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KTX 2단계 구간 개통 이후 KTX를 타고 서울~부산을 오갔던 고객들은 우롱당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KTX측은 서울~부산 간을 2시간18분에 주파한다고 홍보했으나 운행시간이 2시간18분인 열차는 전체 51편 가운데 평일엔 단 2편, 주말에도 3편뿐이다. 나머지는 2시간19분부터 2시간40분 걸린다.
황당한 것은 2시간18분짜리 열차나 2시간40분짜리 열차나 요금이 5만1800원으로 똑같다는 점이다. 코레일측이 정차 역 숫자나 운행시간과 관계없이 운행 거리만 따져 요금을 매겼기 때문이다. 이번에 종전보다 22분 빨리 도착한다는 이유로 서울~부산 구간에서 요금을 3900원 올렸다. 하지만 2시간40분 만에 도착하는 열차를 탄 고객들은 종전 노선에서 가장 빨리 운행한 KTX와 비교해 운행시간이 고작 3분 단축됐을 뿐이다.
운행시간이 제각각인 이유는 중간 정차역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전 9시 30분과 오후 8시 30분에 서울역을 떠나는 KTX는 대전역·동대구역에서만 정차해 부산역까지 2시간18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오후 9시 열차는 광명·천안아산·오송·신경주·울산을 더 들르는 바람에 2시간40분이 걸린다.
일본 신칸센의 경우 도쿄~오사카 구간을 중간에 4개 역만 정차하는 '노조미' 열차는 지정석 기준 1만4050엔을, 9개 역을 정차하는 '히카리' 열차는 1만3750엔을 받는다. 정식 요금엔 별 차이가 없으나 '히카리' 열차의 경우는 여행사나 할인점을 통해 다양한 할인 티켓을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프랑스 테제베의 경우 붐비는 출·퇴근시간대와 한가한 낮시간대 요금이 다르고, 얼마 전에 미리 구매하느냐에 따라 별도의 할인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KTX도 고정 요금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승객을 목적지에 빨리 데려다주는 열차는 비싸게 받고 늦게 데려다주면 싼 요금을 받는 게 맞다. 승차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달리하는 방식의 도입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