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제자중에) 신통제일인 목건련은 삼매에 들면 공간을 초월해서 볼 수 있는 천안(天眼)이 열렸다.
붓다로부터 삼세의 인과응보에 대한 법문을 들은 뒤로 이미 타계한 부모의 후생이 궁금했다.
그래서 천안으로 부모의 후생을 살피기 시작했다.
브라흐만 계급으로 최고의 지위에 있는 아버지의 배경을 믿고 그의 어머니는 온갖 죄악을 저질렀었다.
특히 재물 욕심이 많아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렇게 모은 재산을 남겨두고 죽었으니 필시 아귀가 되었거나 지옥에 떨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목건련이 삼매로 천안이 열리자 아귀보를 받아 지옥애서 고통을 받고 있는 어머니가 보였다.
구해달라고 소리치며 손을 내밀었다.목건련이 깜짝 놀라 손을 내밀면 그만 삼매에서 깨어나 버려 천안이 닫쳐 버렸다.
아무리 신통을 부려 보아도 지옥에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으나 지옥문을 열고 들어가 구출할 수는 없었다.
목건련은 할 수 없이 석가여래를 찾아가 사실을 고하고 지옥문을 열어달라고 간청했다.
그것은 인과응보의 궤도를 바꾸는 엄청난 일이었다.
사람이 죄를 지어 감옥에 들어가더라도 감옥 문을 열고 석방시키려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물며 이승에서 저승의 문을 누가 무슨 수로 열 수 있으며,
연다한들 무슨 도력이 있어 다른 세상을 다녀올 수 있단 말인가?
발상 자체가 너무나 무모했다.그저 다녀오는 것이 아니다.
감옥에 가서 면회만 하고 오는 것이 아니라 그를 석방하러 가도 쉽지 않다.
그런데 저승에 가서 제 업보대로 지옥고를 받고 있는데 이고득락시키겠다니 과연 가능한 발상인가?
목건련은 다시 애원했다
중생이 중생을 천도하지 못함을 잘 알기에 붓다의 가피를 빌리려는 것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살아 생전에 보시를 하지 않았고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때문에 보시공덕과 자비공덕을 쌓아야만 한다.
몇 생을 태어나고 또 태어나서 복을 지어야 하는데 그동안의 고통을 어찌 보고만 있겠는가.
목건련은 그동안 어머니가 모아놓은 재산을 가져다가 제단을 쌓았다.
수많은 수행자를 초청하여 넉넉한 보시를 했다.
아무에게나 보시를 할 수도 없었다.
그 돈으로 만약에 악행을 저지른다면 어쩌겠는가.
그러니 수행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만 개의 등불을 밝혀 밤하늘의 어둠을 걷어 올렸다.
백 가지 음식을 만들어 대중에게 대접했다.
몇 생 동안 해야할 보시와 자비행을 한꺼번에 해서라도 어머니의 업장을 벗기려고 했다
그리고 혼자의 신통력으로는 불가한 지옥문을 대중의 원력과 협력으로 열려고 했다.
그리하여 이미 다른 세상에서 윤회하고 있는 어머니를 천도시켜 주려고 했다.
목건련의 정성이 너무나 지극하고 적극적이라서 석가여래도 이에 동참하여
붓다 이래 처음으로 천도재를 집전하기로 결심했다.
이것은 우주의 질서에 도전하는 일로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위험한 일이었다.
다른 세계로 들어간 목건련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라도 어머니를 구제하겠노라고
지극정성 발원했기에 석가여래도 승낙할 수 밖에 없었다.
석가여래는 중생의 업경대인 도리천의 한 제석천왕을 만나 지장보살이 되라고 권유한 적이 있었다.
지장보살은 석가여래의 부촉을 받고 매일 아침 선정에 들어 중생의 근기를 관찰하고
석가여래가 입멸한 뒤부터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몸을 육도에 두루 나타내어 일체중생을 교화해달라고 했다.
그러니 방법이 있다면 육도를 마음대로 드나드는 지장보살의 위신력을 빌려야만 했다.
석가여래는 목건련에게 육환장을 내주었다.
지팡이 머리에 여섯 개의 둥근 고리가 달려 육환장이라 하는데 이것은 보살의 상징으로
육바라밀의 공덕을 의미하는 것이다.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가 두루 갖추어지지 않으면 보살이라 할수도 없거니와
그런 공덕이 없이는 저승에서 다시 돌아올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목건련은 육환장을 안고 좌정하여 삼매에 들어가 천안으로 지옥문을 찾았다.
그리고 석가여래를 모신 수많은 대중이 지장보살의 명호를 염송했다.
지극정성으로 지옥중생을 구제하려는 장엄한 천도의식을 보고 지장보살이 인로왕이 되어
목건련을 인도하기로 했다. 좌중에는 석가여래의 금강삼매가 자리를 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목건련은 지옥문에 들어가 육환장으로 꽝꽝 세 번을 내리치자 지옥문이 열렸고,
고통받는 어머니를 참회시키고 그 참회를 석가여래께 고하여 지장보살의 위신력을 빌었다.
지장보살의 구제로 목건련의 어머니는 지옥업보를 벗고 지장보살이 있는 도리천으로 올라갔다.
합장을 한 목건련의 온몸에서는 어머니의 참회로 흘러내린 눈물이 흠뻑 젖어내렸다.
동참한 대중들의 눈에서도 참회의 눈물이 흘러 업장을 녹아내렸다.
목건련은 석가여래께서 하사한 육환장을 앞세우고 지옥에 다녀왔다.
삼매에서 깨어나 붓다께 큰절을 올렸고,전 대중이 일어나 붓다께 절을 했다.
이날이 7월 15일로 우담바라가 되었다.
우란분제는 합동으로 올리는 천도재이고,
불교역사 이래 첫 번째로 석가여래께서 직접 집도하셨고,지장보살이 함께했다.
그래서 해마다 이 날이 오면 지옥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합동으로 천도재를 올리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육도윤회를 바꾸는 의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천도란 운명을 바꾸는 것이다.
운명의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어찌 중생이 중생을 천도할 수 있겠는가.
오직 제불보살의 위신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리라.
- 정다운 스님의 遷度 중에서-
첫댓글 부모를 잘 모심은 자식된 도리로 당연한 일이지요. 성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