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후손' 앞 '아일랜드 시인' 인용한 尹…"훌륭한 친구" [한·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업데이트 2022.05.21 22:59
김기정 기자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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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아일랜드 태생의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작품을 인용하며 건배사를 하자, ‘아일랜드계’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 함께 갑시다(We go together)”를 외치며 화답했다. 21일 한ㆍ미정상회담 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의 모습이다. 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은 이날 만찬이 2박 3일간의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일정 중 ‘백미’로 손꼽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 환영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건배주는 다섯 가지 맛이 조화를 이루는 오미자로 담근 국산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결'이 선정됐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두 정상은 이날 저녁 7시 34분쯤 활짝 웃는 모습으로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통 의장대가 사열해 두 대통령을 맞이했다. 태평소로 연주하는 아리랑 가락이 울려 퍼졌다.
만찬장에 들어선 윤 대통령은 건배사를 통해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한ㆍ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고 양국 간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모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피로 맺어진 한ㆍ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에 기반한 성장과 번영을 이뤄가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다”며 “앞으로도 우리 관계는 더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좋아하는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작품인 ‘The municipal gallary revisited’의 한 구절도 인용했다. 예이츠는 192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윤 대통령은 “예이츠는 ‘인간의 영광이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지 생각해보라.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데 있었다’고 했다”며 “한ㆍ미 양국은 서로의 훌륭한 친구다. 우리는 세계 시민 자유와 인권, 국제 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굳게 손잡고 함께 걸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 환영만찬에 입장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아일랜드계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영국을 방문했을 당시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예이츠”라고 밝히며 예이츠의 작품 「1916년 부활절(Easter, 1916)」을 언급했다. 아일랜드인들이 영국 통치에 반대해 봉기를 일으킨 사건과 관련된 작품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고 한다. “여왕이나 왕실 인사들을 만나 고개를 숙이는 인사를 하지 말라”는 어머니와의 40년 전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한다.
이날 예이츠를 언급한 윤 대통령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건배사에서 “예이츠를 인용해주셔서 제가 정말 감사드린다. 런던에선 그럴 수 없었을 텐데”라고 화답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나눴다”며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를 개인적으로 알아갈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동맹을 재활성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제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였다”며 “우리 위대한 두 국가의 동맹이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무궁한 발전을 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양국 동맹과 향후 수십 년 동안 번영을 지속할 수 있길 바라면서 일반적으로 연합사에서 하는 말을 인용하도록 하겠다. ‘함께 같이 갑시다’”라고 건배를 제의했다.
김건희 여사, 바이든 대통령과 잠시 인사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1일 공식 만찬에는 횡성 더덕, 양양 참송이버섯, 금산 인삼, 이천 쌀 등 각지의 대표적 특산품이 오른다. 대통령실 제공
이날 만찬엔 한국 측에서 여야 대표와 10대 그룹 총수 등 정ㆍ재계 인사 50명가량, 미국에선 수행단 30명가량이 참석했다. 두 정상이 앉은 헤드테이블엔 한국 측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자리했다. 만찬장엔 미국 국가와 애국가가 차례로 울려 퍼졌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만찬 시작 전 박물관에 들러 바이든 대통령과 잠시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이날 만찬 테이블엔 ‘팔도 산채 비빔밥’이 올랐다. 대변인실은 “팔도에서 나는 제철 나물들을 고추장 소스에 비벼 먹는 산채비빔밥은 색과 맛뿐 아니라 계절과 지역,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의미하는 메뉴”라고 설명했다.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찬에 만찬주로 오를 레드와인 '바소2017'(왼쪽)과 화이트와인 '샤또 몬텔레나 나파밸리 샤도네이'. 온라인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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