5000원에서 2만원 사이로, 재래식 된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이다. 때문에 가능한 한 직접 담그는 것이 좋지만, 작업 과정이 만만치 않다. 직접 제작이 여의치 않을 경우 메주만 따로 구매해 발효 과정만 거쳐 사용해 볼 수도 있다.
구매를 원한다면 주로 직거래 형태로 살 수 있다. 특히 전통장류는 담그기에 따라 염도 등 맛이 천차만별이라 여러 업체를 신중히 고려하는 편이 좋다. 강원도 등 지역의 업소들 중에서는 kg당 1만2000원~4000원 선에서 판매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원가를 다소 절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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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화 충분, 웰빙에 대한 니즈까지 충족
한편 소비자들은 막장을 오래 숙성시키지 않는, 다소 영양이 부실한 ‘인스턴트’ 식품과 같이 오해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명백히 틀린 정보다. 지역을 막론하고 제조 기간과 영양가는 밀접한 관계가 없다. 일반적으로 막장은 아미노산이 된장에 비해 10배 이상 높으며, 뇌에 좋은 레시틴 성분과 섬유질이 풍부한 전통적인 건강 식품이다.
또한 강원도식 막장의 경우 일반적인 막장의 의미와는 다소 다른데, 메주를 건져 담근 것은 된장, 간장을 빼지 않는 것을 막장으로 다소 폭넓게 생각한다. 때문에 강원도 막장의 경우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을 묵히기도 해 된장 이상의 영양가를 지닌 검증된 최상급 발효 식품으로 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는 강원도 막장을 지역 명품으로 선정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전통장의 향후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가정 간편식 시장이 커지면서, 전통의 장류인 고추장과 된장이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웰빙에 대한 니즈는 언제나 꾸준하다. 업계에서는 최근 ‘쿡방’ 열풍으로 가정식 선호가 늘어나 전통장류 선호도가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전통식 장을 판매하는 소규모 장류 업체들이 점차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것도 눈여겨보자. 당장의 부담보다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무엇보다 음식 맛을 담보하는 식재료가 막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