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입는 나무
임금옥
이슬 매단 아기단풍 파르르 떤다
햇살 버무린 한 줌 바람이
추위에 신음하는 잎새 비빈다
옷장을 확 열어 놓은 산기슭
무명 화가 붓칠한 천년 병풍
팔부 능선 너럭바위에 여장을 푼다
바람은 단풍 업어 키운다
귀뚜라미 노래 부르면
산국화 향기에 취해 지그시 눈을 감는다
두물머리 강물을 따라
일몰이 금빛 살 뿌린다
누렇게 익은 황금벌판
쇠기러기 허공을 돌며 노을을 덮으면
보름 달빛이 출렁거리는 어둠
하루 담은 주머니 묵직하게 수확했다
~~~~~~~~~~~~~~~~~~~~~~~~~~~~~~~~~~~~~~~~~~~~~~
세쌍둥이
임금옥
바람이 붓을 쥐고
천년 병풍 위로 가부좌를 튼다
산기슭 밤나무
오월의 햇살을 비벼 발라
초록은 짙어 간다
달빛에 젖은 하얀 밤꽃
산허리 휘돌며 암술에 꽃가루 뿌린다
잉태한 밤송이 숨 고르면서
여름 뙤약볕에 그루잠 잔다
여름빛 짙은 잎새
가을이 물들면 만삭이 되어
옷고름 풀며 해산한다
윤기 나는 이란성 세쌍둥이
돌 틈 사이 내민 얼굴
구름산 다람쥐 반가워
곡간 채우기 분주하구나
바람이
천년 병풍 옷 벗겨
산 허리 비알길 빨갛다
프로필
이름 : 임금옥
사)한울문학 시 부문 등단
사)한국 예인문학 정회원
사)한국문인협회 정회원
저서:1집 여덟 개의 숟가락
2집 찻잔에 빠진 달
대구대학교 현상 공모전 최우수상
한국예인문학 우수상
공저: 「광명문협」 「시마을 지면꽃 」
「내마음의 뜨락」 「예인문학25인의 명시」
「한울문학, 한국문협, 월간지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