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종북세력의 한 사람이다
필자는 종북세력의 한 사람이다. 자기의 정치적 생각과 다른 사람을 가리켜 무조건 종북세력이라고 몰아세우는 사람들의 말대로라면 그렇다. 그러나 필자는 절대로, 절대로 종북세력이 아니다.
종북이 무엇인가. 따를 종(從)에 북녘 북(北)자를 써서 ‘종북(從北)’이라 하니, 문자적으로는 북쪽을 따른다는, 다시 말해 북한을 따른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는 북한의 집권당인 조선노둥당과 그 지도자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주체사상 및 북한정권의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을 가리키는 데에 이 말이 쓰이고 있다. ‘간첩’ ‘빨갱이’ ‘종북좌파’ ‘종북좌빨’ 등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필자는 이 같은 북한정권을 절대로 추종하지 않는다. 추종하기는 커녕 그들 북한의 독재정권이 하루라도 빨리 무너져 남북의 평화통일이 어서 오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사람이다. 공산치하의 압제와 굶주림으로 고생하는 북한 주민들이 가엽고 안타까워 가슴이 아려하는 것도 종북이라면 필자는 종북세력이라는 말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대한민국 국민치고 어느 누가 통일을 원하지 않겠으며 북녘에 산다 하여 내 동포 내 민족이 아니라 하겠는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 자기들과 정치적 생각이 다르다 하여 종북 운운한다면 말이 안 된다.
경상남도가 무상급식지원을 중단하자 그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도내 학교현장에서는 학교급식비 납부거부, 도시락 싸기, 교사들의 한 끼 단식 등으로 무상급식중단에 항의하였고,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밥을 지어 아이들에게 점심을 먹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경상남도는 이 같은 항의의 배후가 ‘종북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이라고 성명서까지 내었고, 이에 학부모들은 아이들 밥걱정하다 종북세력으로 몰렸다며 분노하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엄마들 가운데에는 ‘무서워서 빨간색 모자도 못 쓰겠다. 우린 무색이다’ ‘나는 엄마다. 그래서 나설 뿐, 우린 종밥이다’ 등의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최양희 거제시의원은 ‘경상남도 도민들에게 4월은 잔인하게 시작되었다. 똑같이 세금내고 경남에 사는 이유로 우리아이들의 권리인 무상급식을 빼앗겨버렸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2011년부터 시행해 온 무상급식을 일방적으로 중단해버렸다’고 성토했다.
백번 양보해서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을 잘된 일이라 하자. 아니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이니 일방적으로 잘못된 일이라 할 순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를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해서, 그것도 당사자인 아이들의 부모가 시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했다 해서 그들을 가리켜 종북세력 운운한다는 것은 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에서 할 짓이 못된다.
백해무익한 것이 색깔논쟁이다
백해무익한 것이 색깔논쟁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참으로 끈질기게 상대에게 빨간색 물감을 쏟아부어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민족은 6.25이라는 동족상잔의 불행한 터널을 거쳐 왔기에 공산주의자라면 치를 떨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공산주의자를 빨갱이라고도 부르게 되었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공산주의자를 빨갱이라고 속되게 부르기 시작한 것은 1948년에 일어난 여순사건을 통해서였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여순사건, 이는 제주도 4.3 사건으로 인한 소요를 진압하러 가라는 명령을 받은 여수 14연대의 1개 대대 군인들 중 남로당 계열 적색분자들이 명령을 거부하고 여수에서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1948년 10월 19일에 일어나 10월 27일에 진압되었다.
반란군은 19일 밤 8시에 반란을 일으킨지 4시간 만에 여수를 장악하고, 다음날인 20일에는 순천시까지 손에 넣었다. 그 과정에서 반란군에 의해 살해된 민간인 수는 500여 명이나 되었다. 이에 정부는 10월 21일에 이들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진압군을 파견하였다. 그 진압과정에서 진압군은 민간인을 빨갱이라는 명목으로 학살했는데, 그 수는 반란군에 의해 희생된 수의 10배가 넘는 6000명 이상이나 되었다. 이때 진압군에 있어서의 빨갱이는 단순히 공산주의 이념을 가진 자들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었다. 인간은 인간이나 비인간적 존재였다. 나라와 민족을 배신한, 그래서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 된 존재였다. 죽음을 당해 마땅한 존재, 누구라도 죽여 좋은 존재였다. 그러기에 그 짧은 시일에 그 많은 사람을 학살할 수 있었다. 그것도 정말로 빨갱이라서가 아니라 자기들의 미움을 샀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빨간 물감을 끼얹어 처형이라는 이름으로 살인을 저렀다.
이 같은 것이 빨갱이이니 이제 우리는 그 ‘빨’자 하나라 할지라도 입에 올리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색깔논쟁은 이제 그 종언을 고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안보를 정권유지나 선거에 이용하는 일도 허다한데, 이 또한 하루 빨리 불식시켜야 할 우리의 중대한 과제이다. 지난 세월의 한때엔 북한의 김일성이 아니면 남한 정권은 그 유지가 곤란하다고 하는 말이 항간에 떠돌 정도로 정권의 눈 밖에 난 사람들에게 빨갱이라는 죄를 뒤집어씌워 잡아가두기도 했다.
1987년 11월 29일, 115명을 태운 KAL858기가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을 출발해 아부다비를 거쳐 서울로 향하던 중 미얀마 안다만 상공에서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이 사건을 북한의 지령을 받은 특수공작원 김현희와 김승일에 의한 폭탄테러라고 결론을 내렸다. 제13대 대통령 선거일이 1987년 12월 16일이었으니, 그 불과 17일 전의 일이다.
그런데 정권은 이조차도 선거에 이용했다. 폭파범 김승일은 자살했고 김현희만 남았는데, 그녀를 대선을 하루 앞둔 12월 15일에 서울로 압송해 온 것이다. 기가 막히도록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그녀의 입에는 혀를 깨물지 못하도록 재갈을 물리는 특수 마스크가 되어 있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30년이 가까워 오는데도 필자는 그때의 그 창백했던 모습이 지금까지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정권이 안보상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계략이었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 직전에는 소위 총풍사건(銃風事件)이라는 희극 아닌 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집권여당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 등 3명이 베이징에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 박충을 만나 북한의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사건이 그것이다.
지역감정조장은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또 하나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은 지역감정의 조장인데, 이 또한 선거 때만 되면 그 극성이 더욱 심해진다. 제14대 대선을 불과 1주일 앞둔 1992년 12월 11일에는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에 내려가 초원복집이라는 음식점에서 부산직할시장, 부산지방경찰청장, 국가안전기획부 부산지부장, 부산직할시 교육감,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부산상공회의소장 등과 대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모의한 것이 도청에 의해 드러나 문제가 된 사건이 터졌는데, 소위 초원복집 사건이라 불리는 것이 그것이다. 그 자리에서 그 유명한 ‘우리가 남이가’ ‘하여튼 지역감정을 좀 불러 일으켜야 돼’ 등의 말이 오갔다.
이것이 알려지자 선거는 여당후보의 참패로 끝날 것이라고들 했다. 여당에서 그 같은 못된 짓을 저질렀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보수 언론들은 사건을 공권력의 선거개입이나 지역감정의 선거 이용이 아닌 불법도청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했다.
도청은 불법이니 그것을 나무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라 공권력과 지역감정의 선거 이용에 있는 것이니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우리는 정치꾼들에 의해 자행된 본말전도나 여론호도가 나라와 사회를 얼마나 그릇되게 망쳐 왔는가를 똑똑히 보아 왔다.
이 같은 매스컴에 의한 본말전도의 여론호도와 초원복집 사건 그 자체는 지역감정을 자극하여 ‘우리가 남이가’라는 그릇된 애향심을 불러일으키게 함으로 지역민심을 결집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결국 대선은 여당의 승리로 끝이 났다.
지난번 이완구 총리후보 청문회 때에도 지역감정은 유감없이 이용되었다. 총리후보로 지명되자 그의 청문회 통과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날이 감에 따라 많은 문제점들이 불거져 청문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이 청문회에 출석하여 ‘충청도에서 후보가 나오는데 호남 분들이 계속하잖아요. 그러니깐 속상하니까 그런 겁니다’라고 지역감정에 불을 질렀다. 그러자 어떤 지역의 거리에는 ‘이완구 낙마시키면 다음 총선 대선 두고보자’라는 플래카드까지 내걸렸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등장하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말이 그때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스스로의 모순을 노정하는 행위요 말들이다. 나라의 일꾼을 뽑는 데에 일 잘할 사람이 아니라 자기지역 출신이 총리되는 일을 돕는 사람에게 표를 주겠다는 것이니 이를 어찌 해석해야 된다는 말인가. 나라야 망해도 좋다는 말과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모를 일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은 정확하게 옳은 말이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는데 그런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정도의 차이도 없는 것은 아니다. 청문회는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을 찾자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덜 나는 사람을 찾아 세우자고 마련한 제도이다.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으니 통과시키자고 한 말이 맞는다면 청문회 같은 것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좋은 국민도 아니요 애국자는 더더욱 아니다
필자는 좋은 국민도 아니요 애국자는 더더욱 아니지만, 색깔논쟁이나 지역감정 같은 것은 하루라도 빨리 이 땅에서 그 뿌리를 뽑아 없애 버려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창궐한다면 나라는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고, 그리되면 나라가 망하기 때문이다.
제 이익을 위해 상대방에게 새빨간 물의 물대포를 쏘아 대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행위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행위요, 그러므로 매국적 행위와 다를 게 없다. 이 나라 이 땅은 우리의 아들딸들이, 손자손녀들이 살아갈 터전이다. 그러니 그들 우리의 후손이 살아갈 이 나라에서 그 같은 오물을 말끔히 치워 정의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강원도나 경기도도, 충청도나 전라도도, 경상도나 제주도도 모두가 대한민국이다. 그러니 그중 어느 지역에 산다하여 마귀처럼 머리에 뿔이 난 것도 아니고, 마음씨가 특별히 고약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 땅에 종북세력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자기와 정치적 생각을 달리한다 해서 상대방을 종북이라고 몰아붙이는 사람들의 말대로라면 우리 국민의 절반정도는 종북이요 좌빨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정말로 그런 사람은 국민전체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천분의 일, 만분의 일도 안 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인데, 어떨까.
종북세력이 있다면 가만둬서는 안 된다. 찾아내어 법에 따라 교도소로 보내야 된다. 그런데 저들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이제부터 교도소부터 늘려 지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천만 명은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지어야 할 것이다.
이제 정말이지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이용하는 일은 그쳐야 한다. 정치적 생각이 자기와 다르다 하여 선량한 국민을 김정은의 추종자로 몰아세우는 일도 그만두어야 한다. 아름답게 발전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위하여, 우리의 후손이 살아갈 대한민국을 위하여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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