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지분 평생성흔(一朝之忿 平生成釁)
물위무지 신귀재자 (勿謂無知 神鬼在玆)
아는 이 없다 하지 말라. 귀신이 여기에 있다.
물위무문 이속우원 (勿謂無聞 耳屬于垣)
듣는 이 없다 하지 말라. 담에 귀가 붙어 있다.
일조지분 평생성흔 (一朝之忿 平生成釁)
잠깐의 화가 평생의 허물이 되며
일호지리 평생위루 (一毫之利 平生爲累)
한 터럭의 이익이 평생의 폐가 된다.
여물상간 도기쟁단 (與物相干 徒起爭端)
남들과 서로 간섭하면 한갓 다툴 일만 일으킬 뿐,
평오심지 자연무사 (平吾心地 自然無事)
내 마음 평안히 하면 저절로 아무 일 없다.
- 권필, <석주집(石州集)> 외집 권 1, <자경잠(自警箴)>
조선 중기의 문인인 석주(石州) 권필(權韠 1569~1612)은 평소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
앞부분은 신독에 관한 내용인데, 여기에서는 '일조지분(一朝之忿)'에 더 집중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잠깐의 화가 평생의 후회로 남기도 한다.
실제로 울컥하는 마음을 참지 못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후회스러운 상황을 가져오는 일이 주위에는 참 많다.
야유하는 관중에게 대들다 중징계를 받은 운동선수,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친부모에게 칼부림을 한 사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먹다짐을 하다가 돌이킬 수 없이 관계가 틀어지는 일 등
삶에는 화를 참지 못해 평생의 오점을 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문제는 참는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데 있다.
참을 인(忍)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기는 하나,
현대인에게는 참을 인(忍)자 셋이면 화병 난다는 말이 더 와닿을 듯싶다.
화를 풀지 목하고 가슴속에 묻어두기만 하면 병이 된다.
감정을 풀지 못하니 머리는 아프고 가슴은 답답해지는 것이다.
화를 꾹꾹 눌러 참는 것보다는 화를 터뜨리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는 말도 있다.
화를 내서도 안 되고 화를 참아도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까?
다시 한신에게로 돌아가보자.
한신이 굴욕적인 상황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화나는 대로 행동하면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화를 꾹꾹 누른 것이 아니라 화를 내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지혜롭게 감정을 조절했다.
옛사람들이 화를 참으라고 말하는 것은 무조건 화를 꾹꾹 눌러 삼키라는 뜻이 아니라 화를 잘 조절하라는 의미이다.
누가 내게 초콜릿을 준다고 하자.
그것을 받으면 초콜릿은 내 것이 되지만, 받지 않으면 그대로 상대방의 것이 된다.
누가 내게 쓰레기를 준다고 하자.
받으면 쓰레기는 내 것이 되지만, 받지 않으면 상대방의 것이다.
화가 나는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누가 내게 화를 냈을 때, 그 화를 받으면 내 것이 되지만 받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을 잘 다스리면 문제 될 일이 저절로 사라진다.
화가 폭발하지 않도록 평소에 감정을 쌓지 말고 잘 흘려보내는 것도 좋은 지혜이다.
첫댓글 일조지분 평생성흔(一朝之忿 平生成釁)
지금껏 내 자신이 이렇게 살아오지 않았나 반성하게되는 성어 인듯 싶습니다.
지금 부터라도 화를 잘 조절해 보도록 해야 겠군요..
카페지기님이 올려주시는 글에는 나를 깊이 성찰 해볼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주는 글들이 많습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