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서재영(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살다보면 황당한 일도 생긴다.
내게 어제 오늘은 일진이 좀 싸나웠다. 어제는 실수로 변기통에 휴대폰을 빠뜨렸다. 아직 할부도 끝나지 않은 새걸 말이다. 수리하는 동안 한나절 동안 분주했고, 통신도 두절됐다. 덕분에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사노라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이다.
변기통에 휴대폰이 빠져서 참 다행이다. 만약 내가 똥통에 빠졌더라면 냄새 나서 집에도 못가고 참으로 꼴싸납고 난감했을텐데 다행이 휴대폰이 빠져서 간단히 수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제는 참으로 복 받은 날이다.
살다보면 놀라는 일도 생긴다.
오늘은 수능치고 잉여생활을 하고 있던 아들이 자동차 면허를 딴다며 시험을 보러 갔다. 문제는 면허도 없는 녀석이 내가 출근한 틈에 내 차를 몰고 나가서 주차해 둔 남의 차를 접촉하는 사고를 냈다. 수리만 100만원 넘게 나왔다.
사노라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이다.
아들이 자동차 접촉사고를 내서 참 다행이다. 만약 그것이 차가 아니라 사람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도 아들이라고 사람이 아니라 주차된 자동차를 긁었으니 오늘은 복 받은 날이다.
게다가 사고를 낸 이후 아들이 갑자기 고분고분하고 온순해 져서 생전 하지 않던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연달하 한다. 알바라도 하며 보람있게 보내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않던 녀석이 당장 알바를 하겠단다. 무슨 무슨 예절학교 같은데 보낸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 자고로 사람은 제 허물을 알아야 성숙하고 겸손해 지는 법이다. 귀중한 인생 경험을 하고, 인성교육까지 겸하는데 100만원의 교육비가 들었으니 저렴한 일 아닌가. 그래서 오늘은 복 받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