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다. 내 눈이 이상했다. 평상시처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모니터를 쳐다 보았는데 글자가 흐릿하게 보였다. 일시적인 현상일거라 생각하고 눈을 비비고 다른 곳을 응시했다가 다시 천천히 컴퓨터 화면의 글자들을 쳐다 보았다. 그러나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자들이 뿌연 안개 속에서 춤을 추듯 겹쳐 보였다. 덜컥 겁이 났다. 시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무서웠다.
내가 만약 시력을 잃는다면 내 삶은 어떻게 될지 불길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아내, 딸, 부모님 등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 소름이 돋았다. 책도 읽지 못하고 글도 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역경을 극복한 위인들이 생각났다. 청각과 시각을 잃어버린 헬렌 켈러, 귀머거리였던 천재 음악가 베토벤 등이 생각났다. 나도 그들처럼 신체적 결함을 극복한 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수순을 밟게 하려는 인생 각본 프로젝트가 작동한 것은 아닌지 엉뚱한 착각도 해댔다. 일단 출근은 해야 했다.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은 시력을 잃는다면 내가 감당해야 할 불길한 상상을 멈추게 해 주었다. 정해진 시간에 어딘가를 가야만 하는 것이 이렇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아침이 있다니 다행이었다. 회사에 도착해서 책상에 앉자마자 컴퓨터부터 켰다. 회사에서도 글자가 번져 보이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회사 인근에 안과가 있는지 폭풍 검색을 했다. 회사가 변두리에 위치해 있어서 가장 가까운 안과는 차를 타고 15분 이상 달려야 했다.
평상시 출근버스를 타고 출근하기에 택시가 유일한 교통편이었다. 차라리 조금 일찍 퇴근해서 집 근처 안과에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동네 안과 예약을 했다. 회사 책상에 앉아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뜬금없이 무턱대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내가 장님이 되어도 날 사랑할거란 아내 말에 위로를 받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회사 컴퓨터 화면을 최대한 눈 앞까지 당긴다. 글자가 겹쳐 보이니 눈의 피로도가 심해졌고 머리도 아팠다. 부서장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조금 일찍 오후에 퇴근을 한 후 동네 안과를 방문했다. 안과 의사가 내 눈의 상태를 검사한다. 백내장은 아니길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의사가 드디어 무거운 입을 열며 말했다.
“노안입니다” “네?” 난 이 뜻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다시 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눈의 건강이 나빠진 것이니 돋보기를 쓰라고 웃으며 설명해 주는 의사가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다행이었다. 백내장은 아니라는 것을 의사에게 다시 확답을 받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과를 나왔다.
몸이 천냥이면 눈은 9백냥이란 속담이 있다. 그만큼 눈은 신체 중 정말 중요한 부위임에 틀림없다.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에 내가 이렇게까지 놀라다니 나 자신도 놀랐다. 청소년기에 내 겨드랑이와 생식기에 2차 성징이 나타냈을 때도 이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아저씨가 되고 머리에 흰머리가 늘어도 그리고 가운데 머리부터 머리카락이 빠져 나간 모습을 거울을 통해 확인했을 때도 이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내 눈을 혹사시킨 결과이리라.
작은 핸드폰 화면을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쳐다 본 대가일 것이다. 잠들기 전에 불을 끄고 어두운 상태에서 유튜브를 쳐다 본 벌일 것이다. 자동차도 10만km를 타면 잔 고장이 많이 난다. 내 몸도 올해 10만km를 탄 자동차처럼 잔 고장이 많다. 시력이 급격히 나빠진 것 이외에도 허리도 아프고 코도 자주 헐었다. 젊었을 때 미리 관리했어야 했지만 소홀했다. 입에 풀칠하고 내 꿈과 현실의 거리를 좁혀 나가는데 우선순위 두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인생이란 축구 경기에서 반칙을 하지 않았지만 심판으로부터 노란 경고장을 받은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내 몸을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디부터 시작할까? 그렇다. 노안의 원인부터 알아 보자. 노안은 노화가 주된 원인이지만 눈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생활습관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요즘은 어른이나 아이나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다. 나쁜 생활 습관, 즉 스마트폰 시청부터 줄여야겠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시력관리에 무심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모님이 자녀의 시력 관리를 위해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갖도록 지도해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스마트 폰 시청으로 과거보다 시력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장시간 보지 않도록 주의 시켜야 한다. 특히 어두운 장소에서 밝은 화면을 보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시켜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모가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말아야겠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아이에게 강요한다면 아이가 반감을 갖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의 말이 가슴 속에 박힌다.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
첫댓글 우리는 삶속에서 늘 노란 경고장을 받으며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부터라도 노력하며..^^
오늘도 사랑하는 이들의 눈을 바라보며~♡♡♡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정말 큰일입니다..ㅜ
맞아요 ㅠ
어른들도 예외는 아닌것 같아요ㅠ
오늘 지하철을 타고 멀리 다녀왔는데 온통 다 스마트폰 보느라...
저는 사람구경하면서 ㅎㅎㅎ
노안을 지나서...
언제까지 책을 읽을수 있을까를
자주 생각합니다
저도 곧~
저도 가끔 생각하게 되더라구요..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