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도 2개, 조제실도 2개, 투약대도 2개, 진열장도 2개...
뭐든지 2개씩인 이 약국의 정체는 무엇일까.
대한동물약국협회 회장인 임진형 회장이 최근 약국을 이전하며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 겨울 강풍에 문짝이 날아가 임시로 천막을 치고 지냈던 6년의 시간을 뒤로 하고 새로운 보금자리에 둥지를 튼 것이다.
그는 이번에 약국을 새롭게 오픈하며 동물약국의 표본 모델이 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첫 단계로 약국 안에 들어있던 동물약국을 각각 약국과 동물약국으로 변신시켰다.
한 간판 안에 옹기종이 자리잡고 있던 '건강한마을약국'과 '아포동물약국' 이라는 명칭은 각각 개별 간판으로 바뀌었다.
또 조제실과 투약대도 분리를 했다.
구획·구분이 되기 전에는 일반 환자들의 거부반응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피부병이 걸리거나 크기가 큰 반려동물을 목줄만 한 채 약국에 오는 소비자들로 인해 일반 투약 환자들이 불편해 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었다.
또 동물약국 투약대에는 아크릴로 된 반려동물을 내려놓는 곳도 만들어 이곳에 동물을 두도록 했다. 이는 동물병원을 벤치마킹해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사람 약을 조제하는 곳에서 동물 약도 조제한다는 일부 환자들의 컴플레인도 있어 아예 용도를 달리해 각각의 조제실과 투약대를 두었다.
바닥 색깔도 달리 해 한눈에 봐도 식별이 가능토록 했다.
벽면 진열장에 비치된 동물약 품목수만 300~400여가지에 이른다.
진드기나 비퀴약도 동물약 코너에 배치하고 나니 킬러만 찾던 소비자들도 상담을 통해 보다 다양한 제형을 찾게 됐다는 설명이다.
임진형 회장은 아직까지 약국 정리 작업을 하고 있으며 동물약 POP 작업 등을 구상하고 있다.
임 회장은 약국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약국을 보는 소비자들의 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동네 분들이 돈을 많이 벌었냐고 하시죠. 또 '동물약국'이라는 게 있냐고 묻는 분들도 계시고요. 분명히 바로 맞은 편에서 6년간 약국을 했는데도 새로 오픈했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이 자리는 그가 오래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자리로 그는 스스로도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블로그나 카페 등에 남겨진 글을 보고 기대에 부풀어 오랜 시간 운전을 해 오는 젊은 소비자들이나 언론사 관계자들도 이전 약국을 볼 때는 뭔가 실망을 한 듯한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번듯한 약국에 스스로도 보다 당당해 졌다는 것이다.
또 평소 동물약에 관심이 많던 약사들이나 약대생들의 견학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약국 이전을 통해 동물약국이 사이버상에서의 동물약국이 아닌 실제 오프라인에서의 동물약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그런 느낌을 잘 못 느꼈었지만 직접 손수 약국을 이전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하다보니 3300개의 동물약국이 온라인에만 있다는 게 아쉽더라고요."
약국들이 문 앞에 '동물약품취급' 정도로만 스티커나 POP를 붙여 놓을 뿐 간판을 달고 운영하기는 커녕 실제 5~6가지 동물약만 취급하고 있어 오히려 온라인에서 '이게 무슨 동물약국이냐'며 비판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약국들이 동물약에도 관심을 쏟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 경우에도 구충제를 하나 파는데 6개월이 넘게 걸렸어요. 팔려고 했다가 환자가 물으면 위축돼 다시 또 매대 안으로 집어넣고 조금 공부를 해서 자신감이 붙으면 꺼내놓고요."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동물약국 숫자를 늘리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내실을 다지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물약을 모든 약국에서 취급하는 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제가 많지 않고 상담이 많은 약국들에서 동물약을 주로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약국들이 사정에 따라, 형편에 따라 동물약을 취급할 수 있는 환경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역거점으로 이런 동물약국이 꼭 하나씩 생겼으면 하고요."