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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
유병례 교수와 함께하는 시니어 한시 산책
유병례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7년 02월 22일 출간
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시/에세이 > 장르시 > 한시
『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는 인생 전반기와 후반기, 청년과 노년 사이, 가족과 인간관계 사이에 ‘낀’ 50+ 세대에게 본격적인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보낸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 50+ 세대는 겨우 절반을 넘어섰을 뿐인 나이이니, 새로이 주어진 ‘제2의 인생’을 찾기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한 새로운 자아 정립과 탐색의 과정을 먼저 경험하고 노래한 이백, 도연명, 소동파, 백거이, 두보, 두목, 유종원 등의 시와 시인의 삶을 통해 치유받기를 바라는 것이 이 책의 기획 의도이다. 인생 이모작을 노래한 시인들의 시와 삶을 소개하면서, 특별히 시정화의詩情畵意의 맛을 느낄 수 있게끔 시와 그림이 함께한다. KBS 제1라디오 〈행복한 시니어〉 코너에 1년간 방송한 원고를 다듬고 보충하여 책으로 묶었다.
저자소개
저자 : 유병례
저자 유병례는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사범대학에서 백거이 시 연구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신여대 인문과학대 학장, 한국중어중문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저서에는 『당시 30수』, 『송사 30수』, 『당시, 황금빛 서정』, 『송사, 노래하는 시』, 『톡톡 시경본색』, 『엄마아빠가 읽어주는 당시』,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라』가 있고, 역서에는 『장한가』, 『중국 시학의 이해』, 『중국문학이론비평사』, 『시인의 죽음』이 있다.
유학시험장에서 만난 볼펜 한 자루의 인연이 이국땅까지 이어져 학생 부부가 되었다. 남편은 이론적이며 논리적인 경학經學을, 아내는 감성적이며 격정적인 시詩를 전공했지만 서로 장단점을 보완해가며 부부 중문학자로서 사이좋게 배움과 학문의 길을 걷고 있다. 젊은 날 백거이의 시에 흠뻑 빠져 문학의 열정을 불사르고, 아직도 「장한가」를 읊조릴 때면 목소리가 촉촉이 젖어드는 문학소녀의 순수함과 낭만을 지니고 있다.
목차
들어가며
제1부 헛헛한 마음 어떻게 달랠까
산기운은 황혼녘 아름다워라 山氣日夕佳
일 년 중 아름다운 경치를 그대는 기억해야 하리一 年好景君須記
하하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 不開口笑是癡人
도연명 씨, 나만 술 많이 마셔 미안하이酒 足愧淵明
친구여 술 한잔 하세 能?一杯無
내 마음 흔들어놓은 봄꽃 江上被花惱不徹
여기는 별천지 인간 세상 아니어라 別有天地非人間
가거나 오거나 관여하지 않고 不幹去來者
제2부 꽃은 정녕 그리움이어라
그윽한 향기 꽃 그림자 온몸 가득하여라 香滿衣巾影滿身
나뭇가지에 핀 연꽃 木末芙蓉花
뽕잎을 땁니다, 물가에서 采桑綠水邊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아리따운 모습 絆惹春風別有情
꽃잎은 바람에 지려 하건만 風花日將老
아름다운 붉은 꽃, 이슬 맺혀 향기롭고 一枝紅?露凝香
마음은 온통 연꽃처럼 붉어요 蓮心徹底紅
강가에 무성한 하얀 갈대 ??蒼蒼
서리 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 霜葉紅於二月花
배꽃 같은 눈꽃 활짝 피었네 千樹萬樹梨花開
만물을 적신다, 소리도 없이 潤物細無聲
제3부 재 속에 묻은 빠알간 열정
산은 높은 걸 마다지 않고 山不厭高
내 평생 잘난 사람 감춰두질 못해 平生不解藏人善
황금으로 서시 동상 만들어줘야 하리 黃金只合鑄西施
푸른 바다 보고 나면 모든 강물 시원찮고 曾經蒼海難爲水
결혼하기 전에 당신을 만나지 못해 한스러워요 恨不相逢未嫁時
내 마음 이미 단단한 쇳덩이 되었으니 此心已作金剛鐵
아름답고 무성한 복사나무 桃之夭夭
시어머니 식성 알지를 못해 未?姑食性
아들딸 많이 낳는 세상 載弄之璋, 載弄之瓦
아무리 깊은 물도 건널 수 있건만 水深深渡可渡
오의항 입구에는 석양이 비껴 있고 烏衣巷口夕陽斜
아! 아들 녀석 행역 나가 밤낮 없이 걷고 있겠지 嗟! 予子行役, 夙夜無已
맑은 마음은 통치의 근본 淸心爲治本
제4부 늙음, 그 완성의 미학
저무는 황혼인생이라 말하지 마오 莫道桑??
몸아 너는 어찌 그리 태평하니? 心問身云何泰然
인생칠십고래희 人生七十古來稀
나이 들어 늙으면 물러나야 하리 年高須告老
친구들이여 진정 날 걱정 마시게 交親不要苦相憂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한 사람 別是一生人
제5부 지난 여름의 추억
이글거리는 해 천지에 가득하고 赤日滿天地
간간이 시원한 기운 느끼는 건 바람 때문이 아니어라 時有微?不是風
당신의 품안 들락이면서 살랑살랑 바람을 일으켰지요 出入君懷袖, 動搖微風發
긴 대롱 드리우고 맑은 이슬 마시며 垂??淸露
시원한 바람 불어오는 가을이 되면 淸商一來秋日曉
제6부 옛 시절, 그 아련한 향기
동짓날 집집마다 팥죽을 쑤는구나 冬至家家作豆?
저무는 해, 골짜기로 기어가는 뱀과 같아라 欲知垂盡歲, 有似赴壑蛇
인파 속을 천번 만번 임 찾아 헤매다가 衆裏尋他千百度
청명이라 가랑비 자욱이 날리는데 淸明時節雨紛紛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길러주셨네 父兮生我, 母兮鞠我
거리마다 씨름 시합 나무마다 그네 뛴다 街街爭角?, 樹樹?秋千
천 리 밖에서도 아름다운 저 달님 함께할 수 있기를 但願人長久, 千里共嬋娟
명절 되면 가족이 갑절이나 보고파라 每逢佳節倍思親
책 속으로
“석양은 한없이 아름다운데, 어쩌나 황혼에 가까운 것을.” 당나라 시인 이상은의 시 「낙유원에 올라登樂遊原」의 구절입니다. 세계와 자아의 황홀한 합일, 그 잠정暫定된 시간과 예고되는 결말, 도취와 각성, 탐미와 회한이 함축된 이 시구는 지상의 모든 존재와 그 역정을 압도하는 거대한 일모日暮를 우러러 노래한 천고의 절창으로 회자되고 있지요. 석양과 황혼이 광대하게 어우러지는 해질녘은 성찰과 미학의 시간입니다. 탄성과 탄식의 시간이기도 하고, 일탈과 감흥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낮과 밤이 산문의 시간이라면 해질녘은 시의 시간인 것입니다. 그런 해질녘에 아니 해질녘의 그런 정서로 고즈넉이 세계와 삶을 사색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를 읽고 또 시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8~9쪽, 지은이 서문)
모든 결실의 과정에는 저마다의 아픔과 슬픔이 석류처럼 알알이 박혀 있습니다. 누런 황금벌판 저 너머 수확 뒤에 잉태된 텅 빈 들녘, 공허가 하늘 끝까지 이어지는 일모에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스치며 지나갑니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어느 날 문득 손에 쥐어진 초라한 삶의 성적표에 밤잠 설치며 텅 빈 거실을 서성입니다. 화려했던 그 시절과 대비되는 초라한 지금이 서러워 이리저리 뒤척이며 가슴앓이 하다가 새벽하늘에 외로이 걸린 달이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슬픔과 허무, 패배감과 울화가 조수처럼 밀려올 때 어떻게 하시는지요. 저는 종종 1200년 전에 활동하였던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시 「술잔을 들며對酒」를 읊조리곤 합니다.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부싯돌 불꽃처럼 짧은 순간 살거늘/풍족한 대로 부족한 대로 즐겁게 살자/하하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 (25~26쪽)
“스스로 물어본다 난 어찌 이렇게 마음이 편한가를” “내 마음 절로 위안이 되니/늙었어도 여전히 살맛나는구나” 네……, 백거이는 자신의 삶을 폭넓게 통찰하면서 스스로 만족하고 있네요. 아주 겸손하고 지혜롭지요.
백거이는 자신에게 타이릅니다. 월급은 많지 않지만 남에게 아쉬운 소리는 하지 않는다. 밥은 수양산에서 굶어죽은 백이보다 훨씬 배불리 더 잘 먹고, 수명은 일찍 죽은 안회보다 곱절이나 살았다. 재산은 가난뱅이 검루보다 백 배는 더 많다. 술은 도연명보다 넘치게 마신다. 여기서 백거이가 비교의 대상으로 삼은 백이, 도연명, 안회, 검루는 지조나 덕행 방면에서 후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지만 백이는 굶어죽었고, 도연명은 맘껏 술 마실 형편이 못 되었고, 안회는 일찍 죽고, 검루는 평생 변변한 집 한 칸 없이 지낸 가난한 사람이었습니다.
백거이는 생각합니다. 인격적으로는 자기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 복은 자기보다 훨씬 못하다고요. 그래서 행복하다고요. 그중에서 한 가지만 갖추어도 괜찮은데, 네 가지를 모두 갖추었으니 정말 행복하다고요. (33~34쪽)
이상향을 동경한다는 것은 현실이 고달프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이백의 다음 시 「독좌경정산獨坐敬亭山」, ‘경정산에 홀로 앉아’라는 시 역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고독과 쓸쓸함을 노래하였죠.
“뭇 새들 하늘 높이 날아가 버리고/외로운 구름 홀로 유유히 가버렸네/아무리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 건/경정산 너뿐인가 하노라.”
경정산은 안휘성 선성宣城에 있는 산입니다. 새들도 모두 날아가 버리고 구름조차 미련 없이 떠나버린 경정산, 그 경정산 주위에는 외로움과 적막감이 밀려옵니다. 소탈하고 활달하고 낭만적이며 호탕하기로 소문난 이백답지 않게 왜 이렇듯 사무치는 외로움을 호소하는 것일까요?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입니다. 세상이란 무엇일까요? 대장부의 포부를 펼칠 수 있는 정치의 세계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조정朝廷이라고 할 수 있고요. 우리는 지금 이백의 이 시처럼 마냥 산속에서 살 수는 없을 테지요. 하지만 현실이 고달프고 추악하게 느껴질 때, 세상에 홀로 버려진 느낌이 들 때, 이 시를 조용히 읊조려보세요. 아무리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 그 어떤 존재가 있다면, 마음이 한결 평화로워지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50~52쪽)
우선 “저 멀리 차가운 산 비탈길 올랐더니/흰 구름 피어오르는 곳 인가 드문 보이어라” 구절은 ‘산행’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산속 길로 들어서기 전, 멀리 보이는 광경을 묘사했어요. 산은 높지만 경사가 완만하다는 것을 ‘비낄-사斜’자에서 알 수 있습니다. 흰 구름 피어오르는 곳에 드문드문 보이는 인가는 어쩌면 삶에 지친 시인이 마음속으로 동경하는 한적한 삶을 함축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던 수레 멈추게 한 건 아름다운 황혼 단풍/서리 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는 서리 맞아 곱게 물든 단풍에 도취되어 가던 길 멈추고 넋 놓고 바라보는 시인의 모습을 형상화했군요. 시인은 서리 맞은 단풍잎이 봄꽃보다 붉다고 했습니다
출판사 서평
인생 후반전, 인생의 제2막을 여는 시니어 세대를 위한 한시 산책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한 이들이여, 인생 이모작을 노래하라!
아침에 일어나 직장으로 출근하던 일상에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다. 옷차림도 호칭도 바뀐 낯선 삶, 딱히 갈 곳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이 관계빈곤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자식에게는 아직 한참 들어갈 돈 천지고, 설령 출근을 하더라도 정년퇴직에 명퇴 압박까지 눈치 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책 『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는 인생 전반기와 후반기, 청년과 노년 사이, 가족과 인간관계 사이에 ‘낀’ 50+ 세대에게 본격적인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보낸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 50+ 세대는 겨우 절반을 넘어섰을 뿐인 나이이니, 새로이 주어진 ‘제2의 인생’을 찾기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한 새로운 자아 정립과 탐색의 과정을 먼저 경험하고 노래한 이백, 도연명, 소동파, 백거이, 두보, 두목, 유종원 등의 시와 시인의 삶을 통해 치유받기를 바라는 것이 이 책의 기획 의도이다. 인생 이모작을 노래한 시인들의 시와 삶을 소개하면서, 특별히 시정화의詩情畵意의 맛을 느낄 수 있게끔 시와 그림이 함께한다. KBS 제1라디오 〈행복한 시니어〉 코너에 1년간 방송한 원고를 다듬고 보충하여 책으로 묶었다.
석양은 한없이 아름다운데, 어쩌나 황혼에 가까운 것을 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
50+ 세대, 인생의 가을이라는데, 화려한 단풍은 고사하고 다가올 겨울 걱정에 몸만 움츠러집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 어찌 살아가야 할까, 허허로움에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해질녘은 성찰과 미학의 시간입니다. 낮과 밤이 산문의 시간이라면 해질녘은 시의 시간이지요. 시는 우리의 사단칠정四端七情을 고무하여, 고독한 자를 더욱 고독하게 만들고 사랑하는 자를 더욱 사랑하게 만듭니다. 시인들의 분신인 시를 만나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우리 시대의 해질녘 정서와 비전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무는 황혼인생이라 말하지 마오, 붉은 노을 되어 하늘 가득 물들였으니 莫道桑??, 爲霞?滿天
여기 5000년 중국 시의 나라에서 인생 이모작을 노래한 시인들의 시와 삶을 소개합니다. 천재 이백과 이백 버금가는 술꾼 도연명, 달밤을 거니는 두보와 긍정맨 소동파, 천만고독의 유종원, 버리고 내려놓고 비웠던 백거이, 살구꽃 마을의 두목까지 재 속에 빠알간 열정 하나 간직한 채 때로는 유유자적, 때로는 치열하게 살아간 시인과 그들의 시를 통해 제대로 사는 법을 들여다봅니다. 우리나라의 걸출한 문사文士 이황, 정약용, 이색, 이규보, 소세양, 변계량 등과 초의선사의 시도 함께합니다.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 詩中有畵 畵中有詩
송대宋代 소식蘇軾(소동파)이 왕유王維의 시와 그림을 보고 “詩中有畵 畵中有詩(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라고 평한 말은 유명합니다. 이 책 『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에서는 시와 그림이 액자처럼 독립되어 시의 세계에 더욱 깊숙이 스며들 수 있도록 중국 역대의 대표적인 화가로 꼽히는 구영仇英, 당인唐寅, 문징명文徵明, 석도石濤, 마원馬遠, 왕휘王?, 화암華? 등의 그림 59점을 함께 수록했습니다. 시를 통해 확장되는 무한한 상상력이 그림이 되고, 그림 속의 정의情意를 통해 시의 세계에 더욱 깊숙이 들어가는 경지를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