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4명의 배낭여행기 <꽃보다 누나>가 친숙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들이 여배우이기 전에 ‘여자’인
‘여행자’라는 점에서일 거다. 각기 다른 매력의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의 여행 스타일에 자신의 모습을 대입해보고,
스스로에게 맞는 여행지를 찾아볼 것.
<꽃보다 누나>는 여배우 4명의 좌충우돌 배낭여행기를 그린 tvN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평균
연령 76세인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꽃보다 할배>에 이은 2탄 <꽃보다
누나> 역시 평균 시청률 10%를 훌쩍 넘기며 소포모어 징크스를 무색하게 했다. <꽃보다 할배>가 거동도 자유롭지
못한 할배들이 겪는 첫 배낭여행기를 그려 재미를 주었다면, 이번 <꽃보다 누나>의 재미 포인트는 그 주인공들이 다름
아닌 ‘여배우들’이라는 점에 있다.
여배우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느낌처럼, 이번 시즌의 출연자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은 평생을 주인공으로
살아온 이들이다. 항상 모든 것이 잘 짜인 상황에서 주인공 역할만 연기하면 되었던 그녀들이 여행을 떠날 때 직접 숙소를 예약하거나
환전을 해봤을 리 만무하다. 실제로 이번 여행에서 터키 숙소 예약을 맡았던 막내 누나 이미연은 50개가 넘는 숙소를 모두
비교해가며 숙소 예약에만 한나절을 보냈을 정도. <꽃보다 누나>의 관전 포인트는 짐꾼으로 따라갔으나 오히려 짐짝이
되어버린 이승기를 답답해하는 꽃누나들이 여행에서 어떻게 살아남는가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그녀들의 ‘완전
깨는’ 모습들이다. 여배우라는 틀 안에 함께 공존하지만 확연히 구별되는 네 명의 캐릭터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터키에
서 시작해 크로아티아 남단 여행으로 이어지는 그녀들의 여정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꽃보다 누나>가 전작처럼
최종회까지 지금의 인기를 계속 이어갈지는 미지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이승기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꽃보다
누나>를 보며 여자들의 여러 가지 여행법을 이해하리라는 점이다. 그리고 당신이 여자라면 전혀 다른 여행 스타일을 가진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중 한 캐릭터에 스스로를 대입하여 새로운 여행을 꿈꿔보라.
여배우들, 같은 듯 다른 여행 스타일!
첫째 윤여정(66)
까칠하지만 뒤끝 없는, 누구보다 솔직한 매력의
첫째 누나. 첫째 역할을 맡아서인지, 그녀는 유독 여장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짐꾼 이승기가 짐짝이 되어버린 터키
공항에서부터 윤여정은 다른 누나들이 차마 하지 못하는 쓴소리들을 거침없이 뱉어냈다. 윤여정은 성격이 급하고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사전 미팅에서 이승기가 “드라이기는 제가 대표로 하나 가져올까요” 하는 질문에 대뜸 “그럼, 우린 번호표 뽑아서
기다리니?”라고 받아칠 정도였으니 말이다. 오랜 해외 거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뛰어난 영어 실력과 오랜 시간 쌓인 여행의 내공은
다른 누나들보다 한 수 위였다. 숙소 선택에 있어 화장실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식사 때에는 꼭 와인을 곁들이는 우아한 누나이기도
하다.
둘째 김자옥(62)
공주보다는 소녀이고 싶은 둘째 누나. 김자옥은
네 명 중 가장 성격이 느긋해서 어찌 보면 만사태평으로 보일 정도다. “다 알아서 될 텐데 뭣하러 호들갑을 떨어”라는 그녀의
말마따나 김자옥은 좀처럼 뭔가를 나서서 하는 일이 없다. 오죽하면 방송 자막에도 ‘아이디어는 김자옥, 행동대장은 윤여정’이라고
적혔을 정도다. 다들 바쁘게 뛰는 와중에도 우아하게 벤치에 앉아 오징어를 씹는 이가 김자옥이다. 숙소도, 음식점도, 관광지도
동행인이 가자는 대로 따라가는 그녀가 단 하나 고집스럽게 집착하는 것이 바로 ‘군밤’이다. 김자옥은 관광지보다는 그곳의 연인이나
아이들 같은, 일반 여행자들이 관심 보이지 않는 것들에 호기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다.
셋째 김희애(46)
차분한 숙녀 같지만 은근 허당,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엉뚱한 셋째 누나. 김희애는 이번 <꽃보다 누나>를 통해 ‘배려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그녀는
여행 중 평소에는 잘 나서지 않다가 위급한 상황이 되면 리더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에 도착한
첫날, 시내로 가는 마지막 버스의 출발 시각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가 “시간 얼마 안 남았어!”라고 외칠 때 그녀는
“괜찮아, 아직 10분 남았어”라는 말로 동행인들을 안심시킨다. “모르면 일단 가는 거지 뭐”라는 그녀의 말처럼 ‘일단 한번
해보자’는 호기심과 용기 그리고 능숙한 영어 실력까지 갖춘 그녀. 이런 그녀를 어느 누가 배려의 아이콘이 아니라고 말하겠는가.
막내 이미연(42)
과거엔 청순의 아이콘, 지금은 의욕이 넘치는
막내 누나. 나영석 PD는 “이미연은 의욕 과다다. 늘 너무 많이 앞서나가서 되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이라고 말했을
정도. 영어도 서툴고 혼자서 여행을 꾸려본 경험도 별로 없지만 배낭여행자들의 필수품인 용기와 의욕만은 충만하다. 동행인에게
맞춰주려는 노력 또한 대단하고, 영어가 능숙한 윤여정이나 김희애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주문을 도맡아 한다. “Hot water
please”를 못 알아듣는 종업원에게 뜨거운 물을 온몸으로 표현해 보여주는 기묘한(?) 능력도 갖고 있다. 넉넉지 않은 예산을
꾸려가기 위해 이승기에게 “식사와 함께 와인, 커피는 주문 금지!”를 외치지만 경치 좋은 톱카프 궁전 테라스에서 금세 봉인
해제되어 커피를 주문하는 걸 보면 그녀 역시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